Simon Sinek
두 발로 현실을 디디고 머리로 이상을 생각하며 살다 보면 흔히 말하는 '현타'라는 걸 만나곤 합니다. 네 까짓게 뭐라고 그냥 적당히 살지 그러냐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피니트 게임 류의 책을 만나면 일종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그래도 혹시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Why가 중요하다 말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What에 매달려 있고, OKR에서 O는 어디가고 KR, 어쩌면 R만 보이는 모습들을 마주하고 있는 두 발로 현실을 디디고 머리로 하늘을 꿈꾸는 HR담당자의 책 리뷰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인피니트 게임
저 자 : 사이먼 시넥
출판사 : 세계사
비즈니스에서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게임을 해나가는 여정 그 자체가 게임이다. (중략) 리더들은 끊임없이 '승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 집착한다. p19
개인적으로 하는 표현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말을 합니다. 특정 개인의 개인기가 아니라 일을 해나가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 성과가 중요하지만 단기적 성과를 위해 장기적 성과를 해하지 않는 것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걸까요? 중요한 건 방향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되게 할 것인지, 단기적으로 자신의 이익만 달성하고 가는 걸 선택할 것인지, 구성원을 짜내어 성과를 내고는 그 성과를 자신이 달성한 성과로 이야기하는 리더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좀 더 와닿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서 저자의 말을 남깁니다.
무한게임에서 그가 수익을 얼마나 내고 은퇴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은퇴 후 13년이 흐르든, 33년이 흐르든, 300년이 흐르든 회사가 게임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더욱 번창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기업 문화를 정립하고 갔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p39
상사가 나에게 커리어 조언을 해준다면 그 조언은 상사의 이익이 아니라 내 이익이 주가 되어야 한다. p71
이를 다른 말로 '진정성'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자시 자신이 많이 알고 있음을 으스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이를 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공통으로 '먹고 싶은 거 먹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화자는 A라는 친구의 말을 그가 의사결정을 미룬다고 생각했고 B라는 친구에 대해서는 화자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상사의 조언이 상사의 이익을 향하고 있는지, 구성원의 이익을 향하고 있는지 말이죠.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직원들이 기량을 마음껏 최선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두 질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두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차이가 있을까요? 아니면 같은 말일까요? 해석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의견, 생각보다는 생각의 여지로서 질문으로 남깁니다.
URSA팀 직원들은 서로 약점을 드러내도 된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클수록 정보가 원활하게 교류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70
팀 리더로 일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분들과 일을 시작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무엇이건 간에 솔직하게 공유해주면 혹여나 그 일로 인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 책임은 제가 진다는 말입니다. 저는 수직 계층이 강한 조직에서 오래 일하면서 소위 말하는 심리적 안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혹여나 잘못 보이면?이라는 생각들이 스스로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경험이랄까요. 그래서 다른 분들, 특히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는 그러 느낌을 주지 않고 싶었습니다. 공식적인 팀 리더로 일을 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에 대해 먼저 '하겠다'는 말을 듣는 경험, 인사팀을 믿는다는 말을 듣는 경험을 했고 업무 수행에 있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아도 일이 운영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좀 더 일에 대한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는 것은 좋은 리더가 아닌 올바른 리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너드 윙 박사는 이러한 해결 방법을 '게으른 리더십 Lazy Leadership'이라고 명명했다. 문제가 발발하거나, 실적이 주춤하거나, 실수가 나오거나, 비윤리적 행위가 드러날 때 게으른 리더십을 펼치는 리더, 즉 '게으른 리더'는 직원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새로운 업무 절차를 만든다. p223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위의 게으른 리더십 방식으로 절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기준을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자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기준을 만들어서 보고해라라고 지시하는 건 후자가 아닌 전자의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기준을 만들게 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왜 그러한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반면 전자는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것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리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심리적 안정감 등을 위해 구성원의 심리적 불안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공감되는 이유입니다.
파타고니아의 COO 더그 프리먼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성공한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비즈니스가 어떻게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지 제시해주는 좋은 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p237
HR에 대해 제가 하는 말도 이와 비슷합니다. 기존의 인사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제가 그리는 HR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서 기업과 사람의 운영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좋은 예를 만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며 현장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만약 진정으로 대의명분을 추구하지 않을 거라면, 미션 선언문 같은 것을 벽에 걸어놓거나 웹사이트에 적어 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문득 엔론 사태를 떠올립니다. 그들의 회사에도 윤리적이고 바람직해 보이는 단어들이 걸려있었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행동을 했습니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핵심가치로 걸어 놓고 그 책임을 지켜야 할 사람들에서 리더 자신을 제외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쉽게 만납니다. 핵심가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걷는 10여분 동안 하늘을 바라보곤 합니다. 길게 뻗은 대로의 양옆 건물들 사이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들이 보면서 조금씩 회사로 다가갑니다. 현실을 두 발로 디디고 머리와 눈으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HR실무자로서, 연결자로서, 늘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 가진 고민이자 제가 스스로에게 제시한 삶의 숙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