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학습에 의존하는 학생들에 대한 문제와 해결책
어느덧 학생 사례에 대한 마지막 글입니다. 이번 글은 중, 하위권 학생들 중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영어를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등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고자 수업 연구를 열심히 했었더랬습니다. 그렇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가끔은 수업 마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교사로서 수업을 하는 기쁨과 뿌듯함,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소통하고 호흡하는 수업의 즐거움이란 과연 이런 거구나 여실히 느껴가던 시기에 학생이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 수업은 재밌는데 공부는 왜 이렇게 하기 싫죠.”라고요.
이는 내신 시험 기간일 때의 일이랍니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 중 1차시 정도는 자율학습 시간을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각 과목 선생님들이 시험기간이 임박하면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을 자습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이 시기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서 조용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죠.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 차라리 수업해 주시면 안 돼요? 자습 지겨워요.”라고요.
물론, 조용히 꼼짝 않고 자기 자리에 앉아 장시간 공부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몸에 좀이 쑤시고 답답해 죽겠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간 학원이나 인강 등 선생님의 설명에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심지어 그 필요성 마저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공부는 나중에 학원 가서 할 거라면서, 혹은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인강 다시 돌려 들을 거라면서요. 이런 학생들은 소위 ’ 떠먹여 주는 ‘ 공부에 익숙한 겁니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이해하면 충분하지, 굳이 스스로 애쓸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학습을 크게 수동적, 능동적 학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동적 학습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으로, 예를 들어 강의, 읽기,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학습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능동적 학습(예로 토론, 실습, 타인을 가르치기 등)에 비해 제대로 학습이 될 리 없습니다. 학습자의 학습에 대한 관여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죠. 일방적으로 듣고 볼 뿐, 말이나 글로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인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학습자의 인지적 노력이 거의 필요 없는 것이죠. 가장 학습의 효과가 큰 것은 능동적 학습 중에서도 ’ 타인을 가르치기 ‘입니다.
수동적 학습자들의 경우,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 복습을 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학원 수업이나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들은 후, 가급적 바로 복습을 하고, 1주일, 1달 등 주기적으로 자신의 학습 계획에 따른 복습을 해주어야 학습 효과가 있을 터인데 책장을 바로 덮어 버리는 것이죠. 결국, 시험기간이 되면 범위에 해당하는 강의를 다시 듣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수동적 학습을 오래 유지하다 보면 자기주도학습이 점점 멀어집니다.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학습자의 학습에 대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입니다. 수동적 학습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말 그대로 의존적인 태도를 고착화시킬 겁니다. 어떻게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잘 알고 무엇은 잘 모르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학습 플랜조차 스스로 세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과정, 방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줄 아는 메타인지 학습이 잘 이루어지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일절 거부할 필요는 없겠지요. 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아주 좋은 효과를 낼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도움을 얻고도 능동적 학습자가 될 수 있을까요?
첫째, 과목별 강의에 투자할 시간, 스스로 복습 및 정리할 시간 등을 둔 학습 플랜을 짜고, 실천하며, 이행 여부 및 반성을 매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과목별 자신의 강점 및 약점, 보완할 점 등을 인지할 줄 알게 됩니다. 학습의 주체성을 학습자 스스로에게 가져오는 결과를 낳게 되지요. 처음엔 너무 과도한 계획을 작성하거나 계획만 짜고 실천을 하지 않음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책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구나 이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적절한 학습 시간 및 방법을 깨우쳐나가겠지요.
둘째, 공부방법을 모를 경우,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여쭤봐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공부에 대해서라면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그러므로 더 많은 조언과 팁을 주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학생을 오래 봐오셨다면 학생의 학습 스타일, 성향 등도 파악하고 계시겠죠. 학생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과 방안을 제시해 주실 분들입니다.
셋째, 복습할 시간, 즉,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무조건 가져야 합니다. 강의를 들었다면 그날 당일에 다시 한번 정독하고 내용을 이해 및 정리합니다. 그리고 친구 또는 동생에게 가르쳐보거나 혹 쑥스럽다면 혼잣말로 타인을 가르친다고 상상하며 백지를 펼쳐놓고 복습한 내용을 책을 덮은 상태에서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학습한 머릿속 내용들을 종이 위에 끄집어내 보는 마인드맵 작성인 셈이죠. 어떤 방식이든,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강의 내용을 복습 시 반대로 학습자가 밖으로 꺼내봐야 합니다. 그래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학습되었는지를 학습자 자신의 귀로 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다 아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알고 있는 것은 판을 열어보면 천지 차이입니다.
이렇게 학습 플랜을 짜고, 막막한 마음이 들 때 선생님께 공부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수업 내용을 알차게 복습한다면 강의에만 의존하는 학습자가 될 리는 없을 겁니다.
학교, 학원 수업에만 의존하다 시험 기간이 닥쳐 공부하려니 그 내용이 생각이 안 나 EBS 인강의 해당 부분을 찾아 다시 인강을 돌리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게으르다기보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울 줄 모르거나, 공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방법들에 대한 조언을 담아 상담을 진행했을 때 유레카와 같은 표정을 짓는 학생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