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님과의 대화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해야 하는 건, 성장하는 것이죠. 기업도 성장해야 하고 구성원도 성장해야 하고. 스타트업 특성상 성장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
"해도 되는 것이라고 표현을 바꿔 볼까요?"
"해도 되는 것, 일을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해서는 안되는 것은요?"
"지각하는 것, 거짓말 하는 것,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 ... ..."
포지티브positive 방식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포지티브 방식은 일단 안돼!라고 말을 하고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들을 명시적으로 나열하여 이것들만 가능해!라고 하는 방식의 규제방식을 말한다. 네거티브 방식은 반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명시적으로 나열하고 그 외에는 다 허용하는 규제방식을 말한다. 단어의 어감이 조금 묘함이 있지만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한다면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는 게 더 적합하고, 이게 좀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 기업에서 해야 하는 일, 해도 되는 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정하기 어렵다면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먼저 생각해보고 그것들을 먼저 정하고 지켜나가는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님은 '지각'이라는 행동, 현상이 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출근시간은 약속이잖아요. 지각을 하는 건 출근시간을 지키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구요"
조금 구체적으로 지각의 사례를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평상시 30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출근하는 구성원이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기본 1시간이 소요되는데 출근시간이고 하니 30분 정도 출근시간에 여유를 두고 출근하는 거죠. 게다가 구성원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거의 일정하죠."
"그런데 하루는 지하철 내 시위가 있어서 연착이 되었고 지각을 했습니다. 이 구성원은 현상적으로 지각을 했습니다. 구성원에게 뭐라고 하시겠어요?"
"지각은 지각이니까 ... ..."
"지각은 지각이니까 구성원에게 '지각했음'이라는 현상을 명시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구성원은 지각이라는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인정하겠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더라도 '나름 일찍 집을 나섰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가 '지각했음'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하는 은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묵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적용해볼까요?"
"우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출근시간이라고 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건 해야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성원이 지하철 시간을 고려해 30분 정도 여유있게 나왔음에도 시위라는 예상치 못한 일로 지각을 했어요.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늦은 이유가 구성원이 늦잠을 잤다거나 하는, 구성원이 원인이 되어서 지각을 한 것이라면 구성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를 구성원이 가져야 할 주의의무라 합니다. 시차출퇴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고, 반반차나 반차휴가를 사용케 하거나 혹은 반복적인 현상이 아니었다면 리더가 명시적으로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구성원은 나름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0분이라는 시간을 출근시간에 버퍼로 사용했거든요. 그런데 지하철 시위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위가 지각이라는 현상의 원인이지요. 이런 경우, 즉 구성원이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 했음에도 지각이라는 현상이 발생했다면 용인이 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는 출근이라는 제도에 있어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고 해볼까요? 시위가 없었음에도 시위가 있었다고 말을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거죠. 이는 해서는 안되는 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어떻게 알죠?"
사람을 보는 관점으로 우리가 잘 아는 성선설, 성악설, 백지설 등이 있다. 100가지의 선함을 마주하다가도 1가지의 악함을 마주하는 순간 기존의 선함이라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서까지 의심을 갖기 쉬운 게 바로우리들,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악하다고 바라보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리더 한 명이 가지는 통솔의 범위에는 늘 한계가 존재한다.
"팃포텟Tit-For-Tat이라는 협상기법이 있습니다. 일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한 가지 중요한 건 그 시작점을 '선함(善)'에 기반을 둔다는 점입니다. 지각이라는 현상을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지각이라는 현상을 마주했을 때 지각을 한 구성원에 대해 그가 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 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찌 되었든 결과로서 지각이라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그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팃포텟은 우선은 그가 주의의무를 다 했음을 전제로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들이 반복됩니다. 지각을 했고 어느 날은 몸이 아파서, 어느 날은 시위가 있어서, 어느 날은 사고가 있어서 등 조금씩 같지만 다른 사유로 지각이라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의 반복은 기업 경영 관점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가 거짓말을 했음을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경찰이 아니니까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가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이 통상적인 합리성을 벗어났음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구성원이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최초의 '지각'이라는 현상을 대했지만 그 현상의 반복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에 적합한 대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가져야 할 주의의무, 이를 달리 표현하면 신의성실의 원칙이라 말할 수 있다. 신의를 지키지 않는 이는 상대방의 신의를 받을 자격이 없다.
"A기업에서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되는 일을 개념적으로 이야기하면 '지율'이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자율은 '스스로 自'와 '계율 律'이라는 두 글자가 모여 만들어진 단어 입니다.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면서 행동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에서는 그 개인의 자율 이전에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자동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정한 법규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기업에서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되는 것이 가지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율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우리 기업에서 자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있고 자율이라는 단어를 그냥 '이상적인 단어'로만 받아들이는 기업이 있다. 자율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 우리들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땐 말씀 주셨던 일련의 과정을 직접 소통할 수 있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우리가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 이렇게 구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전달을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 잘 안되기 시작한 거 같아요. 회사도 커지고 저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사람들도 들어오고 새로 들어온 분들은 기존 멤버보다는 아무래도 대화가 적기도 했고"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는 각 팀 리더분들이 현장에서 구성원들과 직접 부딪히니까 그 분들이 가지는 리더십에 따라서 자율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구성원들에게 전달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대표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아무리 기업이 자율성을 이야기해도 각 조직별로 리더가 그 자율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지에 따라 자율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 리더가 자율이라는 단어를 그저 보기 좋은 말로 생각하고 있다면 혹은 구성원의 자율을 존중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정해놓고 있다면 구성원들은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뀔 겁니다.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리더가 그걸 좋아하거나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소통이라는 게 말은 쉬운데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리더도 사람이고 모든 리더들이 완벽하게 대표인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일치한다고 하기도 어렵구요"
"그래서 리더들에게도 그들이 자율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기준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울타리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울타리로 앞서 제시했던 2가지 CSF 중 하나인 소통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에서 일 하는 방식으로서 소통구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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