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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3. 2019

"아는 것"과 "정말 아는 것"에 대하여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

운동삼아 달리기를 합니다. 한 동안 덥다며 퇴근시간이 애매하다며 피곤하다며 등등으로 하지 않던 운동 말이죠. 한 동안 안 했으니 처음은 가볍게 공원 두 바퀴를 달립니다. 오랜만이라 페이스 조절이 안되어 살짝 오버를 했구요. 몇 년 전 하프를 뛰느라 운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느 페이스가 자신에게 맞는지를 아는 데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지를 몸으로 비로소 조금씩 알게 되었지요. 무언가를 하는데 있어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다면 우리도 생각보다 쉽게 무언가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페이스'를 HR에서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강점 내지 자신이 잘하는 방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리기 대회 출발선에 섰을 때 일입니다. 옆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마도 그분들이 외형상 보기에 우리들이 하프를 못 뛰기엔 무리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분들은 나름 자신들이 마라톤을 많이 뛰어보았고 그분들의 눈에 우리들의 모습은 그리 잘 뛸 거 같지 않아 보였겠지요. 사실 매일 책상과 한 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인 까닭에 달리기를 그래도 꾸준히 해온 분들과 몸이 다르긴 할 테니 말입니다. 그분들은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너무도 익숙해서 그분들에게 익숙하고 기존에 아는 (외형적인) 기준으로 당시의 우리들에 대해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그분들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들은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나름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진지하게 달리기를 바라보고 연습을 해왔다는 사실 말이죠. 그분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들에겐 낯선 달리기라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온 일에 익숙해서 당연한 것이 되었을 때 어떤 분들은 위의 이야기에서 우리들을 보며 말하던 분들처럼 이렇게 말하는 경우를 만납니다.

내가 해봐서 다 알아


이 말에는 말의 상대방이 그 일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생각이나 근거를 바탕으로 그러한 논리와 결론을 도출했는지 등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말에는 상대방이 아닌 말하는 '자신'만이 존재하죠. 출발선에 서 있는 우리들을 보며 수근거렸던 그분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정작 달리기를 하기 위해 우리가 한 달 남짓 해왔던 연습들을 무시하고 이미 지난 시간의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안될 거야' 혹은 '틀렸어'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일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우리 나름 해왔던 노력과 시간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상태가 되는 순간입니다. 적어도 하프를 뛰겠다고 나왔다면 그냥 막무가내로 나오진 않을텐데요.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학창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듯합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했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우리들 말이죠. 


사실 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에 나와 제가 지나온 시간에 이런 말을 저에게 하셨던 분들은 대부분 사실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랬죠. 심지어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듯 개념부터 다시 설명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분들은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몰래 저를 불러서 눈에 띄지 않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는 차라리 알려드리면 되니 편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무작정 자신이 옳음을 주장하면서 '시키면 해'라는 말로 마무리짓는 경우도 있었지요. 부족한 경험일 수는 있으나 적어도 제 사회생활 속 경험에서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를 말하는 많은 경우 실제 해보긴 했으나 일의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 외형만을 바라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낭중지추,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인정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반면 직간접적으로 제가 존경하는 분들 중에는 외부에서 볼 땐 아는 것이 정말 많고 그만큼 많은 생각과 배움과 고민을 하심에도 스스로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여러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 분들임에도 그분들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분들이 말하는 부족함이란 외형적인 것이 아닌 실제 느끼는 것들이죠. 여전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제가 본 그분들은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의시대는 대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래서 더 배움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를 배우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같이 배운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과거에 머물지 않고 배움의 방향이 미래를 향해 있는 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어!! 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스스로 모르는 게 많음을 인정합니다. 사실 아는 게 우리들보다도 더 많음에도 그렇습니다.


전문가의 의미에 대하여

2016년 3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마지막 날 저녁을 먹으면서 들었던 전문가에 대한 개념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의미로의 전문가와 앞으로 배울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더 많음을 이해하고 있는 의미로서 전문가의 두 유형 중 우리가 진정 바라는 전문가로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돌아볼 때일 듯합니다.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남깁니다.


경험이 많다며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오늘을 사는 걸까 아니면
옛날을 살고 있는 걸까?


감사합니다.


#안다는것#전문가의의미#달리면서떠오른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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