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역사를 다루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국뽕과 신파가 섞인 뻔한 음식이기 때문에 맛이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익숙한 음식이 끌릴 때가 있고, 그래서 나는 하얼빈을 선택했다.
하얼빈의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굳이 하지 않겠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제시하면 지루하다고 혼나고,
재창작을 하면 예술병을 과도하게 앓는다고 손가락질 받는다.
그렇기에 굳이 스토리 부분은 보지 않고 연출만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하얼빈의 시각적인 연출은 박수를 쳐도 모자람이 없었다.
만주의 살 떨리는 겨울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고, 과도하지 않은 소품들의 적절한 배치는 시대적 고증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유명한 도시들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러시아, 만주 지역의 건축물들과 풍경은 내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름 볼 만했다.
주인공(안중근) 현빈은 안중근 의사의 내면적 갈등을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게 잘 표현했다.
주변 인물들도 자신이 밭은 배역을 고려하여 열연을 펼쳤다.
특히 모든 배우들이 대사 보다는 눈빛과 표정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그들의 연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다만, 액션 씬을 제외하고 다소 지루한 영화의 전개 속도와 톤은 나를 꿈나라로 초대하는 듯했다.
또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장면에서는 연출이 너무 심심했다.
신파를 덜어내기 위해서 하이라이트 마저 담담하게 그려냈다고는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또 하이라이트의 '뽕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 하얼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보여주려고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안중근의 서사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그의 성장 과정 및 그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다루어야 했을텐데, 이에 너무 소홀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밀정'의 성공이 부러웠는지 영화를 첩보물처럼 만들고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결국 이러한 선택은 감명 깊은 하얼빈이 아닌, 이도저도 아닌 하얼빈으로 인식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