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May 31. 2024

8. 인사제도를 도입한다는 것

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 8편

인사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보이는'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논리(logic)를 확인하고
서로 다른 논리(logic)를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지난 시간에 우리가 특정 제도를 고민할 때 자주 사용했던 단어가 있습니다. '벤치마킹 Benchmarking'이라는 단어입니다. 벤치마킹은 「우리가 검토/고민하고 있는 분야에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바람직한  사례를 통해 그 제도의 강점을 배우는 일련의 행위」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이를 BP(Best Practices)라 부르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기업의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사례를 듣고 그대로 가져와서 우리 기업에서 실행해 보면 기대만큼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기업에 맞지 않아'라며 백기를 흔들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벤치마킹을 하지 않고 모방(mimetic)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벤치마킹은 그 제도가 BP사례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이유, 즉 Why를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조직에서는 왜 이러한 절차, 로직이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죠. 벤치마킹을 통해 제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우리 기업에 적합한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주어진 것에서 만들어가는 것으로의 이동'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방을 하고 있습니다. 모방은 일종의 흉내내기와 같습니다. BP에서 보여지는 구체적인 절차, 행동, 양식 등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왜 하는가? 내지 제도의 작동원리는 단순히 '보이는 것을 보는(see)'것만으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최소한 '주의 깊게 관찰하는(watch)'것을 필요로 하며 한발 더 나아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필요로 합니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단순히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찾아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판적  사고는 모든 사람이 만든 제도는 불완전하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그 불완전함을 들춰내어 상대방이 틀렸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제도에 우리들의 생각을 더하고 필요한 경우 상대방의 생각 중 일부를 덜어내는 과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스크럼(scrum),  부스팅(boosting)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미팅을 하지 않는다면 OKR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말합니다. 만일 그가  스크럼이나 부스팅이라는 단어를 보이는 것으로서 이해하고 있다면 그래서 매일 아침 무조건 모여서 '보이는' 미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는 '모방(mimetic)'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도로서 OKR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방은 스크럼, 부스팅 미팅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절차, 양식, 기한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구성원들에게는 OKR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제도논리(Institutional logic)

제도논리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Alford and Friedland(1985)입니다. 이들은 제도논리를 '사회의 조직화 원칙을 구성하고, 개인과 조직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관행(material practices)과 상징적인 구조물(symboloc constructions)의 집합'으로 정의합니다. 이후 Thornton and Ocasio(1999)는 구조적 요소와 상징적 요소를 강조하는 Friedland and Alford(1991)의 정의와 구조적  요소와 규범적 요소를 강조하는 Jackall(1988)의 정의를 결합하여 제도논리를 

"개인들이 물질적인 삶을 생산 혹은 재생산하고, 시간과 공간을 조직화하고, 그들의 사회적 실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역사성을 갖는 관행, 가정,  신념, 규칙의 패턴'으로 정의합니다.(이경묵 2019)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의 의미

제도를 도입한다는 건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지 않았던 '상징적인 구조물'로서  절차, 양식, 기한이라는 구성원에게 기존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무언가를 도입하는 것과 같습니다.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낯설고 어색합니다. 낯설고 어색한 제도가 우리가 제도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모습으로 이어지려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의 의미

제도를 운영한다는 건 우리가 도입한 '상징적인 구조물'로서 절차, 양식, 기한이 이미 이전에 조직 내에서 구성원 개인과 조직에 의해 구체화되어 있는 관행, 인식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잘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가 다른 개인 혹은 조직의 제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벤치마킹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례를 통해 그 기업이 그 제도를 왜 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WHY를 그래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그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우리 기업에 적합한 모습으로 바꾸어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결성, Connectedness

인사담당자의 역할, 연결하는 사람

인사제도의 도입에 있어 인사담당자는 연결자로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결자로서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우리들은 기업 내부와  새로운 제도에 각각 담겨 있는 논리(logic)들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로직들이  연결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실제로 연결하는 과정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과거 우리는 인사제도를 고려하면서 제도의 절차, 양식 등의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하면 편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했음'을 어필하기도 좋죠. 저는 오늘날 인사제도 도입을 연결의 대상으로서 제도와 구성원/기업에 존재하는 논리(logic)를 연결하는 것이라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여기에서 논리(logic)는 그냥 '보이는(see)'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주의 깊게 관찰하는(watch)'노력이 필요합니다. 



Reference.

이경묵 (2019). "우리나라 제도이론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미래 연구 방향." 경영학연구 48(1): 1-32

Thornton, P. H. and W. Ocasio (2008). "Institutional logics." The Sage handbook of organizational institutionalism 840(2008): 99-128.



이전 07화 7. 우리는 제도를 왜 따르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