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세상에서 데이터에 종속되지 않을 우리들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HR에서 앞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두 요소가 Data와 Facilitation입니다. 특히 전자는 그 중요성에 대해 이미 계속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어느 범위까지를 Data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도 있을 듯 합니다. 정량적 데이터 이외에 정성적 데이터, 특히 맥락context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도서명 : 센스메이킹
저 자 :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이것이 빅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전략이다'
라는 책의 부제를 기억하며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하드 데이터와 자연과학적 방법론에만 초점을 맞출 때, 인간의 행동을 수많은 쿼크quarks나 위젯widgets처럼 정량화할 때, 모든 단순화시킬 수 없는 형태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둔화된다. p013
HR을 일정 시간 이상 해오면서 단순히 눈으로 보여지지 않는 느낌이나 생각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일련의 글들도 그러한 느낌과 생각들을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래서 많이 주관적이죠)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미 위의 모습들은 충분히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MBO가 본격 활용되면서 정성데이터를 어떤 식으로든 정량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고, 오늘날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한 고민이 적거나 없었던 일부 관리자를 통해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량화는 우리들로 하여금 일에 대한 책임에서 도망가고, 생각하는 대신 순종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고,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주고받으며 조정하는 과정이 아닌 일방적인 판단과 지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문장처럼 '모든 단순화시킬 수 없는 형태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우리도 모르게 '둔화'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술학, 과학, 인문학, 사회학, 언어학을 공부하면 계속 변하는 환경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민한 정신이 계발된다." p017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드레이퍼스 형제가 개발한 이론은 전문가들이 문화나 사회적 맥락의 체험을 통해 숙달된 수준에 이르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1단계 : 초보자 - 드레이퍼스는 이미 익힌 규칙에 따라 일정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정보처리'라 부른다.
2단계 : 상급 초보자 - 상황적. 1단계와 2단계의 핵심적 차이는 상급초보자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적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3단계 :중급자 - 탈맥락적 요소들 사이에서,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계를 부여하는 절차를 익혀야 한다.
4단계 : 고급자 - 규칙을 이성적으로 적용하는 일과 관계가 없는 신속하고 유연하며 '몰입적인' 행동을 한다.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다.
5단계 : 전문가 - 확고하게 경험을 쌓고 완전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상황도 무의식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몰입적 행동이다. p106 ~ p109
역량 수준을 5단계로 나누었던 적이 있습니다. 해당 5단계의 역량을 나누었던 기준과 그 맥락을 같이 합니다. 어쩌면 HR에서 해당 인원의 직무 전문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활용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기존의 우리들은 2단계 수준 혹은 2단계에 3단계를 부수적으로 가미하는 수준에서 전문성을 이해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많은 사회생활을 했던, 특히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운영했던 대기업의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3단계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데 기여를 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평가를 진행하는 중에 어느 본부장님이 저에게 하셨던 말처럼 말이죠.
"이거 방법이 틀렸어. 내가 했던 방식이 아냐" 라는.
우리는 우리가 어떤 것을 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까? 어떻게 어떤 것을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p123
돌이켜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4년 시기가 가장 즐거웠다고 말하는 건 그 때는 무언가 배운다는 느낌이 매일 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소위 '성장하고 있음'에 대한 느낌입니다. 반면 10여년이 지난 후 지금은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처음부터 몰랐던 게 많았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모르는 게 더 많아져 버린 HR-er라는 프로필의 제 소개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객관적 지식을 배우고 시간의 축적을 통해 주관적 지식을 더하는 과정의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그 다음의 배움은 '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밖에서 안으로의 배움'으로 시작해서 '안에서 밖으의 배움'으로 완성해가는 '배움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움의 방향, opellie 브런치)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의 달인이나 뛰어난 정치 지도자들이 갖춘 재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광활한 데이터와 인상, 사실, 경험, 의견, 관찰의 바다에서 패턴을 보고 뒤이어 패턴들을 이어서 하나의 통합적 통찰을 얻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와의 직접적이고 거의 감각적인 접촉', '무엇이 무엇과 맞는지, 무엇이 무엇에서 나오는지, 무엇이 무엇으로 이어지는지 간파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필요하다.p135
창의적 통찰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영역에서 '우리를 통해' 나온다. (중략) 유명한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는 창의성의 '3B'로 버스bus, 욕조bath, 침대bed를 제시했다. 이 세 곳은 대개 우리가 존재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환경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저절로 드러난다. 하이데거는 이처럼 드러내거나 빛을 비추는 행위를 파이네스타이phainesthai라 부른다.(중략) 그보다 우리가 사물과 소통할 때 파이네스타이가 이뤄진다. p201~p202
볼프강 쾰러의 3B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폰이든, 브런치의 임시저장기능이든, 혹은 onenote나 휴대용 수첩, 가방안의 책 등 여기저기 제가 생활하는 행동 반경에 메모가 가능한 환경을 두려 노력합니다. 생각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의 전혀 다른 자극이 들어왔을 때 그 자극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상호작용은 서로 주고 받음의 과정으로 우리가 아는 것을 사람 혹은 사물과 공유함으로써, 그리고 그 사람 내지 사물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을 '안에서 밖으로의 배움'에 추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돌파구는 '번개처럼' 열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패턴 인식에 대한 풍부하고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p232
우리들의 삶은 우리가 학창시절 보던 시험처럼 누군가가 알려준 대로만 외우고 계산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는성질의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이미 주어진 답에 우리들의 경험을 더하고 주어진 답과 경험에 대해 지속적인 돌아보기를 수행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패턴 인식에 대한 풍부하고 깊은 우리 자신만의 지식'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여정에 나설 때 어둠 속에서 지침을 제공할 GPS나 인공위성처럼 모든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틀 안에 통합할 수 있는 모형이나 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감정가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탐색의 핵심은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는 것이 아니라 능숙한 해석에 있다. p269
사회에 나와보면 여전히 많은 경우 단 하나의 정답이 주어지길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정답이라 말하는 경우도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학창시절 우리들에게나 적합한 방식일 뿐 사회에 나와 있는 우리들에게 적합한 방식이 아닙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지속적인 발전을 해온 인류의 역사와도 맞지 않아 보입니다.
진정한 감정가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그녀)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 속에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며 현 상황에서 적합한 답을 찾아냅니다. '나는 우리의 세계가 사리 과거보다 복잡하지 않으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믿는다. p057'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입니다.
며칠 전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통성명을 하고 SNS를 통해 많은 insight를 주시는 어느 분의 북콘서트에 다녀 왔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책인데 이야기 중에 들려오는 하나의 단어가 머리에 꽂혔습니다. 바로 '맥락' 이라는 단어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데이터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글의 도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이터는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이 데이터를 일종의 정답으로 외우고 스스로의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가 가지는 맥락적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 한줄평
'빅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전략'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가 붙긴 했지만
그 부제, 즉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사례와 이론을 통해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