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독각귀와의 만남
“두부 외상이 심각한데요? 강력하게 한 방 맞았나봐요…”
신입 형사 인지원이 눈앞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곱상한 얼굴 다 망가지게, 왜 인상을 써? 그냥 귀신 하나가 인간을 습격했다고만 하면 돼.”
“제가 얼굴 얘기하지 말라고 했죠? 그리고 퇴마 형사가 귀신 사건에 참 무심하네요.”
내 심드렁한 태도에 그녀는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였다.
현장에는 경찰들이 있었고, 집값이 떨어질까 두려움에 떠는 주민들이 난리였다.
그들은 폴리스 라인 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중이었는 내용 따위는 당연히 듣지 않았다.
“퇴마 형사님이죠? 인간에 의한 살인은 아닌 듯한데 어떡하죠?”
경찰 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그러게요. 저 여자 형사한테 물어보세요.”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고개만 까닥거렸다.
“형사님도 현장 조사 온 거 아닌가요?”
“맞는데, 여자 형사한테 물어보세요.”
경찰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인지원에게 갔다.
“후우우…”
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현장에서 담배를 피면 징계 사유가 됄 수 있겠지만 알 바 아니었다.
“응?”
지루하던 현장에서 딴청을 피우다 보니까 어느덧 초침이 6시를 향했다.
“나간다! 안녕!”
“혀, 형사님! 지금 가면 어떡해요.”
나는 인지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가 나를 불렀지만 뒤도 돌아 보지 않았다.
“음…”
근데 아까 현장 시체를 살펴보면 외상이 심한 듯 보였지만, 외상의 폭이 좁았다. 이로 보았을 때 괴력을 발휘하는 귀신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원기도 아주 약하게 느꼈지기 때문에 계획된 살인이라기 보다는 우발적 범죄일 확률이 높았다.
“흥!”
나는 쓴웃음을 뱉었다. 내가 뭐하러 빌어먹을 현장에 대해서 고민하지? 참 직업병이란…
소주나 한잔 털러 가야지.
“육회 하나랑, 소주 한 병 주세요.”
나는 허름한 술집에 들어갔다. 사장님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단골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인사로도 충분했다.
소주를 한 잔, 한 잔씩 입에 털어넣을 때마다 취기가 올라왔다. 소주의 초록색 병은 참 묘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내 옆을 지키는 초록색…
“제가 냄새를 뿜는 독각귀*라고 욕 했죠!?”
*독각귀 :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귀신. 악취가 나며 병을 옮긴다.
술을 먹는 중 소란이 일어났다. 체구가 초등학생만한 독각귀가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내가 뭔 말을 하든 말든 내 자유지 인마. 귀신이 벼슬이냐?”
독각귀와 시비가 붙은 무리 중 덩치 좋은 한 젊은 남성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저를 보며 냄새 나는 외다리 귀신이라면서 욕을 했잖아요. 사과하세요!”
“사과? 냄새 존나 나는 외다리 귀신이 맞잖아. 하나 남은 다리도 부러뜨려 줄까?”
남성은 독각귀를 밀치기 시작했고, 그의 무리도 “킥킥”대며 독각귀를 놀렸다.
귀신에게 육체적 접촉을 하다니, 일이 벌어지겠구만.
“정중하게 사과하세요!”
독각귀가 점잖게 얘기를 했지만, 남성은 오히려 더 거세게 독각귀를 밀었다.
“크아아악!”
화가 난 독각귀가 입을 벌렸는데, 그의 입 안에서 검은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독각 가스였다.
“어둠 지붕.”
나는 검은 검을 꺼내, 보호막 술법을 사용했다.
내 주변에는 어둠이 스며들었고, 내 근처의 작은 먼지들 조차 모두 어둠에 젖었다.
“끄아아아앍!”
독각귀가 내뿜은 가스를 마신 술집 내의 사람들은 모두 개거품을 물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기절한 인원도 있었고, 자리에 쓰러져 발버둥치며 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뭡니까?”
독각귀는 독각 가스에도 태여나게술잔을 기울이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눈치였다.
“손님인데?”
“지금 앞뒤 볼 상황이 아니니까 성의있게 대답해주세요!”
“일은 너가 저질렀으면서 왜 나한테 언성을 높여? 퇴근했으니까, 귀찮게 하지마.”
놈이 나를 계속 노려봤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만 좀 쳐다봐. 부담스럽잖아.”
“당신에게서 강한 영기가 느껴져요. 보통 인간이 아니죠. 제게 책임을 물을 건가요?”
녀석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는 중이었다. 쫄았나? 장난 한 번 쳐봐야지.
“허어어얽…!”
힘껏 살기를 뿜어내자 독각귀는 놀랐는지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니까 노려보지 말랬잖아.
“일 더 크게 만들지 말고 식당 안에 있는 모든 문들 다 열어.”
살기를 거둬들인 후 녀석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가스가 가득했기 때문에 가스를 환기시키지 않으면 위험해 질 수 있다. 퇴근했지만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진다면 큰일이다.
“야 냉장고 문은 열 필요 없어. 그리고 문 연 김에 소주 두 병 더 가져와.”
“네, 네!”
기합이 잔뜩 들어간 녀석은 냉장고에서 내게 빠르게 소주 두 병을 더 가지고 왔다.
“쩝쩝…”
나는 육회에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이제 가볼까? 너가 소란 일으켰으니까 술값도 너가 계산해.”
“...”
“싫어?”
“아닙니다!”
“사장님이랑 직원들한테는 보상 확실하게 하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독각귀는 힘차게 대답했다. 취한 나는 취한 상태 술집을 나와 집으로 갔고 그대로 잠 들었다.
[꿈]
“형기야 제발 살려줘!”
“태환아 침착해. 살 수 있어! 절대 정신줄 놓지마!”
*그림 리퍼들에 둘러쌓인 태환이에게 소리쳤지만, 태환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림 리퍼 : 서양의 저승사자로, 거대한 낫을 들고 있고 후드를 뒤집어 쓴 모습이 특징이다.
“크얽!”
검을 들고 태환이를 구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달렸지만, 나는 정체 모를 검은 원혼에 타격을 입고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원혼은 가혹할 정도로 사악한 원기를 내뿜었고 형태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했다.
“한없이 나약한 녀석. 네 운명에 맞서 싸우고 싶다면, 더욱 강해져라!”
검은 원혼은 몸이 마비되어릴 것 같은 살기를 뿜어댔다.
“끄아아악!!!”
내가 움직이지 못 하는 사이 그림 리퍼들은 낫을 잔인하게 휘둘렀고 태환이는 비명을 질렀다.
[현실]
“태환아, 태환아!...허…헉…헉…”
나는 태환이의 이름을 외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제길… 또 똑같은 꿈이었다. 이 엿 같은 꿈을 꾸고 싶지 않아서 매일 같이 술을 때려 박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젠장!”
땀에 흠뻑 젖은 옷을 아무데나 내팽개치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통해 아픈 기억을 박박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기억은 오히려 선명해질 뿐이었다.
허겁지겁 경찰서로 출근한 나는 자리에 앉아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내가 안 쳤다고요! 총각 귀신이 주먹을 날렸다니까!”
“너무 이뻐서, 들이댔습니다! 귀신이랑도 사랑하게 해주세요!”
서 안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란스러웠다. 다른 경찰서와는 다르게 귀신들도 자리에 앉아 형사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기묘한 광경이다.
저승문이 열린 2030년부터, 귀신들은 인간들과 공존했다. 어떤 귀신들은 계속해서 반목했고, 어떤 귀신들은 인간들과 협력하며 살아갔다.
귀신의 수가 끝없이 많아지자 퇴마력을 가진 인원들이 퇴마 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정보 팀에 갔다.
“새로 들어온 정보는 없지?”
“형 마음은 알겠는데 이제 그만하자. 4년 전 사건이고, 상부에서도 사건을 묻잖아. 태환이 형을 이제는 놓아주자…”
“무슨 소리야. 승환아 너희 형의 원혼을 풀어줘야지. 우리 좀만 더 해보자. 그럼 내려간다.”
나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승환이를 뒤로 한 채 내 자리로 갔다.
“너가 어제 육회집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얼굴만 반지르르한 열혈 형사 인지원 앞에 익숙한 외다리 녀석이 눈에 확 띄었다. 저 녀석은 어제 그놈이잖아. 내가 사건을 방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얼굴만 번지르르한 우리 열혈 형사님. 2층에 계시는 서장님께서 찾던데?”
“내가 얼굴 얘기… 잠깐, 뭐라고 서장님께서 저를요?”
그녀는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응 찾더라고. 막 보니까, 높은 분들 여럿 있던데?”
“어머! 어떡해! 그걸 왜 지금 말해요!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니까.”
그녀는 허겁지겁 화장실으로 달려갔다. 야망이 컸기 때문에 거짓말 한 방에 넘어갔다.
“다, 당신은!”
독각귀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헤벌레 웃어댔다. 저 자식 왜 웃는거야?
“어제 일이 잘 안 풀렸냐?”
“아닙니다. 사장님께 금전적 보상도 해드렸고, 상대 측에서는 저에게 사과를 했어요.”
“근데 뭐 때문에 이곳에 온거야?”
“요즘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저도 당했죠. 이 사실을 꼭 신고해야겠어요.”
뭐라는 거야 이자식?
“우리는 매우 바빠. 도와주기 힘들어. 다른 경찰서로 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야.”
“귀신들에게도 편견없이 사건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형사님에게 사건을 맡기고 싶습니다!”
녀석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 눈빛이었다.
“아! 뭐야 진짜 왜 거짓말 쳤어요!?”
독각귀와 고집을 부리는 중에 인지원이 돌아왔고 그녀는 나를 노려봤다.
“아니 귀신 심문 하는데 기록문도 안 쓰고 있었어요? 비켜요. 제가 해결할테니까.”
그녀는 나를 밀치고 독각귀 앞 데스크에 앉았다. 실적 쌓기에 미친 여자라서 틈을 안 준다.
“이번 건은 내가 할게.”
“무기력 끝판왕인 선배님께서 갑자기 왜요?”
그녀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저는 정말 멋진 저 남자 형사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눈치 없는 독각귀 자식은 헛소리를 지껄였다.
“오…뭔가 있나보네? 이 사건 제가 꼭 맡아야겠어요.”
“내가 맡는다니까.”
“그래요? 반장님께 여쭤보고 움직여도 돼죠?”
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후…”
그녀가 독각귀를 심문할 동안 난 밖에서 담배를 태웠다. 입에서 뱉은 회색 빛 연기는 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살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일이 담배 필 때 빼고 몇 번 정도 있을까?
“담배 좀 끊어요. 하여간 나쁜 짓은 혼자서 다 한다니까.”
시간이 꽤 지났나보다. 인지원이 나를 쫓아 나왔다.
“사건 보고서에요. 선배님이랑 저랑 해결한다고 반장님께 보고 했어요.”
“귀찮은데…”
“선배 보고서 잘 살펴보세요.”
그녀가 갑자기 진지하게 얘기했다.
“아, 뭐야 어제 그 미해결 사건이잖아.”
보고서를 대충 살폈는데 어제 인지원과 같이 출동했던 사건이었다. 묻지마 범죄였기 때문에, 해결하기 몹시 까다로울텐데… 근데 이 사건이 독각귀 녀석과 무슨 상관이지.
“!!!”
순간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귀신의 소행으로 보이는 묻지마 범죄 현장에서 그림 리퍼의 낫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태환이는 그림리퍼들의 낫에 죽었다.
이 사건 무언가 냄새가 난다.
나는 경찰서 안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