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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7. 2019

여담(餘談)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개인적인 홍보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침 수업으로 오전 반차를 내고 학교에 조금 일찍 나와 커피를 한 잔 합니다. 아직은 북적이지 않은 캠퍼스와 아직은 북적이지 않은 학교 앞 까페의 풍경은 매번 학교에 올 때마다 보던 캠퍼스, 까페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까페 앞을 지나 학교를 향하는 발걸음들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저도 그 발걸음에 하나 얹은 때가 되어 갑니다.


중학생일 때 왕복으로 한 시간 정도를 걸어다녔습니다.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심심하거나 지쳤던 기억은 없습니다. 매일 만나는 어느 대문 앞 강아지와 하는 인사도 늘 즐거웠고 아스팔트 군데군데에 있는 검뎅을 밟지 않으려 요리조리 피하며 걷는 것도 재밌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컴퓨터를 만나면서 알게 된 지뢰찾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랄까요. 중학교 3년을 오간 길이라면 지겨울 법도 했을텐데 그런 느낌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땐 의도적으로 즐기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게 가능했었던 듯 합니다.


제법 오랫동안 참여해왔던 HR 모임에서는 최근 지난 시간동안 우리가 해왔던 HR을 우리가 해왔던 관점이나 방식이 아닌 형태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우리의 경험에 갖혀 산의 정상으로 가길 포기하고 현재에 머무르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제 글들은 어쩌면 기존의 경험과 개인적 합리성에 기반한 생각 사이에서 일종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지만 그 경험에 대해 스스로 왜?를 물었을 때 납득하지 못했던 경험들에 대해 다시 물어보고 실무적으로 하나씩 적용해보고 그 가능성을 짚어보는 반복적인 과정이랄까요. 어느 분들은 HR에 최고의 정답이 있다고 믿으실 수 있겠지만 HR실무자로서 제 경험은 우리가 담당자로서 최고를 항상 추구하지만 최고의 진실에 도달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고 우리는 현재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해야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최선을 다하는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우리는 최고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는 있겠지만 최고의 진실에 도달한다는 건 말 그대로 미지의 일인 셈입니다.


어릴 적엔 참 쉬웠던 그래서 굳이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했던 익숙함으로부터 알게 되는 새로움을 어른이 된 이후에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만 겨우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그 노력을 게을리하면 어느 새 익숙함으로 그래서 익숙함에 의한 편안함으로 가고 있는 저를 보곤 합니다.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급자보다 구성원에 초점을 맞추고, 익숙하게 10여년을 적용받고 운영해왔던 상대평가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고성과자의 공통된 행동특성으로서 역량의 개념에 감히(?) 오늘날 그 개념이 적합한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우리에게 익숙한 가치사슬value chain 모형에 대해 너무 단순해서 실무적이지 않다며 제가 이해하기 편한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 봅니다.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와 고민을 하신 분들의 연구결과에 반기를 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그래서 배우고 그 다음에 오늘날을 사는 담당자 입장에서의 의견과 색을 입히는 것이라 말하기도 하지요. 어쩌면 그 분들의 말씀에 무조건 Yes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분들의 의견에 새로운 생각을 입히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존중이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살짝 해봅니다. (물론 저는 그럴 정도의 위인은 아니지만요.)


2016년 7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브런치에서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신 것 자체가 저에겐 매우 놀라운 일이었죠. 작가신청을 해놓고 "어찌 감 내가 '작가'라는 명칭을"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청했던 브런치와의 시작은 저에게 놀라움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온라인 상으로 공감해주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분들과 이름 세 글자를 공유하고 서로의 머리 속에 이름을 주고 받을 수 있었고, 제가 글로 쓰는 이야기들을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잠시동안 망설였고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작게 과정을 열기로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시간보다는 HR을 좋아하는 사람이 HR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과 HR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리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무료과정이 아니라 조심스러움도 있지만 간단히 과정 소개page 링크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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