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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평균의 종말

당연함의 이름으로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들과의 이별

by Opellie

중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당시만 해도 소위 비평준화 지역으로 고등학교 진학시에 배치고사라는 걸 봤었습니다. 중3 담임 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이셨는데 반에서 상위 몇 명을 교무실로 부릅니다. (그 속에 저도 속해있었지만 딱히 공부를 잘한다 축은 아니었습니다.) 반 1등 아이를 보며 머리가 좋다고 말하고 이어 저를 보면서 머리가 나쁘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담임 입장에서는 어느 고등학교에 몇 명을, 그것도 해당 고등학교의 장학생으로 몇 명이 가는가 가 중요한 실적이므로 , 그리고 저는 그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으므로 , 그 입장을 이해하긴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던 기억입니다. 그 친구는 IQ 150이 넘는 친구였고, 저는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우리들이 받은 교육이 얼마나 그 방식이 잘못되었는지 명확한데 사실 어릴 적엔 그걸 몰랐으니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일종의 평균적인 인간으로 자라기 위한 교육을 받았던 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당하고 말이죠. 이런 말을 하다보니 예전에 보았던 '가타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수많은 표준화된 똑같은 존재들.

통계에 대한 이야기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집었으나
수학 혹은 통계가 아닌 사람 내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남은 책


이라는 말로 책에 대한 한 문장을 남기며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주요 전제는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즉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p030
어떤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 p031

평균적인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는 것. 지난 12년 남짓 HR을 해오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경험치도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을 평균이라는 그럴듯한 기준을 만들어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기준에 따라 고성과자 저성과자를 구분해 왔고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은 어쩌면 통제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우리들 혹은 어쩌면 경영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성이란 얼핏 보면 혼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다양성이 수렴되기 위해서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위의 모습들은 경영진이 스스로 리더로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s. 이미 우리는 정치라는 세계에서 '리더로서 변화를 하지 못하는' 그룹들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에르고딕 스위치라는 것은 일종의 지적 '유인술'로 생각하면 된다. 말하자면 과학자, 교육가, 기업 리더, 채용 관리자, 의사가 평균주의의 유혹에 속아 개개인을 평균과 비교함으로써 개개인에 대해 뭔가 중요한 것을 알아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지만 정작 실제로는 개개인에 대해 중요한 것을 모조리 무시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p101

책의 부제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의 답을 찾아볼 수 있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는 그러한 평균의 허상이 있음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산업 시대에는 평균주의 방식이 대세였고 개개인 우선 방식은 뜬구름 잡기로 치부되기 일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의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으며 지난 10년 사이에 막대한 양의 개개인 자료를 수집 / 저장 / 처리하는 것쯤은 아주 편리하고 시시한 일이 됐다.
단지 부족한 것은 이를 사용할 사고방식뿐이다. p113

개인 글에서 이야기드렸듯이 '사고'는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집니다. 우리가 어릴 적 배우던 방식으로의 배움은 수동적 존재로서 우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능동적 존재로서 우리를 만들지 못합니다. 심지어 능동적 존재가 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도 연습이 필요하고 이러한 사고는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동시에 가장 부족한 것은 '사고하는 힘'입니다.

인간의 능력이 들쭉날쭉하다면 ~ 여전히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 재능을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대다수가 평균주의 과학에 길들여져 은연중에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p137

한 가지 확실한 흐름은 customized 된 무언가, 즉 개개인에 적합한 무언가가 많아지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시스템으로 조직과 사람을 바라보면 볼 수 없었던 , 그래서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는 시스템으로, 그것도 오래 전에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으로 오늘날을 판단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체감적 거리는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아닌 개인 혹은 시스템과 개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문제는 약한 분석력이 아니었다. ~ 나의 가장 취약한 지능, 즉 작업 기억에 의존해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p146

저는 서두르는 것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발생하는데 초년생 시절 어느 팀장님은 매일 빨리빨리를 외치시기도 했죠. 제가 선택한 건 서두르기 대신 미리 준비하기였습니다. 일의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놓고 미리 공부하는 방식으로 다가올 일에 대응하면서 서두르지 않아도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약점이 아닌 강점을 여러 글을 통해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독자적 경로는 틀림없이 표준 경로가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신념에 묻혀 가려져 있던 그런 경로들이었다. p189

어쩌면 오늘날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표준 경로라고 믿었던 그 경로에서 벗어나 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처럼 말입니다.

각 직원들은 자신의 임무 기술서를 작성해서 회사의 전반적 임무에 어떤 기여를 할 계획인지 설명하고 포부와 목표도 밝힌다. 이때 해당 직원의 목표와 활동에 영향을 받을 만한 모든 직원들이 그 기술서에 서명을 해줘야 한다. p231

아직 우리들은 이러한 임무 기술서를 작성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봅니다. 일부는 왜 쓸데없이 문서작업을 추가하는가?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임무 기술서의 가장 좋은 기능은 '일을 대상으로 사고를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도 일정 기간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고'를 하게 합니다. 이는 일에 대한 나만의 why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의미 있는 일'을 우리가 만드는 과정입니다. 갈 길은 멀지만 조금씩 시도를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통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질문으로 만나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많은 생각의 되새김질을 해볼 수 있는 책으로 소개를 드립니다. 평균을 이야기하지만 숫자 계산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평균의종말 #개개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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