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H팩터(factor)가 높은 인간과 낮은 인간의 성격 탐구
한 동안 책을 못 읽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1~2월을 보내고 있는 탓도 있고, 읽고자 샀던 몇 권의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휴독(休讀)을 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일들을 바라보다가 담아 놓은 책들이 떠올라 다시 주문을 합니다. 그렇게 구입한 책 중 한 권, "H펙터의 심리학" 입니다. 약간의 휴독기간과 이전 도서에 대한 난독증으로 다시 비슷한 도서를 만날 경우 입을 수 있는 치명상을 걱정하며 손에 든 이 책은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어려움'을 뒤로 하고 생각보다 쉽게 읽혀지는 책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구어체로 서술된 책의 형식도 이런 자연스러움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본 책은 HEXACO Model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따라서 이 모델에 대한 소개를 글로 하는 건 자칫 저작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단문들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만 인용을 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그 마지막에 HEXACO 성격검사를 할 수 있는 성격검사지를 부록으로 제공합니다. 비교적 읽기 쉽고 나름의 진단을 해볼 수도 있는, 그리고 책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소개드립니다.
도서명: H팩터의 심리학
저 자: 이기범, 마이클 애쉬튼
출판사: 문예출판사
성격 요인의 이름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소통의 편의를 위해서입니다만, 그 성격 요인을 넘 과하게 단순화하기도 하지요. 각 성격 요인을 더 잘 이해하려면 그 요인에 포함된 여러 성격 특성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p36
이론은 우리가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성격검사 역시 그럴 겁니다. 정답에 익숙한 우리들이 이들 검사도구들이 제공하는 답에 기대기 시작하면 이론은 더 이상 우리가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게 됩니다. 오히려 세상을 잘못 이해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성'으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나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편한 상태의 유지를 위해 내 자신이 아는 것을 정답으로 정하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는 관점을 우리는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개방성이 낮은 사람보다 지식이 풍부한 이유는 그들의 지적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 아닙니다.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나 논리, 수학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평균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어휘나 다양한 정보 환경에 노출될 기회를 더 많이 만들며, 이로 인해 사용하는 어휘와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더 풍부하게 쌓게 됩니다. p43
저는 제가 하는 일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나 말, 행동 등을 비교적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머리가 좋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전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중학교 3학년, 당시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배치고사를 봐야했던 상황에서, 담임선생님은 저를 교무실에 불러 대놓고 말하셨죠. '머리가 나쁘다' 라고. 개인적으로 일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는 힘으로 생각하는 건 특정 말이나 행동을 개별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이 있었어"가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말과 행동이 있었어"를 기억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서 그 상황에서 들었던 평소같으면 떠올리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이 그 상황에 연결되어 떠오르게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 나름의 '관심'이 기본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산업 및 조직심리학에서는 '직장 내 인상 관리'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다섯 가지 행동 유형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PR형(자신의 경험이나 업적을 자랑함)' '아부형(인기를 끌기 우해 동료나 상사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함)' '거짓 모범형(바쁘지 않은데도 바쁜 척함)' '엄살형(도움을 받거나 일을 회피하기 위해 어리벙벙하게 행동함)' '위협형(자신에게 힘이 있음을 과시하고 위협함)'입니다. p132
이런 유형분류가 나오면 가장 쉽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 '나는 어디에?' 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opellie라는 아이를 위의 다섯 가지 유형 중 어느 하나에 끼워넣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직장 내 인상 관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한 원인이 바로 뒤에 이어서 나옵니다.
이런 행동의 공통적인 특성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 직원이나 상사를 조종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p132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적어도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조종하려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름은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대신 제가 일을 하면서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 책의 HEXACO 유형 중 H에 해당하는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제도에 대해 누군가가 '틀렸다' 라는 피드백을 준 적이 있습니다. 그 피드백을 듣고 제가 당당할 수 있었던 건 그 제도에 제 사적인 이익이나 생각이 개입되지 않았음에 대해 당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직이 일에 대한 부분이라면 겸손은 사람에 대해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물론 정직은 일로, 겸손은 사람으로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위의 다섯 가지 유형 중 어느 유형에도 나는 속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을 좀 더 올바르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직성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정직성이 낮은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는 유용한 심리학 실험입니다. p208
책은 정직성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으로 다음의 네 가지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1. 이 사회는 민주적이고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일 것입니다.
2. 이 사회는 다 같이 잘사는 것을 이상으로 추구할 것입니다.
3. 이 사회는 윤리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가질 것입니다.
4. 이 사회는 (남을 지배하기보다는 그들과 협력하길 원하는) 자비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p222 ~p224
어떠신가요.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 우리가 일하는 조직도 이러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혹시 하셨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개개인이 정직성이 높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일 겁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갈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정직한 사람들이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은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고 나누는 '협력'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같이 모여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p244
HR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협력'의 필요성 내지 중요성 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위대한 회사'의 문장 뒤에 제가 속해 있는 회사의 이름을 붙일 수 있길 희망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어야 하는 세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협력'이 무엇보다 강한 무기라는 걸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느끼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좀 더 길을 가야 할 거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책은 그 맺음말을 통해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정직성은 여러분의 어릴 적 경험이나 여러분의 유전자에 의해서만 완전히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중략) 여러분이 진정으로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정직성을 이상향으로 삼아 부정직함에 대한 유혹을 다스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p246
그리고 책이 이야기한 위의 맺음말에 덧붙여 opellie의 생각을 남깁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상대방이 되었을 때 하기 싫거나 불쾌하다 느낀다면 ,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적어도 우리 자신은 누군가에게 그런 불쾌함을 주지 않고자 노력하고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자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보다 정직함의 방향으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