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X HR]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I work in HR. Nothing surprises me!

by Opellie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픽션 X HR]은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할 줄 아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존재한다. 그 간격을 채우는 건 결국 일단 해보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해보는 시간 중에 우리는 조금은 어색하거나 소소한 부족함을 드러내게 된다. Kai팀장님도 이와 같은 경험의 시간을 만나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아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모르는 것에 대한 겸손함을 하나 둘 씩 채워가고 있었다.


"Rey, 안녕하세요"


지난 미팅 이후 잠시 숨을 돌리고 개선과제로 도출된 내용들의 구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다른 주제로 Kai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예정에 없던 요청이라 놀라셨죠"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의견을 구하고 싶어서 드렸습니다"


"무언가 고민이 있으신가보네요"


상황은 대략 이랬다. 영업팀원 중 한분이 인사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해당 팀원은 공식적으로 인사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를 했고, 이에 Kai팀장님은 대표님께 상황을 보고하고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일단 부정적인 이슈가 공론화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수년 전 비슷한 사례가 있었을 때 당사장와 협의해서 조용히 위로금 등으로 합의를 하고 내보낸 적이 있다고도 했다.


"팀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음, 우선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감추는 것보다는 드러내는 게 지금 당장 힘들어도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기업을 포함해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은 항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르다. 100% 이질적이지도 않지만 반대로 100% 동질적이지도 않다. 때로는 의견이 일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의견이 다르지만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서로의 의견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이렇게 의견이 서로 부딪히는 현상을 우리는 갈등이라 부른다. 갈등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이러한 갈등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갈등을 나쁜 것으로 바라보는 듯 하다. 이렇게 보면 갈등은 감추고 싶은 무언가로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앞선 대표님의 생각도 갈등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갈등에 대한 정의는 '양립할 수 없는 활동(incompatible activities)'이다.

갈등은 그 자체로는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갈등을 다루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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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팀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특히 법적인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면 더욱 그 절차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죠"


"지금은 어떤 상황이신가요?"


"어제 저와 이야기를 했고 오늘은 휴가를 냈어요. 해당 구성원도 부담이 좀 됬던 것 같습니다. 우선 내일부터는 공간분리를 하려고 해요. 일단 저는 오늘 구성원이 제출한 자료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 하구요"


"팀장님, 지난 번에 나누었던 리더 역할 아시죠?"


"퍼실리테이션과 코칭, 말씀이신가요?"


"네, 우선 법령상의 절차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우리는 그분과 면담을 하면서 법적 절차를 운영해가는 역할을 할 겁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자문 노무사님을 통해서 법적인 부분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서 최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구성원분의 생각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시구요. 면담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을 거에요. 팀장님은 면담을 통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셔야 해요"


수년 전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시행되면서 전사 구성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한 적이 있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안내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자 질문이 들어왔다.


"직장 내 괴롭힘인지 판단이 모호한 부분이 많을 거 같은데요"


이 질문에 당시 나는 이렇게 답을 했다.


"모호한 상황이 있으시면 인사에 말씀주세요. 인사에서 판단하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기본 속성은 갈등이다. 서로 다른 이해를 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괴롭힘의 행동들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난 시간 우리들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편하게 하는 말에 어느 누군가는 그냥 넘어가는 말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는 괴롭힐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


노동관계법령과 관련된 노무분야에 대해 인사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Objective, Direction)은 '노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갈등 상황 속에서 갈등의 두 주체는 각자 인사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내가 강조하는 건 '양서류 론(?)"이다. 인사는 누구 편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물속을 반대로 물밖을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 상황은 다시 사실과 맥락, 의견으로 구분된다. 상황에 따른 판단이 옳은 판단이 되기 위해 인사는 사실과 맥락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사실과 맥락이 '노무 리스크 최소화'라는 방향성과 어떤 모습으로 연결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과 맥락, 의견을 구분하셔야 해요"


"우리가 집중할 건 사실과 맥락입니다. 의견은 참고이지 우리 판단의 메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나온 시간의 인사는 사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표현 자체가 공식화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다소 억울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걸 입으로 표현하는 건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곤 했다. 중요한 건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사는 그 변화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변화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흐름에 함께 하는 것이다.


"잘 하실거에요. 진행하시다가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인사는 어렵다. 냉정과 열정 사이, 이성과 감성 사이를 매 순간 오가면서도 그 중심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인사는 수많은 다양한 상황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그 속에서 올바름을 끄집어내는 일을 한다. 더욱이 그 올바름이 올바름임을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래의 문장을 좋아한다.

실인컨굿즈.jpg 2019 실인컨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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