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Aug 31. 2019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어느 HR 담당자의 바램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 시행 시점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있는 곳도 사실 예외는 아니겠죠. 단위조직 장분들을 모시고 설명을 드리자 다들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당황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사실 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근태관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HRM담당자라 할까요. 이는 어쩌면 제가 제조업에서 HRM경험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하여


제도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입니다. 몇 년 전 상급자분의 제도 시행에 대하여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를 물었다가 이상한 놈이 되었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제도를 바라봄에 있어 그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왜 그 제도가 필요한가? 그리고 그렇게 제도를 시행했을 때 어떤 경우들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로서 근무시간에 대한 관리

근태관리 역시 하나의 제도인 까닭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부분이 HR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이미 존재하는 HR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초에 근태관리가 어떤 목적 내지 의도가 담겨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적어도 2019년 오늘날 (장치기반 산업은 별론으로 하고)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마냥 YES를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근무시간 관리제도의 기반이 되는 가치/철학

개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무시간에 대한 관리는 구성원에 대한 신뢰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통제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성악설을 기반으로 하며 따라서 사람을 자율적인 존재가 아닌 타율적 혹은 수동적 존재로 간주하고 바라봅니다. 이 역시 오늘날 이야기하는 자율성 내지 다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근무시간에 대한 관리가 적어도 오늘날 제도로서 가지는 의미가 없거나 오히려 우리가 바라보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저해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이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말로는 외치고 있지만 실제 운영하는 제도는 난 당신들을 신뢰하지 않아라고 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 관리는 구성원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정량적으로 셀 수 있고 숫자로 보여지니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판단이 성과와 연결되는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인사평가의 지표를 설정하면서 '측정의 오류'에 빠져 억지스러운 지표로서 행동지표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근무시간에 근거한 근로감독의 폐해

이러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근로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근로감독은 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성과나 개인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개개인에 대한 통제보다 자율성을 확대해 가고자 하는 선의지를 가진 인담(인사담당자)분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우선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겠으나 외형적인 객관성(?)만 바라보다가 정작 본질을 해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감추기 위한 목적도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무언가 오늘날 맞지 않음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것을 인정했을 때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혼란에 대해 그 대안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평가제도에서 상대평가로서 등급제와 서열화를 폐지했을 때 "그럼 보상은 어떻게"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논의에 대한 답으로서 직무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는 직무가 있습니다. 부연하면 직무에서의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관리가 진행됨을 말합니다. 일의 성과를 명확히 하고 그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합의하면 그 시작점부터 약속한 일정까지의 일 하는 방식과 공간과 시간에 대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산출물을 합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급자의 일에 대한 전문성을 포함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만 기업도 개인도, 그리고 정책을 만드는 국가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지요.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왜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무엇이 오늘날에 적합한가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논의해볼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난 야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같이 일하게 된 친구와 첫 면담에서 말했던 일에 대한 몇 가지 원칙 중 하나입니다.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물론 일의 물리적 양이 많은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 경우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긴 하지요. 다만 일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지면 적어도 야근으로 인해 개인 일정을 포기하면서 혹은 특별히 일이 없음에도 누군가가 퇴근을 하지 않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는 확실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지나온 경험에서 소위 불필요한 야근을 했던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불필요한 야근은 단어 그대로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싶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는 것 역시 제 개인적인 일하는 루틴입니다. 조용히 하루 할 일을 돌아보고 혹여나 미흡한 부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직은 대안이 명확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서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일 뿐이겠죠. 설사 누군가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기존의 틀에 묶여 있다면 그 대안은 '나쁜 것'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의 틀에 부딪히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지금부터라도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Coach2로서 HR담당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