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생각을 가진 HR담당자의 이야기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분 중에 업무시간 중에 온라인 강의를 듣는 분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과정 중 본인이 신청한 강의로 그분이 하는 업무와 관련이 있었긴 했지만 스스로 신청한 강의를 듣는 것을 업무시간에 들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직무전문가로서 개인의 성장과 회사에서 수행하는 직무를 별개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주고 있긴 했지만요.
어제 오랜만에 외부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업무시간에 받은 외부교육으로서 오랜만이라 말하는 게 맞겠지요. 매주 저녁에 OD세미나를 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교육의 타이틀이 흥미로워 신청한 교육이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점이 많아서 배운 것보다는 말을 들으며 제 생각을 다듬는 시간으로 더 활용했던 듯합니다. 소위 플레잉 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참석자 개개인의 매니저로서의 스타일을 스스로 돌아보고 우리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참여의 형태로 이야기를 해본다는 측면에서 나름 긍정적이었지만 , 강사분의 머리 속에 이미 답을 내린 상태에 일종의 원하는 답을 유도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정도의 워크숍 과정을 단 몇 시간 내에 전달하려다 보니 남는 아쉬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해서 이야기했던 건 플레잉 매니저 , 즉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오늘날의 입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크게 매니저의 관리를 보면 업무관리/업무개선/인간관계/부하육성의 네 영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우리 대부분은 업무관리/업무개선 영역에 많은 활동들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부하육성과 인간관계 등에서의 활동을 늘릴 필요가 있고(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실제 부하육성을 했을 때 발생 가능한 기회요인들을 생각해 보면 2개 이상의 복수의 영역에 부합하는 행동들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건 이러한 설명의 과정에서 결국 상기의 네 개의 영역이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영역임을 전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침 옆 자리에 계셨던 다른 기업의 HR 담당자분에게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네 개의 분면이 강사님은 약간은 서로 분리된 독립된 존재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담당자분이 생각하시기에 다음 세 가지 유형 중 본 개념들을 어떤 관계로 보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진행자가 아닌 까닭에 쉬는 시간 개인적으로 드린 질문입니다.)
그 담당자분의 의견은 두 번째의 상호 연계성을 띈 관계였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3번의 같은 영역이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왜 업무수행과 개인의 성장을 별개로 이해할까?라는 질문은 제가 HR을 하는 내내 함께 해왔던 질문이었던 듯합니다. 일단 개인의 성장 측면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우리 개개인의 성장을 추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가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함이고 그 전문성의 인정이란 결국 시장에서 우리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가치와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가치란 다시 우리가 수행했던 직무들에 기반하여 결정이 되지요.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해온 직무와 관련된 관리와 개선활동들이 우리가 성장했음을 증명해주는 주재료가 되고 우리가 받은 교육은 그러한 직무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이 됨을 의미합니다. 업무의 수행과 부하의 육성은 별개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 담당자님의 의견처럼 적어도 상호보완적이거나 제 의견처럼 그 이상의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HR의 3요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 직무는 각각 독립적인 존재라는 이야기를 3요소와 관련하여 이야기드린 바 있지요. 이들은 독립적인 존재로서 그 자체로서의 각각의 니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니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 - 성장
조직 - 성장(가치 창출)
직무 - 성장(직무의 진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니즈가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공통의 영역,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게 우리 HR 담당자들이 해 야 할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부하육성'이란 사람의 성장과 관련됩니다. 동시에 위에서 언급된 '업무관리와 업무개선' 은 조직의 성장과 관련이 될 겁니다. 직무는 그 둘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 변화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촉매'라는 표현과는 개념적으로 조금 다를 수 있을 듯합니다. )
위에서 언급드린 HR 담당자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결국 사람의 성장의 영역과 조직의 성장, 그리고 이 둘을 연결 지어주는 직무의 성장이 하나로 움직이는 모습이 우리가 꿈꿔야 할 이상의 모습이고 따라서 애초부터 이들을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된 영역으로 나누고 이들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관점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점이란 일종의 전제인데 그 전제 자체가 제한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서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저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펀치 중 하나가 그래서 그걸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일 듯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구체적인 부분은 저 역시나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한 가지 그 모습이 조금씩 그려져 가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강점에 기반한 HR과 직무에 기반한 HR의 연결이라는 관점입니다.
일단 이 둘은 국내 기업들에서 그리 많이 시도되지는 않았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외형적으로는 일부 시도도 있는 듯 하지만 실제 , 소위 진정성의 차원에서 , 시도되었는가는 아직은 물음표가 있습니다.) 사람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강했던 이유도 있고 경영자라는 특성상 어지럽고 불확실한 것보다는 잘 정렬되어 있고 안전한 걸 선호하게 되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이유야 어쨌든 많은 기업들은 개인의 특성보다는 기업의 특성, 특히 임원분들의 특성에 개인을 맞추는 경향을 보여온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바라보는 HR은 일종의 모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다행스러운 건 제가 11년을 넘게 실무를 잡고 있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조금 전 이야기 한, 임원의 특성에 개인이 맞추는, 조직에서의 경험이 제법 많다는 점과 그 속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냈던 결과물들이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로부터 그리 나쁘지 않은 피드백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기존의 상황을 몸으로 겪었고 그것들을 이해하면서 급진적이 아닌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해왔기에 현실적인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HR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과 조직 그리고 제가 담당하고 있는 HR이라는 직무, 모두의 성장이 가능한 HR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제가 꿈꾸는 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브런치의 HR에 대한 글들은 그러한 생각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