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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30. 2018

의도 意圖

여기저기 보이는 생각보다 자극적인 현수막의 문구들을 보면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기 저기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 한 줄 혹은 몇 개의 단어로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이를 통해 무언가의 유리함을 가져오려는 의도입니다. HR을 하면서 제도를 만들 때도 항상 '의도'를 이야기합니다. 제도를 통해 임직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따라 HR제도의 형태와 운영방식 등이 달라지고 제도를 홍보하는 단어나 문장, 표현방식 역시 달라진다는 생각입니다. 


의도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무엇을 이루려고 꾀함' 이라는 의미가 나타납니다. 이 말은 조금 달리 해석해보면 그 의도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루려고 꾀하는 '무엇'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그 의도가 누군가를 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문장이 주는 화려함 대신 그 문장의 신뢰성을 조금 더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HR제도는 제도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있고 - 물론, 정답이라 여기고 배워서 그대로 행하는 경우는 제외합니다. - 우리가 무심코 마주하는 TV의 30초 광고들도 저마다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말하는 이 조차도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잘 되길 바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내놓는 말들은 그 중에서도 강한, 그리고 다분히 편향적인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어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무언가에 의해 누군가의 '의도'를 마주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더 많은 '의도'들에 노출되겠죠. '의도'에 대한 검증과 '선택'은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검색해보면 다음의 글이 나옵니다. 

이성은 넓은 의미에서 인식 능력을 말한다. 인식에서 인간은 직관을 통해 대상으로부터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점에서 수용적이며 수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직관 능력은 감성이며, 감성 형식은 시간과 공간이다. 직관된 내용은 다만 수용되어 있는 상태로 머물지 않고 그를 통해 더 깊이 사유될 때 대상에 대한 인식이 성립한다. 이러한 사유 능력은 감성이 아닌 오성이다. 이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이다. 이를 따르지 않고서는 참된 사유가 아닌 변덕이 되고 만다. 


현수막이나 화려한 문장에 직관적으로 우리가 반응하는 것은 감성이고, 그러한 감성이 깊은 사유를 통해 인식될 때 이를 오성이라 합니다. 이를를 따르지 못하면 참된 사유가 아닌 변덕이 되겠죠. 


어쩌면 과거보다 좀 더 피곤한 세상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들과 더 빠른 정보소통의 도구와 더 많은 목소리와 더 화려한 기교들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일종의 피로감을 암암리에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의도의 틀' - 이것이 우리가 익히 접했고 알고 있는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을 우리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하는, 이를 통해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들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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