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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Feb 09. 2024

학교에 가고 싶다.

감사하다.

 육아휴직을 2023년 3월부터 했으니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1년만 휴직을 하고 올해 3월부터 복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3월부터 딸의 어린이집 입소가 가능하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고민 끝에 6개월 더 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 결혼 전에, 출산 전에 하고 싶었던 휴직 중 하나였다.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나의 시간을 사랑스러운 존재와 온통 함께한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그러다 걷기가 더 익숙해지고 자유로워진 딸의 활동량이 감당하기 힘들어졌을 때 정말 오랜만에 학교를 갔다. 친정에 갔던 차에 친정 근처 초등학교에 간 것이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학교들이 이동경로에 있어 차를 타고, 혹은 걸어서 무심코 지나간 적은 있어도 교문을 통과해 들어가 본 적은 휴직 중 한 번도 없었다.


 오랜만에 교정을 걸으니 새삼 기분이 새록새록했다. 어릴 적 학생으로서의 학교보다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힘들었던 기억들보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만족스럽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충만함을 느꼈다.


 문득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복직하고 싶다는 생각말이다. 힘든 육아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학생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들이 그리웠고,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교사로서의 연구 및 교수, 학습 활동, 각종 학교 행사들까지 눈앞에 아른거렸다.  


 휴직을 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본 그간의 교사로서의 학교 생활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인 탓일 수도 있겠다. 과거의 힘든 시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퇴색되었을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취미처럼 그저 즐기기만 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더 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오랜 시간 떨어져 있으면 자주 그리워지니까 나는 내 일을 하고 싶다. 학교에 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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