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담당자가 OD-er가 되어야 하는 이유
2016년 경영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우형록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조직개발 강의를 들었습니다. '조직개발' 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머리 속에 넣은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후 2017년 쿠퍼실리테이션 그룹에서 진행하는 쿠퍼이브닝에 (가급적) 매주 참석하면서 조직개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조직개발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은 명확성을 갖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필요성을 인지하지만 명확성이 담보되지 못했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말이죠.
조직개발이 무엇일까?에 대한 많은 정의들이 있습니다. 『조직 개발과 변화, Thomas G. Cummings / Christopher G. Worley, 한경사』에서 소개된 조직개발에 대한 정의를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개발은 행동과학 기법, 연구, 이론을 활용하여 조직문화를 계획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 Warner Burke
조직개발은 행동과학지식을 활용하여 (1)계획적으로 (2)조직 전체에 걸쳐 (3)최고경영층 주도로 (4)조직 효과성과 건전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5)조직 "과정"에 개입하는 노력이다. - Richard Beckhard
조직개발은 (1)인간 중심 가치, (2)행동과학, (3) 개방체계이론 등을 기초로, 환경, 미션, 전략, 리더십, 문화, 구조, 정보 및 보상체계, 작업절차와 같은 조직 변수 간 정합을 통해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조직 전체의 계획적인 변화 과정이다. Warner Burke and David Bradford
조직 개발과 변화, Thomas G. Cummings / Christopher G. Worley, 한경사, p2
HR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정의는 시대가 최근으로 올수록 더 복잡해지고 문장이 길어지는 패턴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어쨌든 조직개발에 대한 이론적 정의들은 위와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의 쿠퍼이브닝이라는 세션에서는 Richard Becknard의 정의를 이야기했는데, 그래서인지 조직개발에 대해 비교적 직접적인 인식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정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계획적으로
계획이란 단어를 달리 표현하면 '방향성을 가진 의도'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조직개발은 기본적으로 그 개발의 과정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바는 비록 그 형태가 무엇이든간에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창출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조직을 개편한다면 그 개편된 모습이 기입이 만들고자 하는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앞서 조직설계에서 이야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2)조직 전체에 걸쳐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단위조직을 대상으로 pilot 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진행했다고 해서 이를 조직개발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기업의 각 단위조직 내지 기능들이 공통의 목표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조직개발은 기본적으로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영향력있는 혹은 현재 가능한 일부만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더라도 이를 조직개발이라 보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듯 합니다.
(3) 최고 경영층 주도로
이는 상기의 (1) 계획적으로 와 연결됩니다. '방향성을 가진 의도'란 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고 경영층 주도'라는 의미가 강제적이거나 인위적인 방식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최고 경영층의 지지 내지 지원을 의미로 보는 것이 오늘날엔 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조직효과성과 건전성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조직개발을 하는 '방향성을 가진 의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5) 조직 '과정'에 개입하는 노력이미 행하고 있는 조직 전반에 걸친 흐름에 인위적인 '개입intervention'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조직의 흐름과 각 직무, 실제 실무적 차원에서의 움직임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조직개발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상기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면,
조직개발은 방향성 내지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인위적 개입으로 최고경영진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으로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고있는 HR의 거의 모든 활동들은 위의 조직개발 정의에 부합합니다. HR제도는 그 자체로 일정한 방향성, 몇몇 글에서 '메시지'라 표현했던, 을 가지고 있고 거의 대부분 경영진 보고를 진행하며 제도의 운용을 통해 조직의 '과정'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행동에 개입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경우 HR을 하고 있지만 조직개발활동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정한 방향성이 없었고 개입intervention이 아닌 지원support으로 HR을 바라보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HR활동은 그 자체로 조직개발 활동이다.
조직개발에 관한 이론 등을 배우면서 갖게 된 생각은 HR의 제반 활동은 모두가 조직개발활동 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채용 배치 평가 보상 등의 제반 활동들이 1)일련의 방향성을 가진 의도를 가지고 3)경영진의 의도를 담아 2)조직전체를 대상으로 4)조직의 효과성과 건전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5)일종의 개입 활동임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서 조직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명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직개발이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립된 실체라기 보다는 HR의 다양한 영역들의 움직임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HR담당자가 OD-er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HR담당자에게 일종의 의무를 부여합니다. 단순히 주어진대로 혹은 배운대로 HR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존의 것을 익히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위해 계속 배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달리 말하면 편안함에서 의도적인 불편함을 만들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의 연속을 만들어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란 현실에 발을 디디고 머리로 이상을 그려 나가며 두 손과 몸을 활용해 현재가 미래로 가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해나감을 의미합니다. OD-er로서 HR담당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