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개인이 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간의 경험 중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경험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7~8년 전에 했던 인사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이야기합니다. 규모도 있었고 외형적으로 명확한 결과물이 있기도 하지만 프로젝트 전과 후의 환경과 저 사이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에서 제 나름의 방식을 찾고 일정수준 검증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온라인 강의를 듣다가 문득 제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겐 맞을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일하는 방식을 안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옵션 하나를 더 가진다는 점에서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opellie의 일하는 방식.
일의 산출물을 그려보기
직무에 대한 제 글들이나 re:work의 KRs에서 몇 번 이야기했던 산출물이라는 대상이 있습니다. 산출물을 그리는 일은 제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 있어 일종의 출발점입니다. 대략 어느 시점에서 어떤 모습의 결과물이 나올지를 예상해보는 단계입니다. 물론 대부분이 그러하고 제 경험도 저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예상했다고 해서 변수 하나 없이 일이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인사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대략 9개월 기간에 걸쳐 진행한 작업이었습니다. 외부 컨설팅이나 이미 일정 수준 만들어져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기존에 회사에서 수행하고 있던 업무 프로세스를 최대한 그대로 시스템으로 만드는 형태였고,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이한 방식이었습니다. 처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외부 컨설팅을 받자는 논의를 하였고 해당 프로젝트 메인 실무로 참여한 저와 당시 실무쪽 PM이었던 부장님은 자체로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만 보면 무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론으로 보면 정해진 기한 내에 시스템 오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 도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인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나서 가장 먼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만들어질 시스템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해당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의 방향을 구체화시켜갔습니다. 물론 실제 프로젝트의 진행은 사고의 역순으로 진행되었지만 구체적 결과물을 머리 속에 두고 일을 시작한 덕분에 중간에 다른 방향 등으로 이탈하는 시간 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산출물을 미리 그려본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위의 프로젝트에서 제가 자체로 진행하자고 했던 건 그 전 몇 년간 열심히 모아두었던 자료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보고 모아두었던 자료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활용되고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일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혼자서 산출물을 그려본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사회생활에서 시간은 제한적이므로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자주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치로서 결과물을 확인하는 셈입니다.
결과물에 anchor를 두고 다음에 할 일은 다들 아시는 '방법론 생각하기'입니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존의 결과물을 배우고 그 결과물을 기반으로 그 과정을 스스로 이해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이 주는 부가적인 이점은 산출물로부터 과정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때론 그 실마리가 더 나은 산출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경력직에게 있어 이는 이직 등에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때 어느 정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산출물을 통해 해당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나 패턴을 이해하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경우 주의할 점은 그 산출물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어떤 경우에 있어 산출물에 기반한 사고가 사고의 고착화로 다양성 내지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더한다면 산출물 기반 사고가 다양성 내지 창의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 산출물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다양성을 무시한 것에 기인한 것일 수 있으리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매뉴얼 내지 프로세스를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그대로 행하는 것 말이죠.
산출물을 그리는 작업을 할 때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팁 중 하나는 적어도 HR에 있어서는 고객의 관점을 생각한다 라는 점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시스템을 만든다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실제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 제도를 만든다면 그 제도를 누군가가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 내지 이용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식입니다. 데이터나 일종의 모델을 만든다면 그 데이터나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역량모델을 만든다고 하면 그 역량모델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활용도에 따라 역량모델의 모습을 조금씩 customizing하는 식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재밌는 모습들이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대학시절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 중에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저 포함 몇 몇이 같이 무언가를 하다가도 잠깐 머리좀 비우자며 노래방을 가서 30분, 1시간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노래방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리가 노래방에서 가수의 음정과 톤에 따라가면서 노래를 부르기에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일하는 방식은 다양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들이 직접 경험으로 마주하게 되는 일하는 방식은 다소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일하는 방법을 만들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