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수많은 독자 중 한 명으로서의 바램
독서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즐겨보는 장르는 아니지만 외부의 필요성에 의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나 책 소개를 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읽던 중 마음에 걸리는 말이 몇이 있었습니다. 책 소개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문장을 바꾸어 질문을 드려보려 합니다.
질문1.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그 책의 의도 내지 핵심을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책의 저자분의 입장에서는 분명 어떤 의도 내지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해서 그 책을 읽는 우리들이 모두 그 책을 읽고 난 후 그 의도를 파악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책을 한 두 번 읽고 저자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아니오'라는 답을 더 제시할 수 있을 듯 하고, 설사 몇 번의 재독을 한다고 해도 이는 마찮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말하는 바를, 저자의 생각을 온전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을 때 문득 학창시절 '다음 글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이라는 시험문제의 질문이 떠올랐다고 할까요.
책을 읽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 독서란 저자의 생각을 빌어 그 생각이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과 결합되어 독자의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혹은 체계화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정말 손쉬운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질문2. 책을 읽는 목적은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인가?
달리 말하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 기여하지 않는 책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영하 소설가의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자' 라는 TED 강연에서 예술을 왜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예술이 밥먹여 주냐, 예술해서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등의 질문들이죠. 전 책을 읽는 목적이 그냥 '좋아서'이길 바랍니다. 책을 어떠한 현실적 목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자주 보고 듣곡 느끼고 그것들을 일정한 시간에 활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 경험상 책은 한 두 권 읽는다고 갑자기 달라지거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다양한 책들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들이 일정한 시점이 지나 어느 시점에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 내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책을 읽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이 우리 삶이 보다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느낀다는 건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질문3. 우리에게 필요한 책들만 보는 것이 소위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더 필요한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case by case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기존의 자료들이 있지만 이들을 보완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추가로 보곤 합니다. 이 경우는 시간적 제한과 결과물이 존재하므로 그에 필요한 책들을 선별하여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평소에 보는 책이라면 그 필요성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앞에서 잠시 언급한 '다음 글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정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다음 글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독자 자신의 언어로 설명해보세요' 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 자신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1+1은 반드시 2가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1+1은 왜 2가 되는지 혹은 1+1이 다른 방식과 사고, 논리로 이해했을 때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일종의 insight 내지 nitch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직장을 옮긴 후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매주 한 두시간씩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들을 전달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그 친구가 제가 했던 방식대로 앞으로도 그가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이야기들을 그 친구 나름대로 정리해서 좀 더 나은 무언가로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책을 읽는 경험이 단지 책을 하나의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귀결되지 않길 바랍니다. 책을 읽는 경험은 저자가 가진 경험과 독자가 가진 경험이 만나 저마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창작의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