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님과의 대화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대표님은 기업과 구성원의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바람직한 상태로 이동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오셨던 듯 했다.
"인재 채용을 위해서 복지제도들을 많이 도입했습니다. 나름 다른 스타트업들에 견주어 보이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매출액, 성장 수준 등을 고려하여 연봉과 인센티브 등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시장임금 대비 많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구성원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기적인 간담회도 하고 있고, 공정한 인사평가를 위해 최근 많이 한다고 하는 OKR도 도입했어요. 분기마다 성과미팅을 하고 있고, 업무시간 중 과도한 통제도 지양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사업아이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상도 받았고요. 호칭도 영어이름을 사용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무리를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경영환경이 처음 몇 년간보다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관점들이 줄어들고 있고 회사가 5년을 넘어가면서 기존보다는 자생적인 매출창출능력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요. 반면 복지제도를 포함해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비용의 크기는 많이 늘어난 상태이니까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A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나름 가치를 인정받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고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이와 더불어 다양한 복지제도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A기업이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면서 놓치고 있었던 건 그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제도의 외형과 내재적 의미를 항상 같이 고민해야 한다. 9시까지 출근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센스와 그를 통해 '9시까지 출근'이 통제적인 반감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것 말이다.
제도는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를 우리는 크게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대표님 대표님이 생각하실 때 OOO에서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에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행동지침이 있어요"
"사무실 들어오면서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봤는데 그걸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 행동지침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본 A기업의 행동지침은 다른 기업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우리 기업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행동지침이라는 보이는 산출물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과 행동지침이 A기업에 왜 필요한가가 보다는 나름 성공한 기업이 하고 있음을 근거로 행동지침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제도는 그 제도를 활용하는 구성원들이 실제 일 하는 과정에서 활용되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구성원의 참여'라고 한다.
"대표님 현재 전체 구성원이 몇 분이나 되시죠?"
"지금 70명 정도 됩니다"
"그중 근속기간 1년 미만의 5년 이상 경력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인재영입을 하면서 입사한 분들은 대부분 해당되죠. 대략 10~15명 정도"
행동지침은 사무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지만 아무도 그 지침을 생각하는 이는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성원에게 행동지침은 그래도 구색을 갖춘 회사라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대상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존 구성원들의 이러한 생각은 새로 입사한 경력직원들에게도 전달된다. 신규 입사자들은 나름 자신의 루틴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행동지침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행동하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고,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을 수 있다. 행동지침은 있지만 행동지침은 보기 좋은 포스터로 남은 셈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조직이 가지고 있는 긴밀한 연결고리는 상대적으로 느슨해지게 된다. 경영자가 모든 구성원의 일들을 다 컨트롤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를 우리는 '통솔의 범위(span of control)'이라고 말한다. 통솔의 범위가 임계치에 다다랐을 때 행동지침 등의 제도는 통제를 벗어나는 영역들을 보완해준다.
"행동 지침을 만들 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나름 경영진들이 모여서 몇 시간에 걸쳐 토론을 하기도 했고. 사실 이런 걸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기업 아시죠. 그곳 행동지침이 나름 인지도가 있잖아요. 나름 벤치마킹도 했죠"
많은 기업들이 '모방'과 '벤치마킹'을 혼동하여 사용한다. 우리 기업은 '다르다'라고 말을 하면서 대부분 행동지치과 같은 규정, 제도 들을 다른 기업들이 했던 방식을 적용해 그대로 따라 한다. 이러한 행위를 정당화해 주는 단어로 기업들은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외형상 모방과 벤치마킹은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모방이 벤치마킹과 동일한 것이라고 한다면 OKR을 도입한 모든 기업들은 구글이 운영하는 수준으로 OKR을 운영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모습이 나오지 못하는 건 우리가 제도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그래도 나름 논의를 거쳐 만들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잘 지켜지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행동지침보다도 회사 매출을 내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치를 만든다는 건 기업의 경영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모든 활동은 기업이 가치를 만드는 목적에 연결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매출액이 중요해서 행동지침을 뒤로 미룬다는 건 행동지침을 만들 때 경영이라는 목적을 기준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라는 공간에서 행동지침은 기업이 성과를 만드는데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
군더더기는 가라.
"벽에 붙여 놓은 행동지침에서 잠시 벗어나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영의 관점에서 우리 기업에서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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