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by 뱅글이

이 학교에 발령 난 뒤에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교육청부터 교장, 교감선생님, 나 자신까지도.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었다. 10월을 넘기며 반을 재정비하던 어느 날이었다.(여전히 사건사고는 끊임이 없었다)

갑자기 이 학교에 내가 오게 된 것이 하나의 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생해서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뭔가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2025년에 지역을 옮기며 많은 욕심을 냈었다. 좀 더 뭐라도 쥐고 싶었다. 그런데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 이렇게 막장 학교에 발령받을 줄은 몰랐다.



1년 간 많은 일을 겪으며 나의 바닥을 보았다. 내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나를 보았다.


온전한 ‘나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았다. 피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과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동시에 내가 추구하던 학급긍정훈육법의 현실적 한계를 경험했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뚜렷해졌다.

고통스러웠던 나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모두 이 학교에 발령받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부담 줄까 하는 생각에 옆 반 선생님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아니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 이뤄진 것 같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난 이렇게 받아들였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중간에 병가 내고 쉰 게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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