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포기하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와 해결책
이번 글은 지난 글과 반대로 영어 성적만 낮거나 혹은 많은 과목 중 영어 성적이 제일 낮은 학생들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몇 번 말씀드렸지만 중학교 영어 내신 평가 문제 난이도는 학군지가 아닌 이상 그리 어렵지 않은 편으로 수업 시간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의 문제가 다수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을 투자해 암기를 해도 비교적 높은 성적을 얻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고요.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시험 범위부터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중학교에서의 영어 시험공부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도요.
그럼 비교적 쉽게 영어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중학교에서 영어를 덮어두고 포기하는 학생들은 어떤 경우일까요? 이런 학생들은 특히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에게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중학교의 상황에 한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해도 영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학습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결과적으로 공부 습관이 잡혀있지 않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소위 엉덩이 공부라고 하죠. 책상 앞에 최소 1시간이라도, 아니 30분이라도 진득이 앉아 공부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 학원 수업 외에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공부나 독서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이죠.
수업만이라도 집중한 상태에서 제대로 참여해 왔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으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공부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러니 학습의 기본인 이해와 아주 쉬운 기초적인 암기 조차 하기 싫은 것이죠. 해본 적 없고 어떻게 할지 모르니 자신이 약한 부분은 본능적으로 하기 싫어집니다.
이런 학생들의 가정적인 환경, 개인적인 사정을 모르고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그저 게으른 학생으로 비치기 쉽죠.
그런데 다른 과목들과 달리 특히 영어는 한글이 아닌 외계어와 같은 전혀 새로운 언어이기에 이런 학생들이 공부하기엔 진입 장벽이 모국어로 전달되는 타과목에 비해 높은 겁니다. 그러니 포기 대상 1순위가 되기 십상이죠.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영어, 아니 외국어 습득 및 학습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영어에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 그러니까 영어를 많이 듣고, 읽으며 자신이 정한 학습 자료를 반복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유학이 최고다라는 말이 떠도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일상이 들리는 게 영어요, 보이는 게 영어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것도 의도적인 집중력과 함께 습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효과가 크겠지만요.
이러한 노력,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선 습관 형성이 우선이겠지요. 작게 시작해서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begins with a single step.”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부모님의 기대로 크게 시작했다가 매일 성취하지 못하는 경험이 쌓이면 학습된 무기력감이 점점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부모님의 기대로부터 시작하기보다 학생의 의지 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책상 앞에서 얼마동안 공부할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눈 뒤 10분이면 10분, 30분이면 30분, 1시간이면 1시간. 아무리 적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시작해서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시간은 늘어날 겁니다.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이처럼 부모와 교사, 즉 어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옆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든지, 스터디 플래너를 함께 작성하며 매일 그날의 달성 여부를 체크하고 믿어주고 격려, 칭찬을 해주는 것 등등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그 여정의 초입부가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시작했다면, 초입부를 얼마간 잘 통과했다면 그 이후엔 중간에 그만두거나 슬럼프를 맞더라도 무조건 남는 게 있을 것입니다.
습관 형성이 안 된 학생일 경우 특히 더 삶과 연결시켜 주기는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영어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이 왜 필요한지, 더 구체적으로 이 표현은 이 문법은 언제 어떤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지. 최대한 학생의 삶에 가깝게 적용될 수 있는 예를 들어주며 스스로 그 연결성과 필요성을 깊게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실제 경험, 학창 시절 등을 통해 잔소리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으로 전달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사인 저도 수업시간 저의 학창 시절 스토리, 공부 경험, 해외여행 중 영어 사용기를 그 수업(혹은 특정 표현이나 문법)과 연관 지어 학생들에게 말해주었을 때 순간 반짝였던 학생들의 눈과 귀를 잊을 수 없습니다.
습관 형성, 나아가 공부는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여정의 초입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쉽지도 않은 것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면 쉽게 포기할 겁니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 스스로 학습은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의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