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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24. 2019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의 두 이름, 두려움과 설레임

본 글에는 개인경험과 그 경험에 기반한 개인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2006년 1월 1일자로 인사팀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게 제가 HR을 만난 시작점입니다. 사실 당시 전 그 발령을 거부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제 입사한 지 갓 1년이 된 신입사원의 말이 통할리 없었지만요. 그건 1년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익숙함으로의 몸짓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1년동안의 적응을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기도 했습니다. 하는 일도, 일을 하는 공간도, 함께 일하는 사람도 모두 바뀌는 그래서 다시 1년 전 첫 출근하던 당시의 시작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HR을 시작하면서 활동하게 된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닉네임을 고민하다가 "시작"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막 HR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사용했지요. 그렇게 시작이라는 닉네임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리고 HR을 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묘한 의미입니다.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제가 마주했던 '시작'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도, 공간도, 사람도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상황이었는데 겨우 익숙해진 상황에서 다시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았던 듯 합니다. 공교롭게도 그 낯설음이 지금 저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무언가가 되어 있습니다. HR을 만날 수 있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첫 회사에 사직원을 내고 스스로 낯설음을 찾아갈 수 있게 했던 것 역시 HR이라는 일이 그 중심에 있었으니 말입니다.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

인사팀 발령에서의 두려움은 HR이라는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HR이라는 여전히 낯선, 더욱이 기업 내에서는 배우기 힘든 그런 지식이나 경험들을 만나기 위해 세미나, 학원, HR담당자 모임 등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모르면서 왜 오냐' 거나 '어짜피 활용하지도 못하는데 왜 배우는건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 때 제가 했던 답은 "좋으니까요"였습니다. HR에 관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게 어린 아이처럼 마냥 좋았습니다. 한 번은 BSC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어요. 강사분이 소수만 신청을 받아서 진행한 모임이었는데 저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분들은 대부분 BSC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등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오신 분들인 반면 저는 전혀 지식이 없었죠. 강사분이 BSC가 무엇의 약자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Balanced Score Cards라는 기본적인 개념부터 뒤에 Cards가 사실은 Cards보다는  Communication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거의 마지막 순번에 있었던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하는 건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모임을 나갔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요. 


두려움과 설레임, 남은 건 우리들의 선택

매번 '시작'만 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들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작은 '시작'을 해보는 건 우리에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을 더 많이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시작은 '작은 시작'을 주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은 시작들을 계속 하다보면 그것들이 모여 혹은 trigger가 되어 큰 시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HR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것도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구성원으로부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걱정을 합니다. 자사에 커스터마이징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난 이후에도 그렇죠. 혹여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오진 않을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들입니다. 매 순간 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감정들입니다. 다만 오늘날의 opellie는 그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에 조금 더 힘을 실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경험을 정리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합니다.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두려움의 영역

두려움이 어디에서 올까?를 생각해 보면 '알지 못함'과 '예측가능성의 부재'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지의 미래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요. 하지만 그 두려움이 일에 대한 것이라면 그 두려움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그 두려움의 크기를 줄이고 자신감을 높일 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우리가 (1)경험해 온 시간에 대한 성찰과 다양한 의견에 대한 (2)개방성, 그리고 일에 대해 우리 자신이 가지는 (3)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포함됩니다. 


하나의 큰 시작보다 여러 개의 작은 시작을

시작을 두려움 대신 설레임으로 받아들인다면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큰 시작보다 여러 개의 작은 시작을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어요. (1)여러 개의 작은 시작이 체력이나 정신, 물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저처럼 무리하다 응급실을 다니시면 안되고) 무엇보다 (2)그 여러 개의 시작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기준으로 모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여러 개의 일을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한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일종의 시너지들을 확보할 기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HR을 기준점으로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두려움을 줄이는 것,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

전 사업가도 아니고 사업적인 마인드도 그다지 없지만 시작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소소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작이 어렵다면 먼저 두려움의 영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두려움의 영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시작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에 대해 더 배우고, 우리들을 돌아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등의 일들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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