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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15. 2019

여백과 여유, 그리고 삶

브런치의 새하얀 도화지에 새겨진 글씨를 보면서 남기는 생각들

여백

아침시간 물끄러미 브런치 사이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한 느낌이랄까요. 새하얀 도화지에 오롯이 작가의 흔적만이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꾸미지 않았고 화려하지 않지만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고 간결하게 드러내주는 느낌이랄까요. 

브런치의 여백의 아름다움

전 글씨를 그리 잘 쓰는 편이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고 그런 저를 보면서 아버지는 '알아볼 수 있게 쓰는 게 제일 좋다'며 글씨에 대한 아들의 조금은 어긋날 수 있는 마음을 달래주시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친구들처럼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진 재주를 바꾸는 건 힘들었기에 했던 선택이 글씨의 크기르 줄이는 것이었죠. 학창시절 사용했던 노트는 대부분 가로줄이 있었는데 줄과 줄 사이의 공간에 절반 정도만 글씨가 차지하도록 작성하고 최대한 '여백'을 확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백이 많아지니 조금 나아보인다는 생각을 했던 듯도 한데, 어쩌면 어릴 적 내 자신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유

여백의 미란 일종의 '여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칸에 꽉 차 있는 글씨,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모습은 다소 '여유롭지 못한 듯'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뒤집어 보면 여유란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의 미'라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실질적인 '아름다움'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제 20대 시절에는 '여유'라는 게 없었습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 '여유'를 포기했던 것일 지도 모르지만요.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친구, 선후배들과 어느 호프집에 모여 응원하기로 한 날, 조용히 나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던 기억은 머리가 아닌 마음 한 켠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스물 여섯에 첫 출근을 했고, 스물 여덟에 HR을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제가 일하는 방식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 시작합니다. 물론 세상은 사회 초년생인 저에게 빨리 해야 한다고 여러 형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말이죠. 어쨌거나 제가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건 적어도 opellie라는 아이에게는 '빨리'보다 '여유'가 내가 일을 제대로 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었습니다. 


준비

opellie에게 일에서 '여유'를 갖는다는 건 '일'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일을 '준비'하는 것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 그래서 그 모르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배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우고 배울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음을 알게 되기에 '준비'를 위한 '배움'은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되게 됩니다. 누군가는 힘들게 왜 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학창시절의 공부는 인위적인 공부였다면 지금은 필요에 의해 찾아가는 배움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 기반

언젠가 이야기 했듯이 전 제 삶에서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하는게 더 맞을 듯 합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르겠지만 '여유'를  가진 모습이 되기 위해 여전히 '준비'를 하고자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유로운 삶이란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기본이 필요합니다.  제 20대를 돌이켜 보건데 물질적 기본이 없으면 삶의 '여유'를 찾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비교적 가난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제 개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그리 달갑지 않은 모습입니다. 다만 제가 추구하는 삶은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아닙니다. 대신 '준비'를 하고 '준비'를 통해 '여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확보하는 부가가치로서 '물질적 기반'을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나이가 같은 동료와 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론은 '여유로운 삶'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여유로운 삶'이라는 단어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담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은 대부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각자에게 한 번 쯤 물어봤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여유로운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아침 - 글 쓰는 시간은 저녁이지만 -나절 물끄러미 브런치의 사이트를 바라보다가 이어진 생각을 글로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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