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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y 17. 2023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한 날 합격이라니!

현실은 정신없는 육아 세계

 어제 마침내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었다. 약 두 달 전부터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 작가는 아니지만 저장글들을 하나하나씩 채워가며 예비 작가로서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인 것 같다. 나중에 혹시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남에게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쓰고 싶어서, 나를 소재로, 나를 위해 쓴 글들이기에 아쉬움과 후회 없이 흐뭇할 것 같았다.

 

 올해는 나의 일을 잠시 휴지하고 육아를 위해 휴식기에 들어간다. 1년이라는 육아휴직의 시간을 일은 잠시 놓아두고 육아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데 집중해 보기로 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딸아이의 예쁜 모습을 보며 드는 감정들을 글로 남겨두고 싶다. 먼 훗날 이때 이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기 위해 어떤 표현을 써야 나의 마음에 깃든 이 느낌과 생각들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쓴 글들은 오래 내 마음 한 켠에도 남아 더 생생히, 더 오래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또, 지금껏 꼭 기록해야 할 것들 외에는 쓰지 않는 인간이었던 나는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써보기로 결심했다. 쓰지 않았으니 깊게 생각할 기회도 없었고, 깊게 생각한 시간이 있었더라도 기록하지 않았으므로 무엇이든 잊히기 쉬웠다. 결국 그 소중했던 순간들을 포함해 나와 관련된 대부분의 시간, 의견, 감정 등이 흐릿해져 지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저장글이 쌓여가고 이제는 작가 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전 10시경 예비 작가로서 나를 소개하는 글, 나의 스토리를 들려줄 계획, 저장글 3개를 완성, 선택한 후 작가 신청을 30분을 소요하여 완료하였다.


 오후 4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딸의 오감 자극 놀이 수업 후 나이키에서 피팅해보고 싶었던 몇 가지를 입어보고, 구매를 결심했다. 계산을 하려고 휴대폰에 설치된 백화점 카드 앱을 실행하려는데 브런치스토리 알람이 와있었다. 작가 신청 당일 합격 알람을 받으니 너무 기뻤다. 옆에 있던 남편과 아직 9개월 아기인 딸에게도 자랑을 할 정도로!


 그런데, 마치 갑자기 누군가 방의 전등 스위치를 눌러 불이 꺼지듯, 기뻤던 순간도 너무 잠시였다. 현실의 바쁘고 정신없는 육아의 세계가 불현듯 눈앞에 나타났다.

 나이키에서 피팅을 할 때부터 조금씩 칭얼대던 딸은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몸을 비틀고 짜증 섞인 울음을 분출했다. 그 사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배가 고파 그런가 보다 생각해 도착하자마자 이유식을 먹이려고 했는데 계속 울면서 먹기를 거부했다. 그 과정에 이유식 한 숟갈을 딸이 손으로 쳤고 온 사방에 다 튀었다. 남편은 분유를 먹이자며 바로 젖병에 물과 분유를 타 먹였다. 이후, 다시 이유식 먹이기를 시도하였고, 성공했다.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그런데, 변비를 앓고 있는 딸은 곧바로 그동안 못 본 응가를 몰아서 본 것 같았다. 양이 많아 기저귀 옆으로 응가가 새어 나왔고 식탁 뒷정리를 하고 있어 그 사태를 모르고 있던 남편과 나는 딸이 그걸 손으로 만지고 있는 상황을 발견했다. 한 명은 딸을 목욕시키고 한 명은 하이체어에 묻은 딸의 응가를 깨끗이 닦아야 했다. 쉴 틈 없이 우리가 깨야 할 퀘스트가 눈앞에 도래하는 것이 육아이던가. 우리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을 급히 알아채고 다시 파이팅 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을 합격한 것에 대한 기쁨도 잠시, 현실 육아세계로 바뀐 그 순간이 정말 순간적이었다.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너무나도 다이내믹한 하루, 식상한 표현이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하루여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저장글을 하나씩 다시 읽고 수정해서 발행해야겠다. 계속해서 새로운 글들도 써나가야지. 현실적인 육아 이야기를, 그리고 내년 혹은 더 뒤에 복직 후 학교 현장 이야기, 교육 이슈들에 대한 단상 등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소신 있게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어느 한 문장이라도 공감이나 위로, 도움이 된다면 더 뜻깊을 것 같다. 쓰는 인간으로서 탈바꿈하는 새로운 나의 일상이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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