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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18. 2019

자기통제와 성찰

간혹 자기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회복 탄력성 등 여러 글이나 책에서도 자기통제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는 분들께 이 단어를 듣는 경우도 있지요. 저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 자신이 자기통제가 그리 강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군대를 갓 제대하고 쉼없이 복학을 했던 해입니다. 복학은 했으나 적응이 안되었다고 할까요. 결국 한 학기 휴학을 했고 그 학기 동안 소위 말하는 게임 폐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전에 잠을 자고 오후부터 알바 전까지는 게임방에서 살다시피하는 생활패턴입니다. 덕분에 게방에서 사장님과 자장면을 먹는 경험도 했죠. 제 기억으로 쉼 없이 게임을 했던 게 대략 10시간 정도 였던 듯 합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생활을 하고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축나고 무언가 스스로 무너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3개월간의 습관이 참 무서운 거라 자연스레 게임방을 향하는 저를 보면서 제가 했던 선택은 일종의 감금이었습니다. 그 길로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내려가 개학 전 한달 동안 두문불출했었습니다. 무언가 스스로 통제가 안됨을 알았고 환경적인 장치를 스스로 만든 셈입니다. 


위와 같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통제와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과 인식입니다. 습관이란 생각보다 무서워서 우리가 그것이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머리 속으로 인지하고 있어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우리가 머리 속으로 '이상하다'를 생각하는 것과는 충분히 별개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지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3개월 남짓 낮시간의 게임과 밤샘 알바를 반복하면서 느꼈던 '이상하다'라는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소소한 징후들이 나타난다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현상과 행동과 말 등을 관찰하고 인식할 수 있다면 더 큰 무언가가 발생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그것을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우리의 몸이나 일에서 일정한 소소한 신호를 내보내기 이전에 우리가 그것들을 인식할 수 있다면 어쩌면 소소한 실수들을 좀 더 줄이고 보다 쾌적하고 즐겁게 우리 자신과 일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성찰입니다. 주기적인 성찰을 통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우리자신과 일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되겠죠. 성찰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과거로부터의 배움입니다. 성찰은 과거가 단순히 지나온 경험으로 남는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에 우리를 돌아보는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성찰은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 해줍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두 번 째는 바로 다가올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 해준다는 것이 됩니다. 의도적인 성찰의 습관은 소소한 징후가 나타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됨을 말합니다


기업에서 이 성찰을 운영하기 위해 이야기드리는 것이 성찰의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잘된 점과 개선 점을 찾아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시범기간으로 운영을 했다면 그 유관 부서나 담당자들이 모여서 각자가 생각하는 잘된 점과 개선 점을 공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기업에서는 각 본부별로 월 혹은 분기 단위 성찰, 즉 잘된 점과 개선 점을 정리하고 이를 공유하도록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몇 년간 사실 제 스스로 성찰을 할 수 있는 지식이나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시절, 물론 지금도 마찮가지이긴 하지만요, 에 스스로 성찰을 위해 제가 했던 방식 중 하나는 소위 말하는 명사 특강과 같은 세미나를 찾아다니는 일이었습니다. 저와 전혀 상관없지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제가 가진 생각들을 반복적으로 점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당시 money가 부족했던 저에게 hunet의 명사특강과 HR 커뮤니티의 무료 모임들은 참 소중한 경험이 되었지요. 아울러 독서 역시 그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자기통제로 시작된 이야기에서 성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건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자기통제는 일정 부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통해 통제가 아닌 자율로서 자기통제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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