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어볼 만한 책 and 내 자신의 한계를 알게 해주는 책
솔직하게 말해서 책을 딱 절반만큼 읽었습니다. SNS에서 존경하는 한 분이 논문을 쓰시면서 본인의 글이 얼마나 부족한가에 대해 느끼게 해 준 책이라며 소개하신 책답게, 저는 솔직히 이 책의 내용들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럼에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읽으면서 '다 읽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압박감 같은 게 생기기 시작합니다. 책은 즐겨야 하는데 스스로 강압 감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머리는 책의 마지막 장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답게(?) 잠시 내려놓고 다른 책들을 보가다 다시 보려 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올리는 건 책의 절반을 읽었지만 과학이 아닌 인문계열의 머리로서 이해하는 그리고 정리되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들을 정말 어떻게 알지?'라는 의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소개해주신 분은 그의 SNS에서 '왜 오늘날 기업들에서 Human Resource(HR)을 Human Capital(HC)이란 단어보다 더 많이 쓰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논리를 풀어내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논리를 풀어낼 수준이 아닌 까닭에 '왜 우리는 HR을 Human Resource라 부르는 걸까?'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실무를 수행하는 HR-er의 입장에서 'HR'은 'How to Resolve'라고 풀어내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온도계의 철학 / 장하석 / 동아시아 출판'은 이러한 질문들을 온도계라는 과학적 성과를 대상으로 이야기합니다. 온도계는 알지만 한 번도 그것이 만들어진 역사 속 노력과 시행착오들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한 사람인 까닭에 감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하긴 어렵습니다. 아마도 책을 끝까지 다 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그래서 '과학'+'철학' 중에서 '과학'에 관한 사실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고 그들에 대한 '철학'의 관점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인용하고 의견을 덧붙여 소개를 드립니다.
도서명 : 온도계의 철학
저 자 : 장하석 지음
출판사 : 동아시아 출판
책을 쓸 때는 주제를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하자면 그 주제에서 다시 나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주제가 어떤 의미각 있고, 왜 의미가 있는지, 이 책은 학술서이지만 어떻게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전달하려 제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 잘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p10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조금은 , 사실은 많이 어려운 책인 듯합니다. '과학'이라는 저에게 약한 과목을 소재로 무언가 명확함 대신 모호함을 가진 '철학'이 결합되어 있으니 이해를 잘 못해도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해보기도 하지만 무언가 와 닿을 듯 말 듯 한 이야기들이 마치 줄다리기하듯 제시되니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위의 문장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가치일 듯합니다. 서로가 가진 전문성과 서로가 가지지 못한 전문성이 상호 연결되어 무언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 머리로는 무리인 듯합니다.
이제, 나는 그런 권위자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서술들에 지나친 강조를 두고 싶지 않다. 그저 그런 서술들을 과학 문헌에서 통용되는 화폐 정도로 여기려고 한다. 그것은 권위자의 도장을 찍은 채 유통되어 오면서, 그 가치에 의문을 던지지 않은 작가들에 의해 수용되고 또다시 출판되어 왔다. (Aitken 1878, 252) p89
'과학 문헌에서 통용되는 화폐 정도'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서 짜릿함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서 통용하는 '화폐'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론과 경험들을 대한다면 그 '화폐'를 인정하고 그러한 인정을 바탕으로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더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보편성에 새로운 관점을 보완해나가는 과정,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일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HR의 영역에서 보면 '화폐'는 일종의 '이론 모델 Theoretical model'에 해당할 듯합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지식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단순화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단순화는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의 제한적 이해를 제공하지만 단순화를 통해 우리 대다수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제 우리들이 할 일은 이러한 '이론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는 일일 듯합니다.
일단 표준이 명료하게 규명되면, 이어 우리는 온도에서 어떤 현상이 실제로 고정적인지, 또는 얼마나 고정적인지에 관한 평가 작업을 다시 따져볼 수 있다. p91
HR에서의 표준 , 적어도 국내 기업들에게만큼은 적합한 , 을 만들어보려는 개인적인 시도들을 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산업과 기업 특성이, 사람의 특성이, 경영자의 특성이 다 달라서 표준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대해 그 논리 자체를 부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의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되지는 않다는 생각을 아직은 하고 있습니다. 일단 개략적인 표준이 규명되면 누군가 그 표준을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HR이라는 분야에서 그 시발점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특정한 현상이 고정된 온도에서 일어나는지 아닌지 말하고자 한다면 어떤 립적인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각각의 제안된 고정점이 스스로 고정되었다고 선언하고 그것에 맞지 않는 모든 다른 것들을 가변적이라고 선언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안된 고정점 자체에 직접 기반을 두지 않는 표준이 필요하다. p92
HR에서의 기존의 이론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HR의 모형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실무적 경험에 기반한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제가 배우는 이론들은 그러한 실무적 경험에 기반한 사고가 가질 수 있는 오류를 보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표준을 만들고자 하면서 특정 이론에 기반해 사고를 한다면 그건 '제안된 고정점 자체에 직접 기반을 둔 표준'이 되겠지요. 그런데 사실 갈수록 힘들어지긴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하석 교수님의 책의 일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 개선이 가능한 것은 바로 존중의 원리가 옛 표준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p100
르뇨의 비결은 '비교동등성 comparability'이라는 인식에 있었다. 만일 온도계가 우리에게 진정한 온도를 제시한다면 그것은 적어도 동일 조건에서는 언제나 동일한 기록을 보여주어야 한다. p159
비교동등성은 달리 말하면 '신뢰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반복해서 실험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정도를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학의 분야뿐 아니라 HR이라는 분야에서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정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HR이라는 분야에서 이러한 신뢰성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결국 최대한 많은 수의 데이터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들이 서로 공유되어 움직일 수 있다면 그러한 데이터에 바탕을 둔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보와 공유라는 두 테마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는 관찰을 감각에서 나오는 신뢰할 만한 결정 reliable determination from sensation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 더 중요한 것은 비교에 의한 판단 comparative judgment이며, 그럴 때에 우리는 관찰가능성의 향상을 인식할 수 있다. p176
책을 보면서 책의 저자이신 장하석 교수님이 정말 위대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위의 '관찰'에 대한 정의는 그런 경험을 만나게 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관찰'은 기본적으로 주관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주관성이 상대적으로 객관성을 지닌 관찰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비교에 의한 판단'이 됩니다. 서로 다른 혹은 서로 유사한 경험들이 한 자리에 모여 , 서로 공유되어 , '비교에 의한 판단'이 가능한 상태가 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해석/이해를 해봅니다.
공리주의 법률가인 제레미 벤담 Jeremy Bentham:1748~1832 은 이 사례를 들어 믿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willlingness가 어떻게 낯익음familarity 과 묶여 있는지를 설명했다. p222
'믿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어떻게 낯익음과 묶여 있는지'라는 표현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적절한 표현인 듯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HR이라는 분야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믿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믿고자 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것 혹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낯설음'을 인정할 수 있음으로 갈 때 비로소 우리가 이야기하는 각 분야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쉽게 현실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정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소수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 그 프레임이 무너졌을 때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이 '믿고자 하는 의지와 낯익음'을 하나로 묶고 '낯설음'을 배제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으니 말이죠.
장하석 교수님은 서문에 '칼 세이건 교수의 코스모스라는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생각지 않게 접한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p10라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합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저에게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적 사유에 대해 훗날의 언젠가에 영향을 받은 책으로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