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신과에 가다

by 뱅글이

5월 말 일요일, 밤 11시였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감이 증폭되어 간다. 내일 일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메시지를 드렸다. ’늦은 시간에 죄송하지만, 도저히 내일 출근을 못할 거 같습니다.‘




이틀 전 금요일 5교시는 과학 전담시간이었다. 나는 한 주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기분 좋게 주말을 보내려고 퇴근 준비 중이었다. 5교시가 끝나고 우리 반 B학생이 씩씩거리며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ㅆㅂ!이라고 외치며 자기 책상을 발로 차버리는 게 아닌가?!(교실엔 나 혼자 있었고, 책상은 2m는 날아갔다)


어리둥절한 나는 B학생을 불렀지만, 이미 사라졌다. 잠시 후에 C학생이 교실 문에 달려 있는 유리창을 자기 주먹으로 깨부셨다. 순식간에 교실 뒤편은 깨진 유리조각들로 난장판이 됐고, 나머지 학생들은 과학책을 들고서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미 C학생도 사라졌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테러에 놀란 난, B학생과 C학생을 찾으러 학교를 배회해야 했다. 일단 어찌 된 사연인지는 알아야 처리든 뭐든 할 것 아닌가? 나머지 학생들은 옆반 선생님에게 잠시 맡겼다.(그분도 6교시 수업이 있으므로 6교시엔 방치되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과학시간에 선생님한테 혼나고, 친구끼리 비아냥거리다 그랬다는데.. 그게 알 바냐? 나의 마음의 평화와 나머지 아이들의 학습권은 어떻게 할 건데?!


더 심각한 건 사건 직후 내 감정상태였다.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쓴웃음이 났다. 옆반선생님과 아이들은 심각했지만, 난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정신과에서 상담해 보니, 난 수습할 에너지 자체가 소진된 상태라고 했다.


이 교실에서 약 3달을 지내면서, 달래도 보고 강하게 지도도 해보고 부모님도 모셔서 상담해 보고 대한민국 현행법상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실행했다.

그런데 결과는? 나는 정신과에 가야 했고(왜 내가 가서 약을 먹어야 하는 건지 억울한 감정이 올라왔다) 우리 반은 교실붕괴 상태가 되었다.

이전 02화긍정훈육법을 시도해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