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조직개발이 필요한 이유
실무적으로 조직설계와 관련해서 제가 주로 했던 작업은 경영진이 이미 대략적인 방향을 잡아놓은 안을 구체적인 조직도로 만들고 이에 수반되는 인사발령을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조직개편과 발령에 대한 공식문서를 작성하기에 해당 직무 담당자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조직개편에 대한 why를 짐작만할 뿐 모른 채 일을 했던 셈입니다. 심지어 그 조직개편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지요.
저에게 있어 최초 조직개편의 경험은 군대에서 였습니다. 갓 일병을 달고 이제 자대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부대 지휘관이 바뀌면서 소대개편이 있었습니다. 그 개편에 따른 이동 대상자에 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지휘관에게 소대개편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휘관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달랐을텐데 지휘관분은 저를 불러 한시간정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태어나 리더를 인지하게 된 최초의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내년 사업계획 이야기가 오가면서 내년도 조직에 대해 실무자 의견을 계속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실무자로서 굳이 개입하지 않고 정해진 사항에 대한 F/U만 해도 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개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HR이 직무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HR이 직무를 다루고 있는 한,
조직설계에 HR은 일정 수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직무를 다루는 목적을 생각해보면 결국 직무성과의 달성에 있고 직무성과를 달성해야하는 이유는 결국 기업의 가치창출로 연결됩니다. 이는 각 직무가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협력관계가 구체화된 모습이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조직인 이유입니다.
많은 경우 특정한 기준없이 일종의 기능만으로 조직간 경계를 구분합니다. 인사팀 기획팀 영업팀 등으로 말이죠. 하지만 조직성과에 기여하는 직무성과의 직무간 연결고리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개략적인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역할의 설정
2. 직무의 배치/조합
3. 사람의 배치/조합
조직설계의 순서는 위와 같지만 위의 순서를 진행하기위해 우리는 2번과 3번에 대한 데이터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1번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2,3번이 아니라 1번과 무관하게 독립적 기준으로 2,3번을 만들고 이를 1번과 맞추는 과정이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특정 소수인원에 의해서 직무가 가지는 고유성이 변동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는 직무의 전문성 내지 프리랜서 전문가로서 개인의 성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1. 조직역할의 설정
조직역할의 설정은 특정 기능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와 동시에 그 기능을 수행할 조직을 선정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기능에 대한 검토를 기반으로 해당 조직에 대해 기대하는 역할을 설정하는 단계입니다. 조직의 존재목적을 설정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는 거의 모든 업무가 한 두 사람에 의해 진행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를 생각하게 되고 규모가 커지면 그 사람의 모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조직의 역할이란 그 '필요하다'를 정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직무의 배치 / 조합
이를 위해 우리는 사전에 조합의 대상으로 직무에 대한 분류작업을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의 역할에 따라 배치를 하지만 이는 조직의 역할에 따라 직무 자체의 본질이 달라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여러 블록들을 조합하여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직무를 어떤 형태로 만드는가에 따라 우리가 기대하는 조직 역할에 보다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지가 결정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직무가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3. 사람의 배치 / 조합
조직의 역할이 설정되고 해당 역할의 수행에 필요한 직무들이 배치되고 나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고유 지식과 스킬, 경우에 따라서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직무를 수행하게 하며, 이 때 직무 수행자가 가지고 있는 주관이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의 역할 기대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하여 기업 내 해당 직무에 대한 직무성과 혹은 직무MTP를 포함한 직무기술서 내지 명세서를 작성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 내 크고 작은 조직들은 기업이라는 가장 큰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어야 합니다. HR담당자들이 말하듯 기업마다 산업마다 HR과 경영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 우리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단위조직 역시 그러한 차이들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단지 있어보이는 조직명칭을 위한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조직역할에 필요한 직무와 하부 단위조직을 구성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전에 있었던 기업에서 소속 부서명은 '기업발전그룹'이었습니다. 혹자는 '있어보임'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해당 부서 소속으로 일을 하면서 왜 '기업발전그룹'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가 되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단순히 HR의 각 영역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그림을 이해하고 각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HR과 약간의 기획, 성과관리 등을 함께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애초부더 각 조직의 역할이나 직무의 MPT 등을 고민하면서 기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듯 합니다. 물론 일부 조직문화 등의 하나됨에 대한 아픈 경험을 가지신 경영자 분의 경우 시작단계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성장하고 있고 무언가 기업으로서 만들어가는 시간이 축적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위의 하나됨을 만들어가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의 우리들에게 조직개발 영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