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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3. 2022

공감

일과 직장에서 HR, 경영자, 리더들이 할 수 있는 일로서 '공감'

어느 출근길이었습니다. 혼잡한 환승구간에서 두 손으로 목발을 짚고 오는 한 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이 혼잡한 시간에 굳이 나와서 불편함을 만들까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다리도 아픈데 쉬지 못하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한 사람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몸이 아프지만 꾸역꾸역 출근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요. 그때 저를 마주했던 어떤 분도 당시의 저를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서 한 분과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습니다. 그는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크게 다음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감이라는 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가? 주변에서 특히 HR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그걸 굳이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라는 두 가지 말이죠. 


공감은 돈을 벌어다 줄까?

사기업을 전제로 기업이라는 존재가 돈을 벌지 못하면 그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생각해보면 기업이 돈을 번다는 것은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만일 공감이라는 것이 기업의 가치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것이 도덕적으로 좋은 일이더라도 궁극적으로 기업과 그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과거보다 오늘날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겁니다. 어쩌면 혹자는 좋은 사람, 좋은 리더, 좋은 기업처럼 보이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스스로를 공감하는 사람으로 포장하려 노력하지만 마음속에는 공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과 구성원은 급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ESG를 이야기하며 G를 무시하는 경우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감'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감'이 사람을 행동하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구성원중 한 분이 특정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봅니다. 리더로서 당장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구성원 혼자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난 뒤에 구성원 분과 잠깐 차 한잔을 했습니다. 일의 진행 과정에서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음을 알고 있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 다음에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이런 부분들을 함께 바꿔보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구성원분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일이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라고, 다음에는 좀 더 원활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제가 해왔던 경험들은 공감의 힘을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공감은 사람이 지쳐있음을 다독이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사람이 다시 힘을 내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공감을 어떻게 해야 할까?

ES를 하고 있다고 해서 ESG를 잘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G라는 영역이 존재하지요. G를 감추고 외적인 포장만 하는 건 올바른 ESG가 아니지요. 이는 일종의 기만이기도 합니다. 공감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위는 중요한 외형이지만 그 외형을 뒷받침하는 진심이 없다면 그건 공감이 될 수 없습니다. 공감이라는 것이 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감이라는 걸 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출근길 혼잡한 지하철 환승통로에서 목발을 짚고 이동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그를 '불편함을 만든 사람'으로 생각하는 대신 '다리도 아픈데 쉬지 못하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 대한 공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생각을 하는 연습 말이죠. 이러한 다양성은 사람을 단정 짓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생각의 기준을 '나'에서 '상대방'으로 이동시켜 생각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가진 기준대로 구성원이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구성원  관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선'이라는 것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들의 공감을 악용하려는 이들에게까지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우리들이 지키기로 한 최소한의 약속에 대해 예외를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적인 공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HR이라는 게 그래서 많이 어렵습니다. HR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면 그 '선'을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 판단의 순간들은 모여서 일관성이 됩니다. HR이 경영자가, 리더가 일관성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구성원은 그들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일관성이 없다면 모든 구성원들은 책임지는 일을 하지 않고 그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게 되겠지요. 기업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처럼 조직을 운영하길 바라는 이라면 그리 바라는 모습은 아닐 겁니다. 


진심이 필요하다

공감을 한다는 건 공감을 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공감하는 척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함이지만 진정한 공감은 상대방을 위하는 것입니다. 공감을 잘하고 싶다면 대화에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공감하는 법을 연습하고 싶다면 다양성을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러한 연습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가 구성원과 이야기할 때 '나'보다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일과 직장에서 HR, 경영자, 리더들이 할 수 있는 일로서 '공감'

어제 몸이 조금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자고 멍하니 앉아 있는 채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아하는 게임조차도 하지 못했던 걸 보면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듯합니다. 몸은 약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 때, 스트레스가 가득 찼을 때 우리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감은 그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구성원의 모든 일에 대해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과 직장생활과 관련해서만큼은 HR, 경영진, 리더들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공감' 말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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