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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15. 2022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리더

HR을 시작하고 2~3년 정도 되었을 때 어느 HR모임이었습니다. 한분이 당시 주제에 대하여 발표를 하고 이후 각자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서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들어왔고 저도 나름대로의 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당시에는 생각 자체가 없었고 그 생각을 하기 위한 재료로서 경험이나 지식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스로 제 말에 자신이 없었고 역시나 제 대답은 산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당시 모임에서 만났던 분들과는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HR을 해오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대학원, 글쓰기 등 HR을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HR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기는 글들 역시 정답이 아닌 HR을 해왔고 하고 있고 나름 좋아한다고 말하는 실무자의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지나온 시간을 통해 알았다는 것이죠. 나름 경험하고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을 해왔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겸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안다고 생각해도 한번 더 생각하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다른 생각이 들어왔을 때 사람인지라 기분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불편함보다는 다름을 기준으로 안다고 생각했던 걸 바라보는 류의 노력들이 겸손이라는 단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고 아는 것이 있고 모르는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서로가 아는 것이 서로가 모르는 것을 보완하고 서로를 통해 서로가 아는 것이 하나 더 늘려나가면 된다고. 리더란 적어도 해당 분야에서 조금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조금 더 오랜 시간 생각과 고민을 해왔고 조금 더 다양한 사례들을 알고 있으니 그래도 조금 더 아는 게 많을 가능성이 높고 조금 더 아는 것이 많은 게 어쩌면 정상이라고. 


돌아보면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솔직하지 못했고 관대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몰랐던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모른다고 나무라는 건 제 경험상 그 사람의 자존감을 낮출 뿐 일의 성과, 구성원의 동기부여, 일에 대한 의욕이나 배우려는 의지 등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를 수 있고 때로는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일 뿐이고 중요한 건 이제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모른다고 나무라는 일은 그 개인, 나무라는 사람, 그리고 이들이 속한 조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모르는 데 혹은 잘못 알고 있었는데 몰랐다는 걸,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인 '알게 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면서 '모르는 것'이 나쁜 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것도 모르냐는 말과 함께 혼나기도 하고 공부를 좀 한다는 친구들은 이런 것도 알고 있다며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경험이 어찌 보면 지금의 우리들에게 모르는 것을 나쁜 것으로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현재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모르는 것을 알면 일에 도움이 되고 일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함에도 모른 채로 둔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르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더 나쁜 것이 될 겁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니까요. 만일 우리가 리더의 위치에 있고 모르는데 그 위치와 경험의 시간을 근거로 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 그건 조금 더 나쁜 일입니다. 의사결정, 판단, 조직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그릇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르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하며 이상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그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건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오래전에 자신이 2년 정도 HR팀장을 해봤음을 근거로 자신이 HR을 잘 안다고 말하던 어느 팀장님도, 자신이 HR을 오래 했고, 그것도 대기업에서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류만 보면 다알 수 있다고 말하며 인수인계를 받지 않고는 이직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때까지 수시로 전화해 물어보던 어느 차장님도, 자신이 잘 아는 데 법이 그렇지 않다며 여러 사람 앞에서 큰 소리를 말하고는 정작 법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 한 말은 이게 아니었노라며 둘러대던 어느 리더 분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들로부터 아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모르는 것에 대한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고 그래서 '안다'는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안다는 말 대신 저는 '몰라서 계속 배운다'라고 말을 합니다. 17년이라는 시간을 여전히 현장에서 살고 있는 것도, 주변에서 굳이라고 말할 때 직장생활과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한 것도, 여전히 책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매주 1~2개 정도의 글은 꾸준히 작성하려 노력하는 것도 '모르는 것'을 인지하고 '배우는'과정의 여러 모습들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모른다는 것보다 배우지 않는 것, 성장하지 않는 것이 저는 좀 더 무서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모르는 것에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솔직함이 우리들로 하여금 더 제대로 배우고 그 배움이 거만함이 아닌 겸손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솔직하게 배우고 그  배움을 기반으로 겸손함을 갖추어간다면 어쩌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우리들은 제법 괜찮은 각 분야에서의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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