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llie 그가 사는 일상 속 이야기
2010년 겨울에 책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출판이라 하기는 뭐하고 비매품으로 제가 군대시절부터 여기저기해놓았던 메모나 낙서들을 모아서 만들어 본 책입니다. 딱 5권만 만들어서 한 권은 부모님에게 한 권은 친구에게 등등 가까운 분들에게 opellie라는 아이에 대한 소개로 드렸던 책입니다. 물론 한 권은 제가 가지고 있지요. 외혀으로 보면 시집이라할 수 있겠으나 실체는 낙서집입니다. 책 제목은 opel 그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많다고 할 수도 짧다고 할 수도 있는, 사실 책을 만들 당시가 지금부터 7년즈음 전이니 더 짧았다고 할 수도 있는 나이에 살아가는 이야기가 뭐 그리 할 이야기가 있겠냐 할 수도 있지만 그냥 전 제가 사는 시간 시간들을 놓치는 게 조금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도 매 순간 놓치는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있겠지만 제가 살아온 시간들을 조금씩이나마 흔적을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셈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시간과 그 시간과 어우러지는 일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야기가 그 경험을 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전달되어 같이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 며칠 감수성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남자아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저는 그냥 나이에 상관없이 원래 이런 듯도 합니다. 군대에서 시집을 보고 낙서를 하고 우연히 어느 잡지에 짤막한 글을 써서 실려 보기도 하고, 뜬금없이 책을 만들어 보기도 하는 지나온 시간을 보면 말이죠. 아 이런 것도 있습니다. 책상에서 굴러떨어진 연필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저를 보면서 어느 선배가 깜짝 놀라던 일이죠.
아주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에서 대략 중학교 2학년까지의 기간 동안 차 대신 걸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걸어다니면서 동네 강아지를 보고 고양이를 보면서 인사하는 걸 나름 즐겼습니다. 아스팔트에 군데 군데 있는 검뎅을 보고는 피해서 걷는 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아침 출근길마다 만나는 참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자신보다 두 세 배는 큰 비둘기 두 세 마리에 둘러싸여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과 대등하게 먹이를 찾는 모습입니다. 문득 어릴 적 읽었던 '아기참새 찌꾸'가 생각났습니다. 저 아이가 '찌꾸'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죠. 물론 기류를 타거나 DMZ를 가지는 않지만 찌꾸는 동화 속에 있고 이 아이는 '현실'에 있음을 감안하면 말이죠.
지난 주말 동네에 잠시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맞은 편에서 수레를 끌고 오는 할머니 한 분을 마주했습니다. 길이 좁은 까닭에 한 켠으로 비켜서서 지나가시길 기다리는 저에게 할머니는 지나가시면서 '죄송'이라는 단어를 남겨놓고 가셨습니다. 저에게 잘못하신 게 없으신데 남겨진 '죄송'이라는 단어가 며칠 째 마음에 남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때론 고집도 부리고 주장도 합니다. 혹여나 그 생각과 글과 고집과 주장이 나만이 가지고 있는 편협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돌아보려 합니다.
수레를 끄시는 할머니의 '죄송'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쩌면 누군가 그 분으로 하여금 그 단어를 사용하게했을 상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맹세코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저의 무언가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도와 사람 중 HR에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1차로 '제도'를 선택하고 그 제도를 선택한 이유로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기 보다는 그냥 서로가 좀 더 웃고 왠지 모르게 따뜻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HR을 통해 해보고자 노력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