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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23. 2018

본질적 사고의 연습

퇴근길 생각 - 미리 준비한다는 것의 의미

누군가와 함께 지하철을 타러 갑니다. 열차가 들어오는 신호를 본 그가 저를 붙잡고 달립니다. 그냥 웃으며 덕분에 참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달리기를 해봤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전 제 삶에서 최대한 서두르지 않는 것을 하나의 기본으로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신호가 바뀌는 건널목이나 저만치 들어오는 지하철에도 제가 걷는 걸음으로 도달할 수 없어 보이면 그냥 다음 신호, 다음 열차를 선택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합니다. 빨리 해야 한다고. 그분들의 진심을 믿지만 동시에 제 자신의 원칙을 믿기도 합니다. 빨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분들이라면 빨리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무언가를 빨리 하는 재주가 없습니다. 일단 무언가 일을 하려면 그 일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일을 하곤 합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그들과 같은 속도로 가려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면 서두르지 않고서도 같은 속도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의 축적이 진행되고 나면 어느 순간 남들과 다른 속도로 가는 나를 만나볼 수도 있을 겁니다.


미리 준비한다는 것에 대해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어떻게 알고 미리 준비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여기에서 '미리 준비한다'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다'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의미가 아닌 우리가 다루는 일과 사람과 세상, 그 상호작용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과 사고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살표 방향을 그려본다면 미래가 아닌 회귀적 관점에서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도식화해보면 아래와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질적인 사고를 연습하기 위한 시작점은 역시나 해당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 내지 원리를 이해하고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3대보험업무를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전임자 혹은 해당 일을 하던 선임이 '이렇게 하는 거야' 혹은 '이렇게 지금까지 해왔어'라는 말을 하면서 넘겨준다면 일단 전임자 혹은 선임의 업무 패턴에 대해 인계를 받으면서 이해하고 이후에 3대보험에 관한 기본적인 요율과 계산방식, 해당 업무의 수행을 위해 사용되는 일련의 용어들을 이해하고 인계받은 업무를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해석해보는 과정을 반복해보는 식입니다. 혹자는 전임자 혹은 선임의 잘잘못을 집어내려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우리가 같은 일을 시대가 변하고 있음에도 과거의 방식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 그 변화에 맞는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함에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을 우리는 KAIZEN이라는 용어의 개념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본질적 사고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현재를 만들어낸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과 가장 기초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들을 '이해한다'는 건 단순히 우리가 어릴 적 시험을 보듯 달달 외워서 정답을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그 데이터와 경험, 기초원리를 기반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그들이 현재로 오는 과정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예측성을 높여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왜 이렇게 하고 있어요?'

요 몇 개월 제가 종종 던진 질문입니다. 듣는 상황에 따라 거북할 수 있기에 미리 이야기를 해놓기도 합니다. '제가 던지는 '왜'는 '책임'과 거리가 먼, 일종의 호기심입니다'라고. 그 사람이 왜 그러한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해하면 일종의 변화를 가져가볼 수 있는 point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물론 제발 '지식'의 단계에서의 채우지 못함이 원인이길 바라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해줄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고'의 단계에서 막혀있다면 그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고'란 단순히 배운 것이 아닌 그 사람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져진 일종의 생각근육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는 Krut. Lewin의 Unfreezing - Moving - Refreezing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아직 제가 가진 역량으로 그 부분까지 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진다고 말을 합니다. 사실 실제로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있긴 합니다. 세상이 어떤 모습이건 간에 '본질적 사고'를 하는 연습 과정이 우리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결국 자신의 사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타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면 '본질적 사고'는 우리의 전문성 확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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