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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Nov 18. 2023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니

역시 한 번만으로는 결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내 인생 제일 즉흥적인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오사카로. 후쿠오카를 다녀온 지 약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11월 14일~16일 2박 3일 동안의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출발 4일 전에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서. 이는 굉장히 순간적인 마음의 발동이 행동으로 옮겨졌음을 의미한다. 나는 국내든 해외여행이든 보통 아무리 짧아도 약 한 달 전부터 준비해서 전체적으로 그리고 세부적으로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난 뒤 여행을 시작했었으니까.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오사카가 나에게 두 번째 일본 여행지였다. 솔직히 후쿠오카 여행기에서도 썼었지만 일본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한다는 게 더 정확할까. 아니. 예외는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영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큰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앞의 세 국가로의 해외여행을 이미 가본 적 있기에. 언어 문제뿐만 아니라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의 과거 역사 문제로부터 생긴 반감과 그에 대한 일본의 영혼 없는 사죄. 아니 사죄도 아닌 그 언저리의 태도에 더욱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19 시기 모든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아주 가까워 쉬이 떠나볼 수 있는 일본이 가고 싶어졌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아얘 못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코로나 시기 때 알았다. 엔화 약세와 딸의 육아가 비교적 가기 쉬운 일본으로의 여행을 더 부추긴 셈이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즐기고 오자고 시작된 일본 여행은 나를 조금 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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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에서는 유독 후쿠오카에 비해 일본인들과의 소통이 많았다. 그 소통 속에서 그들의 진심 어린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한 번은 오사카에서 유명한 한큐 맨즈 백화점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있었다.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남편과 나는 길에서 마주친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 영어로 질문을 했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 미안한 표정으로 우리말로 한국인이세요라고 우리에게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번역기를 돌려 한큐 맨즈 백화점에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우리가 일본어를 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웃으며 고맙다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답했다. 그렇게 언어라는 도구 없이 서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주고받은 듯했다.


 또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하는데 유아차에 딸을 태우고 있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했다. 아무리 봐도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던 우리는 길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고 있던 남자분에게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물어봐야 했다.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더니 오십 미터가 넘는 거리의 길을 함께 걸어 엘리베이터 바로 앞까지 와주었다. 남에게 관심 없어 보이던 일본인이 1초의 망설임 없이 180도 변하며 도움을 주는 모습은 약간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일본어를 정말 못하지만 그럼에도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말 중 그것. 진심으로 전달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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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남편이 미리 알아둔 야끼토리(꼬치구이) 집을 방문했다. 외국인은 우리뿐이라 일본 현지인들로 가득한 그곳은 공간도 협소해 휴대용 유아차와 기저귀 가방을 들고 가게 안까지 들어가는 것이 몹시도 민망하였다.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들이란. 낑낑. 힘들게 안 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이색적 이게도 의자가 없이 서서 담소를 나누며 술을 곁들여 야끼토리를 즐기는 곳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1 제곱미터의 빈 공간도 허락되지 않아 외국인이자 일본어도 하나도 못하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짐을 이고 들어온 우리는 더 머쓱했다.


야키토리 다테다치


 그런데 남편과 야끼토리 몇 개와 생맥주를 즐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바로 옆 테이블에 있던 직장인처럼 보이는 네 명의 여자분이 더치페이를 하기 위해 서로 계산을 하던 중 아기띠로 나에게 안겨있던 딸에게 카와이하다가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너무 귀여워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또 다른 여자분은 딸에게 우리말로 잘 지내 잘 먹고라며 계속 웃으며 딸에게 덕담을 건넸다. 낯선 사람들에게 얼어있던 딸의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남편은 딸이 춤을 추게 하는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재생했다. 남편과 내가 같이 몸을 흔들었지만 딸은 요지부동이었다. 급기야 울기까지. 그럼에도 딸을 귀여워해주는 말들과 손길에 나는 그 말을 딸에게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해라고. 그리곤 빠빠이하며 그분들이 딸에게 딸이 그분들께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야끼토리와 생맥주를 그리고 일본 현지인들의 퇴근 후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난 후 다른 장소로 옮기기 위해 직원분께 정산을 요청했다. 계산서상의 금액을 남편이 지불하기 위해 돈을 꺼내던 중 그 직원이 딸에게 일본어로 계속 말을 하였으나 거짓말 않고 정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 순간도 잃지 않던 미소와 따뜻한 표정으로 보아 딸을 위한 좋은 말들이었겠다는 느낌만 전달될 뿐이었다. 일본어를 할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던 그 순간이 참 미안했다. 내가 영어로 반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며 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밖에 할 수 없는.  



 이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로부터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공항에서도 유아를 동반한 경우 우선적으로 입/출국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아기띠를 벗지 않고 기내수화물 검열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곳곳에서 그들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참 놀랍고 의외였다. 일본에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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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사람이든 그게 무엇이든 첫인상, 첫 만남으로 그를, 그것을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같다. 볼수록 더 깊이 알게 되고 새롭게 발견하게 되며 그러므로 처음 가졌던 그 느낌이나 생각이 좋은 쪽으로 바뀌거나 혹은 더 본래의 그와 그것을 알게 되기 마련이라서.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조금의 희망은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여행을 한 번, 두 번하게 되면서. 단편적인 경험으로 오해한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도톤보리 주위를 걷다 사먹은 타코야끼
카라카라 테이
정처없이 걷다 마주친 어묵집
키타타케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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