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의 낫
“어이 한형기 다리가 하나 달린 쭉쭉빵빵 독각귀한테는 인기가 상당하던데 진짜냐 크크?”
상황실에 들어가자마자 입사 동기이자 겉만 잘난 바람둥이 김민호가 나를 보며 빈정거렸다.
주변 동료들도 다들 나를 보고 킥킥대며 웃어댔다.
“맞아. 너처럼 암컷에 발정하는 인간은 다리가 하나인 친구에게 사랑 받는 기분을 모르겠지.”
‘쾅!’
김민호와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중에 강철두 반장이 문을 걷어차며 들어왔다.
태평양처럼 넓은 어깨와 큰 키, 흉악범으로 오해 받아도 할말이 없는 무서운 얼굴. 웃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이름 값을 제대로 하는 외모를 가진 강철두 반장은 항상 신경질 적이었다.
“다 모였냐? 세금만 축 내는 이승의 질서 유지에 도움은 일도 안 되는 멍청이들.”
반장은 탁상 위에 자료를 정리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경찰서의 범인 검거율이 낮아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 상황판 가져와!”
반장이 소리를 지르자 맨 앞에 앉아 있는 두 명의 형사가 커다란 화이트 보드를 가지고 왔다.
“어이 너희 둘, 소사1동 달걀 귀신 날치기 사건 아직도 끝내지 못했나?”
“목격자의 증언이 거짓으로 들어나서 수사에 혼선이…”
“닥쳐!”
반장은 고막이 터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은 변명 뽐내기 시간이 아니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사랑 가득한 면담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김민호, 방망이 도깨비 조직 진척 사항이 없나? 꽤 큰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 반장님. 최소 방망이 도깨비 50마리 이상이 엮여있는 규모가 큰 사건이잖아요. 지원 인력도 부족고요. 제가 아니었다면 이정도도…”
“닥쳐! 여자들 엉덩이만 쫓아다니지 않고 사건에만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김민호의 구구절절한 변명에도 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형기!”
반장이 나를 지목했다.
“쿵! 쿵! 쿵!”
그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면서 힘차게 걸어왔다.
“콰아앙!”
그는 내 앞의 책상을 있는 힘껏 내려쳤고, 책상이 그대로 부숴졌다.
“무슨 일로 너 같은 패배자가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에 똥칠할 생각이면 당장 그만둬라!”
나는 형사가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는데도 성질을 내는 몰상식한 인간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똥칠할 생각 없는데요?”
“...”
반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럼 브리핑 끝! 당장 움직여 달팽이보다 느려터진 자식들아!”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나는 신속하게 자리로 간 후 이것저것 챙긴 후 일어났다.
“선배 어디가요? 정보를 좀 더 확보하고…”
“제 자리에서 자판만 두들겨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출동한다.”
나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우선 독각귀를 먼저 만나야했다.
“아니 좀 같이 가요.”
그녀도 헐레벌떡 내 뒤를 쫓아왔다.
“굳이 왜 와?”
“보고도 하고 절차도 받고, 기록도 써야하는데 그런 귀찮은 일들 선배가 다 할 거예요?”
하긴 그녀 말이 맞았다.
“독각귀에게 연락을 해뒀어요. 소사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거기로 가요.”
“좋아. 나 먼저 간다. ‘어둠을 걷는 나그네.’”
이동 속도를 대폭 높여주는 술법을 사용했다.
나는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했지만, 내 주변 풍경들은 매우 빠르게 바꼈다.
나만 멈춰있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듯 했다.
굳이 술법을 사용할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
“헉…헉…아니 선배님!”
나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인지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얘기했다.
“시간은 듣지도 않고 왜 이렇게 급하게 가요. 약속 시간은 오후 1시라고요.”
“...”
괜히 영기를 소모하면서까지 술법을 사용했네.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카페라도 가 있을래요?”
“됐어. 나는 벤치에 앉아 있을게.”
나는 근처 놀이터의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어머어머 저 아저씨 미쳤나봐.”
학부모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숙덕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후우우…”
마음이 초조했다. 빨리 독각귀 녀석을 만나야만 했다.
담배를 열 개 정도 태웠을까? 초침이 오후 1시 정도를 가르켰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정의의 형사님이다.”
삼거리에 가니까 독각귀가 먼저 나와있었다.
“어이, 어제 00빌라 살인 사건이랑 너가 부린 난동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요즘 저희 귀신들에게 약초를 파는 판매상들이 있어요.”
“판매상들은 인간이야?”
“네. 인간들이에요. 근데, 그들은 꼭 총각귀신들 몇몇을 데리고 다녀요.”
“총각귀신들?”
“근데 총각 귀신들이 특이해요. 게네가 리퍼의 낫 같이 생긴 물건들을 들고 있었어요. 크헉!”
나는 그대로 독각귀의 멱살을 잡았다.
“거짓말 하지마! 그딴걸 총각 귀신들이 왜 들고 있어?”
“커…커억…형사님 좀 놓고 얘기해주세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나는 독각귀의 눈을 봤다. 녀석의 초점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멱살을 다시 놓았다.
“계속 얘기해봐.”
“녀석들이 파는 약초를 먹으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면서 화도 나고 그래요.”
“*환각초네요.”
환각초 : 귀신들에게 복용하는 약초로 귀신의 신경계를 자극하여 쾌락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감정 상태를 불안정하게 하기 때문에 귀신 협회에서 금지했다.
어느덧 나와 독각귀 곁에 온 인지원이 얘기했다.
“환각초를 유통하는 인간들 더하기 리퍼의 낫을 들고 다니는 총각귀신들이라 복잡한데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보고서의 사건들을 보면 어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모두 우발적 범죄들로 보였다.
환각초를 흡입한 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목적으로 귀신들에게 환각초를 뿌렸을까?
“우선 판매상들과 접촉해야겠어. 너 그 자식들이랑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
“부천 공단 뒤에서 활동해요.”
“좋아. 지금 당장 거기로 가자.”
나는 독각귀와 인지원과 함께 부천 공단 쪽으로 이동했다.
“범죄를 저지르기 딱 좋은 장소네요.”
공단 뒤 쪽은 도심지에 벗어난 완전한 외곽지였으며, 주변에 인파도 매우 적었다.
“아직 날이 밝지만, 잠복하자.”
나와 인지원은 근처 피조물에 몸을 숨겼고, 독각귀는 공단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판매상들은 보이지 않았다.
“야! 독각귀? 너도 약초 사러 왔지?”
아무 진척도 없는 상황에 모두 지쳐갈 때 쯤, 검은 복면으로 온몸을 감싼 인간 한 명과
두 마리의 총각귀신이 독각귀 앞에 나타났다.
독각귀의 말대로 두 녀석 모두 리퍼의 낫을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