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전부를 볼 수 있을까..?
융에 따르면 성격은 의식화된 자아의 부분일 뿐이다. 성격은 외부세계에 대해 습관화된 반응양식이다.
좀 쉽게 말하자면, 모르는 사람이 내 옷에 커피를 쏟은 상황이 주어진다. 어떤 사람은 차분하게 비용을 청구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화를 내며 상대를 몰아붙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괜찮다며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다.
한 가지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물론 그날의 기분, 상대의 태도 등에 따라 대응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10번 중 5번 이상 확률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같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부른다.
성격은 곧 페르소나다. 페르소나는 가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는 외부세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쓴다. 친절의 가면, 비난의 가면, 유머의 가면, 웃음의 가면, 냉철의 가면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다만 가면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 즉 도덕성이 판단된다. '저 사람은 친절한 사람이네, 저 사람은 예의 없는 사람이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페르소나 밑의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다. 표면적으로 사람을 파악할 뿐이다. 사회에서 페르소나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MBTI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T유형에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이 주로 의식화되어 있는 페르소나일 뿐 내면엔 깊은 감성을 품고 있다. F유형도 감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냉철한 부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전부를 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걸 요구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론은 이렇다. 의식과 무의식 전부가 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