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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05. 2022

김사부를 통해 생각해보는
매뉴얼의 의미

간혹 인용하는 드라마 중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제 관점에서 뜯어보면 우선 주인공인 김사부와 돌담 식구들이 있습니다. 극 중에서 이들은 의사로서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갈등구조를 위한 역할로서 그 반대편에 병원장이 있습니다. 그는 김사부가 못마땅하고 김사부가 잘 되지 않도록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인물입니다. 


병원장이 김사부를 괴롭히는 방식을 살펴보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서 규정 혹은 매뉴얼이 있습니다. 김사부가 거대 병원의 일원임에도 규정을 어기고 있고 그래서 제재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실제 이를 주제로 한 소재도 있습니다. 본원 감사실에서 돌담 병원에 감사를 나와서 모든 프로세스를 마비시키는 이야기도 있고, 본원에서 온 의사는 돌담 병원을 보면서 매뉴얼도 없다고 나무라는 장면도 있습니다. 


자칫 드라마에서 우리는 매뉴얼은 나쁜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극 중 주인공인 김사부 역시 매뉴얼을 만들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모난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본원에서 말하는 매뉴얼과 김사부가 만들고자 하는 매뉴얼은 어쩌면 외형적인 차이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글씨로 문서화되어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의학 등 직무와 관련된 일련의 절차들이 그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같아 보이는 매뉴얼에는 중요한 보이지 않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매뉴얼을 왜 만드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저는 '방향성'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올바른 일로서 우리가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되며, 물론 그 답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답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이라는 등의 공통점은 있을 겁니다. 


본원의 도원장은 매뉴얼을 사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을 했습니다. 도구가 주인이 되어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반면 모난돌 프로젝트의 문서들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제공합니다. 기존의 수술방법들을 기록하고 이들을 공유함으로써 사람을 살린다는 올바른 목적에 보다 온전히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죠. 이는 극 중 인공심장 교체 사례에서 좀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기존의 매뉴얼 대로라면 최소 8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을 6시간으로 줄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것도 수술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들을 모두 수행하면서 말이죠.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돼'는 일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매뉴얼에서 정한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재료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복수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단일의 인사정보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해당 프로젝트 킥오프 직전 회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결과론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외부 컨설팅 없이 진행을 했고 정한 기한 내에 완료를 했습니다. 직무역량사전도 그랬습니다. 컨설팅 비용으로 얼마를 썼냐는 질문에 제가 만든 거라고 대답을 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하면 할 수 없지만 기존의 방식을 참고하면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 매뉴얼 내지 기준은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에서 그 매뉴얼 혹은 기준이 정답지가 되어 우리 행동을 제약하는 형태로 작동하고 기업 내 구성원 대다수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 기업은 기존에 해왔던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것 혹은 기존의 것을 좀 더 잘하는 상태가 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우리 기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그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강력한 시그널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리더분들이 보여주신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크겠죠. 


정답이 아닌 재료로서 매뉴얼/ 기준은 우리가 '해왔던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일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일을 더 나은 올바른 상태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일 말이죠. 


매뉴얼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시에 매뉴얼이 없어도 자신이 해야 하는 &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노력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모습이 되어야 할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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