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과 업무효율의 두 축으로 바라본 워라벨에 대한 이해
회사에서 작은 제도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도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조금이나마 근로제공 의무가 주어지는 시간을 줄여보는 시도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흐름에 조금이나마 대비하고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고 한 편으로는 소위 말하는 워라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일을 하면서 워라벨(WLB)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정리입니다. 사실 생각을 정리하면서 브런치 글로 소개를 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했습니다. 어설픈 지식 탓일 수도 있지만 매 순간 생각을 성장시켜나가는 한 사람이 하는 생각해볼 이야기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워라벨 work-life balance의 의미는 단어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입니다. 오늘날 이 단어가 개인의 삶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는 듯 느껴지는 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이 '일'의 입장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종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얼마 전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 어느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왜 휴가를 안가시냐는 질문에 돈이 있어야 휴가도 즐긴다는 말을 듣었습니다. 워라벨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겠죠.
얼마 전 소개드렸던 장원섭 교수님의 '다시, 장인이다'라는 책의 한 문장을 되새겨 봅니다.
워라벨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p54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워라벨을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opellie가 2019.01.08일 가지고 있는 생각의 정리입니다.
이러한 워라벨을 어떻게 이해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이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의 그림을 그려봅니다.
글에 앞서 효율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보니 그 단어 또한 개념적이라 헷갈릴 수 있기에 N포털의 효과성에 대한 개념 링크를 같이 남깁니다.
효과성과 능률성을 합한 복합 개념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넓은 의미의 능률성으로 이해하기도 하며, 생산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2155&docId=78578&categoryId=42155
우리의 선배들은, 그리고 지금 제 세대가 신입사원으로서 일을 배우던 시기에서는 많은 분들이 ①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실제 제조업과 같이 기계장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의 경우 여전히 ①의 공식은 유효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근로시간 단축, 즉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감소시키려는 움직임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2019년 오늘날에 갑자기 등장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04년에는 주 44시간제가 적용되었고(물론 저는 주 48시간을 일을 했지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주 40시간제가 시행되었죠. 그리고 최근에는 1주일의 개념 변경을 통해 주 68시간까지 가능했던 법적 테두리가 주 52시간으로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더해 제가 HR을 경험하면서 느끼고 있는 일관된 흐름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건 일종의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근로시간 감소라는 흐름을 워라벨과 연결지어 이해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위 그림에서 제시된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시간 감소와 업무효율성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근로시간의 축과 업무효율성의 축
1. 근로시간 감소에서 '근로시간'의 의미
일과 삶의 균형에 있어 '근로시간의 감소 내지 단축'의 '근로시간'은 '공식적인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몇시부터 몇시까지 정해진 장소에서 일을 하겠다고 말한 그 시간입니다. 법정시간을 준수하고 있음을 전제로 소정근로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 근로시간은 우리가 기업이든 상급자이든 그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 혹은 강제적으로 일을 해야만하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 근로시간이 있으니 비공식적 근로시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비공식적 근로시간은 공식적 근로시간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율적으로 일 혹은 다른 일을 하는 상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자율적 상태이므로 여기에는 공식적 근로시간 외 시간에 카톡이나 문자, 통화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상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공식적 근무시간과 비공식적 근무시간을 구분짓는 요소는 '의무 vs. 자율'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는 미래의 언젠가 대부분의 근로자는 프리랜서가 될 거라는 이야기와도 그 맥을 같이합니다.
정리하면 공식적 근로시간, 즉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인위적인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태가 줄어들고 비공식적 근로시간, 즉 내 자율적 의지에 기반해 일 혹은 다른 일을 하는 상태가 늘어난다 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워라벨은 단순히 일을 적게 하고 개인시간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일을 보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 즉 상시적으로 일을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우리 개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통제권을 확보한 상태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2. 업무효율성의 의미
워라벨에 있어 근로시간과 더불어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이 업무효율성입니다. 여기에서 업무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건 적어도 우리가 경쟁사로부터 경쟁력을 가지고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생존'의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문제는 '생존'을 위해서, 즉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속적인 개선과 이에 따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업무효율성은 단순히 기존에 해오던 프로세스나 관행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해오던 프로세스를 잘 유지하고 있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더 나은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면 우리 스스로는 '유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개방체계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그 자체로 '퇴보'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님의 what is strategy?라는 아티클에서 설명한 운영효율성 다시금 생각해보면 '경쟁자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지만 (투입이 되었든 방법론이 되었든)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Operational effectiveness means performing similar activities better than rivals perform them'을 의미하고, 본 글에서 말하는 업무효율성은 여기에 전략이 가미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들이 이미 우리가 몇 번 만나본 적이 있죠. 애자일 조직에 대한 매킨지 아티클에서의 Stable area vs. Dynamic area 구분이 그렇고, 닐 도쉬의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라는 책에서의 전술적 성과 vs. 적응적 성과의 구분이 그렇습니다. 외형적 표현은 다르지만 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가치는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근로시간의 단축은 일단 명확합니다. 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줄어든 것,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은 우리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고 실제 시행시 체감효과도 있습니다. 반면 업무효율성은 워라벨을 달성하는 데 있어 우리가 어려워 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1명이 여러 사람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당장의 일을 처리하기도 바쁜데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말하면 말 그대로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공감을 합니다.) 업무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에는 단순히 실무자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 기업에서 업무효율성은 단지 한 개인의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기업차원의 이슈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의 지원과 투자를 의미합니다. 기업차원의 투자는 시스템이나 자동화를 갖추는 것이 주된 내용이겠지만 기업차원의 지원에는 실무자 개인이 어떤 시도를 했을 때 발생 가능한 실수 내지 risk에 대해 이를 용인해줄 수 있는 문화를 갖추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과정 은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해주게 될 겁니다. 전문성을 갖춘 개개인은 그 개인이 가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에 대한 통제성을 갖춘, 자율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로시간 단축은 법으로 강제할 수 있으나 업무효율성은 강제가 불가능하고 자칫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잘못 이해하면 마치 그동안 우리들이 비효율적으로 일을 해왔다는 표현으로 들릴 수 있는 까닭입니다. 더욱이 효율성의 대상으로서 업무와 그 프로세스에 대해 우리가 매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정리를 해오지 못했왔다는 점도 우리가 업무효율성 영역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이유가 되겠죠.
어찌되었든 우리 모두는 위의 4개 분면 중 ③번이나 ④번으로 우리들이 들어가길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오늘날의 우리들은 과거 일종의 불균형 상태였던 ①번에서 균형을 맞추는 & 가능하다면 효율성 증가를 유지하면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②번으로 가고있는 일종의 과도기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많은 의견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정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이 고민하여 만들 수 있는 ②번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기록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