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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11. 2024

저에게 영어는 평생 덕질의 대상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의 덕후입니까?

 어느새 연재해 오던 브런치북 <영어덕후는 영어교사가 되었습니다>의 마지막장을 쓰고 있네요. 아주 어릴 적, 기억나는 시점인 제 초등학생 시절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육아휴직 전 교직생활까지 영어 덕후로서의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나온 영어 덕후로서의 시간을 뭉뚱그려 마치 사진 한 장으로 추억하고 있었던 저는 글 한 편을 쓸 때마다 ‘그래, 난 정말 못 말리는 영어 덕후다’라는 느낌이 지난 영어덕후 인생의 브이로그를 하나씩 보듯 뚜렷이 다가오더군요.


 초등학생시절 영어 회화 학원 원어민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에서 남몰래 느낀 자신감, 중학생시절 외국 사람들과 펜팔을 하며 느낀 진정한 영어 의사소통의 기쁨과 뿌듯함, 영어 텍스트나 영상을 읽거나 볼 때 느끼는 이유 모를 희열감, 영어 덕질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다는 마음에 품게 된 영어교사라는 목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긴 공부의 시간이 남들과 달리 크게 힘들지 않았던 기억, 갖가지 이유로 영어가 힘든 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우는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했던 9년간의 교직 생활… 브이로그 영상 하나씩 시청하듯 글을 쓸 때마다 그 시절 영어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저의 모습을 생생히 확인하고 발견했습니다.      


 현재도 당연히 영어 덕후입니다. 영어 덕질로 영어 교사까지 된 저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제 일에 보람과 자부심, 무엇보다 즐거움을 느낍니다. 덕업일치랄까요. 물론, 한국의 영어교사는 영어를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다양한 방면의 성장을 북돋우는 교육자, 행정업무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행정가의 역할 등 여러 가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요. 지금은 육아휴직으로 일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영어 원서는 매일 읽고 있습니다. 휴직 중에도 손을 놓지 못하는 영어. 말보다 행동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나요? 제가 바로 그 사례인 듯합니다.   


 앞으로도 평생 영어는 제 덕질의 대상입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제가 읽고 본 것들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이를 활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교과서 밖의 영어를 알려주고 살아있는 영어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이요. 꾸준히 제가 보고 읽은 것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잘 전달할까 고민하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빨리 하나하나 공유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지만 더불어 저에게 맺힌 그 문장들을 잘 전달하고픈 마음도 충실히 풀어내고 싶기에 골몰하는 그 순간들마저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무엇의 덕후인가요?



 얼마큼 좋아해야 과연 덕질한다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깔끔하게 내리기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다른 것들보다 특별히 좀 더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그 대상에 대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닭살이 돋을 때가 있지 않나요? 그 현상이 행복감의 발현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에겐 영어가 그 대상이고요. 요즘 자주 생각해요. 덕질할 대상 하나만 있어도 행복한 인생 아닌가 하고요.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은 당연할뿐더러 앞으로의 덕질 인생까지 기대하게 하잖아요.








 끝으로, 엄마표 영어가 없었지만 영어덕후가 되었고 영어교사까지 된 제가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유아시기부터 영어를 노출해 주는 것이 영어 습득에 도움은 되겠지만 조금 늦게 시작해도 영어에 흥미만 느끼면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부터 영어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학교 내신 성적이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사례는 제 주변에도 많았습니다. 영어 회화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요. 시기와 방법에 따른 장단점은 있겠지만 어느 하나 정답은 없으니까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영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즐기며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영어와 나 사이에 쌓인 벽은 점차 옅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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