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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y 26. 2023

그때로 돌아가게 하는 노래의 힘

죠지 공연에 추억과 함께 제대로 빠져들었다. 이번엔 딸도.

그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아마도 우린 끝없이 멀리 돌아만 왔죠
엊그제부터 또 생각이 나서
이제 더는 안될 것 같아 그대에게 말해요
아무런 의미 없는 일상에 들어와 줘요
그대와 함께하고 싶은 게 참 많은걸요
익숙해질 즘 그댈 기다리는 게
왠지 마주칠 것만 같아 마음이 떨려요
I’m the one who found your love
그대 안에 내가 번져서
그간에 맘들이 모두 녹아내리면
내가 꿈꿔왔던 것처럼 그렇게 나를 바라봐줘요
혼자서 잠 못 이루고 널 떠올렸던 밤
별들이 반짝이던 그날에 기도했었죠
그대를 다시 다시 볼 수 있다면
어디에 있건 당장이라도 달려갈 텐데
I'm the one who found your love
그대 안에 내가 번져서
그간에 맘들이 모두 녹아내리면
내가 꿈꿔왔던 것처럼 그렇게 나를 바라봐줘요





 죠지(george)의 곡 '바라봐줘요'의 가사이다. 남편이 나와의 첫 만남 이후 카톡으로 본인의 현재 마음 상태라며 들어보라고 추천한 곡. 그렇게 죠지의 노래는 한동안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꾸준히 재생되던 곡이었다. 데이트를 하며 차에서 항상 플레이되었고, 나도 남편이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던지라 꽂히면 한 곡만 끊임없이 듣는 나는 혼자 있을 때도 계속 ‘바라봐줘요’만 들었더랬다.


 첫 만남이 이루어진 카페 앞에서 처음 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쌍꺼풀 없는 눈에 하얀 피부, 큰 키를 소유하였고 흰 셔츠, 오프 화이트색 니트, 셀비지 생지 데님 바지에 알든 구두를 신은 깔끔한 스타일의 남자는 나를 충분히 설레게 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그 남자에 대한 것들. 고향은 원래 대구지만 서울에서 살다 온 남자. 클래식 슈트 등 패션에 관심이 많고, 집에 무드 조명도 여러 개, 힙합을 좋아해 akai사에 mpc 샘플러도 소장하고 있어 비트를 찍고 그 위에 자작랩을 얹는 남자. ‘아, 이 남자 피곤할 수도 있겠는데… 하… 뭔가 예민할 것 같고 취향이 세세해서 사사건건 간섭할 것만 같은 느낌…’ 일단 처음 만나본 거니까 애프터 들어오면 몇 번 더 만나나 보자 생각했다. 이 남자, 그 테이블에서 일어나기 전에 애프터 신청을 한다. 다음엔 술 한잔 하자며.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만나는 날 사귀기로 했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만나보는 거니까 서울 살 던 까다로운 남자라 할지라도 그냥 만나보자 했던 것이다.  또, 다시 만나기 전까지 엄청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왔던 그 모습에 슬쩍 넘어가버렸다.

 이렇게 사랑이 시작된 우리는 만난 지 약 8개월 만에 결혼을 했고, 현재는 9개월을 갓 넘은 우리의 사랑의 결실, 예쁜 딸이 함께 있다.


더현대 대구 아트웨이브 죠지 공연


 마침 남편이 더현대 대구에서 문화 & 예술 페스티벌 ART WAVE를 개최한다며 아티스트 죠지가 공연을 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우리의 시작을 함께 한 그의 공연을 꼭 봐야겠었다. 이번엔 딸과 함께.

 죠지의 곡들은 위 노래처럼 스윗한 사랑의 가사들과 부드러운 리듬의 곡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부른 곡들은 ‘바라봐줘요’를 포함해 ‘어깨동무’, ‘boat’, ‘Let’s go picnic’, ‘surf’, ‘언제든 어디라도‘, 를 불렀다. 모든 곡들이 쏘 스윗.

 죠지가 관중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한 곡 ‘Let’s go picnic’.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순간 딸도 내 손바닥에 박수를 치며 다리를 막 흔들었다. 남편과 나의 시작을 함께 했던 곡을 부른 가수의 노래를 함께 즐기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자니 뭔가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한 가족의 서사가 시작되는 건가.


달콤한 노래에 내 손을 꼭 잡고 발도 동동 구르는 귀여운 딸


 힙합을 좋아하는 남편은 연애 시절 나와 데이트를 할 때 함께 짠 비트에 어울리게 최근 딸과 함께하는 행복감을 표현하는 자작랩을 만드는 중이다. 죠지를 좋아하는 남편이 죠지에 빙의되는 중. 남편은 완벽성을 기하고 싶어 진도가 영 더딘데 내가 옆에서 빨리 만들어 달라고 압박을 넣는 중. 아무래도 한 가족의 서사가 점점 쓰이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죠지가 무대를 떠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줌인해서 겨우 나와 딸, 남편을 찾았는데 당사자들만 매직아이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너무 행복해 한동안 죠지의 곡을 남편과 또 계속 들었다.


여기 어딘가에 남편과, 나, 딸이 있다.




 노래는 참 신기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행복했던 그때 함께한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피어오른다. 그래서 들을수록 그때의 느낌과 생각이 점점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다들 그런 노래 한 곡쯤 있으실 듯. 오늘 여유 있을 때 잠시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더현대 대구 아트웨이브 죠지 공연은 2023.5.13.(토)에 있었으며, 이 글은 그 후에 쓰고 퇴고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UNizrRgE3c

죠지 '바라봐줘요' 너무 좋습니다.


https://youtu.be/nG6249LQEkU

죠지의 다른 곡들 라이브도 들어보세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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