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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19. 2019

기업에서 창의성은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일(직무)가 창의적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기업은 경영진이 늘 창의성을 강조하고 창의성 관련 교육이나 activites도 많이 하는데 왜 창의적인 기업이 안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다음의 대답이 이어집니다.  

"창의적이 되려면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일을 바꿔야 합니다. 일이 창의적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창의적일 수 없는 겁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말에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기업은 업무 매뉴얼이라는 걸 관리했습니다. 각 팀별로 매년 4월이면 기존의 것을 업데이트하여 전사 기획부서에 제출을 했지요. 그 업무 매뉴얼의 핵심은 순서도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작성해놓은 것이었고, 해당 문서는 이후 해당 직무 담당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죠. 업무 프로세스가 있다는 건 나름 좋은 일입니다. 처음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문서화된 프로세스를 보고 빨리 업무를 익힐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무엇이든 지나치면 나쁜 걸까요? 문서화된 프로세스에 집착하면서 해당 프로세스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여부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아무도 프로세스를 개선하려 노력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았죠. 어느 순간 반나절이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루 종일 하고 있는 우리들을 스스로 보면서도 말이죠.


위의 매뉴얼에 대한 말을 조금 바꿔보면 '과정'과 '결과'의 두 단어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말이죠. 상급자가 '과정'을 제시해주는 것과 '결과'를 제시해주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정'이 제시되는 건 '과정'에서 재량권이 실무자가 아닌 제시하는 사람에게 있음을, '결과'를 제시하는 건 '과정'에서 재량권이 제시하는 사람이 아닌 실무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때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조금 애매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선택/결정을 좀 더 쉽게 하실 수 있도록 의미를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과정'이 제시되는 건 제시된 과정에 따라 일을 수행했으므로 그 일에 대한 책임이 실행하는 실무자에게 없지만 '결과'가 제시되는 건 제시된 과정에서 실무자의 재량이 존재하므로 그 책임의 일부를 실무자가 감당해야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 볼까요.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과정'이 제시된 상태는 앞서 이야기드렸던 업무 매뉴얼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매뉴얼 대로"라는 말로서 우리는 제시된 상황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제법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만일 위의 이야기처럼 매뉴얼이 일종의 절대반지가 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매뉴얼대로 한 것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겠죠. 설사 그것이 시대에 뒤쳐진 무언가라 하더라도 말이죠. 우리가 잘 아는 예로 어느 생산라인에 먼지 등이 계속 끼어서 그것을 제거하고자 별도의 프로젝트 팀을 꾸려 논의를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어느 신입직원이 선풍기를 틀어서 먼지를 날리면서 라인을 돌리고 있었다면 우리는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임의로 선풍기를 가져와 사용한 것에 대해 해당 신입사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으나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포상을 주어야 할까요?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는 이 질문에 '결과'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글을 통해 사용했던 표현을 빌면 '산출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것이 기업이라는 조직이 다양성을 품고 성과/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고 동시에 개인이 가진 강점과 다양성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곳에서 발현되어 가치로 이어지는, 그래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팀장님 앞에서 원래 하던 속도로 일을 하고 있었던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빨리 하지 않아도 우리가 공동으로 바라는 결과물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에 대한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기업 조직에서 창의성의 확보

기업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과정이 아닌 결과를 기준으로 직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결과 기준의 직무 관점은 단순히 결과를 쪼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말하는 가치는 장기적 /지속적 관점을 포함하고 있으나 후자는 단기적 관점만을 보고 있다고 할까요.

기업 조직에서 창의성은 기업이 만들어왔던 가치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휘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한 모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가진 우리들이라면 "이대로 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 결과를 만들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우리들이 가진 경험을 정답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가이드로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가진 경험이나 방법론이 다른 관점과 만나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프로세스 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일 이러한 연결이 반복된다면 '지속적/점진적 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방법론에서의 다양성에 기반한 창의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창의성

TED 영상에 애덤 그랜드의 The surprising habit of original thinker라는 영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험군을 대상으로 우리가 잘 아는 그 지뢰찾기 게임을 하게 했는데 업무가 지시되기 전에 지뢰찾기를 한 집단에서 지뢰찾기가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 반면, 업무가 지시된 이후에 지뢰찾기를 한 집단에서는 지뢰찾기 게임이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빈둥거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아이디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애덤 그랜트가 인용한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내가 빈둥거린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하는 중입니다.


위에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과정과 결과를 놓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는 결과를 제시하고 합의함으로써 그 결과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과정을 생각하고 그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들이 가진 강점과 관점들이 기존의 방법론과 결합함으로써 조직 내 창의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의 처음에 이야기드린 것처럼 조직 내의 창의성은 창의적인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어쩌면 입사하기 전에는 우리 모두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였으나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창의성을 잊어버린 존재가 되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해볼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어릴 적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 등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샌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죠. HR을 하고 사람과 기업이 모두 성장하는 관점에서 HR을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 HR관점에서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직무라고 하는,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으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바로 그것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무가 창의적이면 그걸 하는 우리들도 창의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직무가 창의적이면서도 동시에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안돼' '불가능해' 보다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으나 우리가 다루지 못하고 있던 영역일지 모릅니다. 직무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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