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기

잘하는 것을 찾기에서 잘하는 방식을 찾기로 바꿔보기

by Opellie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HR이라는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저는 제 스스로에 대해 온전히 알고 있다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나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일 거라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를 보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나를 안다'라고 말할 때 '안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고민이지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번의 이직을 하면서 저도 입사지원서에 강점과 단점에 대해 기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분의 면접을 보다가 깜짝 놀란 건 제가 기존에 했던 강점 단점에 대한 이야기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지요. 곧 리뷰를 하겠으나 최근 읽고 있는 책을 보면서 더욱 그래서 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데?라는 질문이 머리를 맴돕니다. 이 글은 이 질문에 대한 생각 나열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것'이라고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제가 가진 10여 년의 사회경험에 비추어 보면 "없습니다"라는 말로 이어집니다. 그나마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시행착오'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작은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사수에 따라 일종의 복불복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시행착오는 1차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가? 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무엇을 못하는가? 에 대한 답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알게 되는 건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가? 보다 무엇을 못하는가? 일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기존의 기준으로 새로운 것을 재단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시행착오는 제법 높은 확률로 우리에게 자존감이나 존엄성, 배려 등의 이슈들을 마주하게 할 가능성도 높게 존재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의 자존감에 상처를 남기는 대신 우리의 강점을 찾기 위해 우리는 성찰 reflection이라는 개념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행착오에 대해 주관적인 감정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대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행착오에 대한 성찰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들의 강점을 찾기 위해 주목해야 하는 건 일을 진행한 방법론입니다.


몇 년 전에 A라는 어린 친구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이전 팀에서 일을 잘 못한다 라는 낙인이 붙어있던 상황이었고 저보고 데려가서 일을 해보겠냐는 이야기에 그러겠다고 했지요. 같이 일하면서 한 번은 채용 관련 서류를 정리하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입사자가 많은 편이라 수시로 펀치로 편철을 위한 구멍을 뚫어야 했는데 그 친구는 서류철 안에 투명 화일을 고정시켜서 매번 펀치로 구멍을 뚫지 않고도 서류철을 할 수 있게 해서 가져왔었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적어도 그 친구는 그 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저와 일하기 전에 일한 사수는 정해진 절차를 알려주고 그대로 하라고 했지요. 어린 마음에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진 노력을 했을 거고 작은 실수 하나가 나왔을 때 주어진 핀잔에 더욱 기가 죽었을 겁니다. 저와 일할 때 저는 제가 일하던 방식을 알려주고 반드시 그대로 할 필요는 없고 본인 생각대로 바꿔도 된다고 말을 합니다. 정해진 대로 혹은 주어진 대로 일을 하게 하는 대신 일의 목적과 산출물에 대해 공통분모를 만들어 놓고 그 방법론에서 본인의 생각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편한 방식이 다른 이에게 불편할 수 있음을 저 역시나 그 상대방 입장으로 경험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일의 구성을 단순화시켜볼 것

목적 - 일 하는 방법론 - 방법론을 통한 결괏값으로서 목표

일의 구조를 단순화해보면 일을 하는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론,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는 여정의 중간값 내지 중간 목표로서 산출물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일의 목적과 산출물은 대부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채용을 예로 들면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라는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수행하는 방법론으로서 전형단계들이 있고 각 단계별로 나오는 평가서가 있을 겁니다.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라는 목적이나 산출물로써 평가서는 우리가 임의로 변경하기 어렵지만 그 평가서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을 겁니다. 경우에 따라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수행하는 시간, 공간, 심리적 상태 등이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만일 방법론이나 시간, 공간, 심리적 상태가 그 일을 수행하는 누군가에게 불편하거나 불안한 상황이었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원하는 결과물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제대로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요? 이는 그 친구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우리가 그 친구를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빨리빨리'팀장과 '천천히' 하는 팀원

A와 B 두 팀원이 면접 진행을 위한 서류 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던 팀장 C가 '빨리' 하라고 소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A는 '빨리'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B는 본래 자신의 속도대로 일을 합니다. 외형상으로 보면 B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 혹은 상급자의 지시를 안 듣는 사람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B가 일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A보다 늦었다거나 산출물에 흠결이 있었다거나 일의 과정상 실수가 있었다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B는 자신이 무언가 서두르면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체감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는 일을 하는 데 있어 미리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리 준비하고 평소 관련 프로세스나 지식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죠. B는 같은 일을 해도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친 팀장은 자신의 방식으로 B를 바라보고 일을 못한다고 평가하고 깎아내릴 가능성이 있겠죠. B가 이를 잘못 받아들인다면 어쩌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더 겪을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서울의 서울역에서 부산의 금정산을 간다고 했을 때 서울역과 금정산은 정해져 있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가는 실제 행동을 하는 실무자의 선택에 맡겨지는 형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평균의 종말이라는 도서에 대해 책 이야기를 통해 글을 남긴 바 있고, 동일한 저자분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해당 도서를 읽으면서 여러 생각들과 제가 지나온 시간의 모습들을 계속 돌아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이야기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말들도 우리가 과거에 이미 만들어 놓은 표준으로 그들을 보고 그 표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어'를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틀렸어를 더 많이 말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하면서 우리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게 되지만 정작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죠. 여기에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이 잘못 적용되면 우리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추는 방향으로 우리 자신을 만들게 됩니다.


목적과 산출물은 사실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론에서 기존의 주어진 것을 기반으로 일을 수행하는 우리들의 생각을 더하고 일부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일의 수행 방법을 조금씩 바꿔 나가면서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일을 잘할 수 있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도서: 토드로즈, 다크호스, 21세기북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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