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사담당자 이전에 감사업무를 1년 정도 경험했습니다. 대표이사님에게 올라오는 모든 문서들을 사전에 검토하여 해당 보고의 근거와 논리를 확인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업무를 좀 더 깊게 파보기도 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매일 밀려드는 문서들을 하루 종일 검토하고 의견을 달고 해당 부서 담당자분을 불러 설명을 듣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조금 헤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문서 처리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면서 남는 허전함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1년 내내 머릿속을 맴돕니다. 감사실에서 1년을 보낸 저를 보고 다른 팀 동료분들은 대단하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저에 전임자와 그 전임자 모두 3개월을 버티지 못한 자리에서 1년을 버텨냈다고 말이죠. 사실 저는 지난 1년간 위 질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난 거죠.
그러다 인사발령이 나서 인사팀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지 못한 채 인사라는 당시로는 낯선 일을 만났습니다. 전임 대리님은 인수인계에서 자신이 엑셀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를 강조하며 이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자료들을 건넸습니다. 업무는 어렵지 않았지만 감사업무를 하면서 가졌던 질문은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기업 안에서는 주어진 일을 하고 기업 밖에서 다른 기업의 인사를 만났습니다. 기업 밖 인사를 만난 건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대신 그들을 일부라도 기업 안에 적용해 보는 시도들을 해보고 이러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는 이유'로 연결되었습니다.
'왜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시작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인사 표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인사업무에 대한 경험과 배움이 필요했고 이후 인사모임, 대학원 등을 다녔고, 그 시간을 통해 오늘날 저는 인사라는 일을 왜 하는가? 에 대해 이렇게 답을 합니다.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으로서 인사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분들은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대로 평가절차를 운영하죠. 이 상태를 저는 사용자라고 말합니다. 주어진 도구를 주어진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인사담당자 중 일부는 '어떻게'를 이해합니다. 그들은 주어진 평가절차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를 생각하고 기술적/방법론적인 구체화를 시도합니다. 이 상태를 저는 기술자라 말합니다.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인사담당자들만이 그들이 평가제도를 왜 도입하고 운영하고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들은 나름의 경험을 통해 일을 탐구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통해 '의미'를 만나게 됩니다. 이 상태를 저는 예술가라 말합니다.
우리가 인사업무를 시작할 때 우리들 대부분은 사용자에서 시작합니다. 시간과 함께 경험이 쌓여 갑니다.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누군가는 여전히 사용자에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기술자 단계에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술가 단계에 있습니다.
사용자인 리더는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고,
기술자인 리더는 '그래서 내가 잘났어'를 말하고,
예술가인 리더는 '이 방향으로 같이 해보자'를 제안합니다.
어떤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시니어 인사담당자로서, 인사 리더로서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이들 질문에 본 글은 조심스레 제안을 드립니다.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자"
라고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