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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Aug 20. 2024

“전 영어는 잘해요”

영어 성적만 높은 학생들의 문제와 해결책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런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많은 과목들을 뒤로하고 영어만 성적이 높은 학생들요. 방학식날 학기말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은 “와 나 과학은 역시 못해”라며 성적이 낮은 과목은 성적이 낮은 게 당연하다는 듯 말합니다. 과연 이런 학생들은 영어를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며, 과학은 정말 성적 상승의 가능성이 없는, 재능을 찾아볼 수 없는 과목일까요?




시험 난이도와

개념 이해의 중요성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학군지 학교가 아닌 이상 중학교 영어 시험의 난이도는 낮은 편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착실하게 공부한다면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어렵지 않죠. 중학생의 각 과목 성취도는 상대평가가 아닌, 성취기준을 충족했느냐의 여부를 알아보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이 매겨지니 굳이 어렵게 문제 출제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해당 학년 성취도 A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성적 부풀리기에만 해당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요.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확인하는 수준의 문제들이 많아 학생들이 벼락치기로 암기만 해도 지필평가 성적은 어느 정도 잘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학기말 성적표 내 성취도(A~E)는 지필평가뿐만 아니라 과정중심수행평가도 포함되며, 각 평가방식의 반영비율에 따라 점수가 반영되니 지필평가만 잘 본다고 해서 A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즉, 중간, 기말고사 점수에 해당하는 지필평가는 잘 봤는데 주로 영어 듣기, 말하기, 쓰기의 과정이 진행되는 과정중심수행평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A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과정중심수행평가 또한, 수업시간 중 진행되는 수행평가 준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암기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중학교에서 영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정말 영어를 잘하는 걸까요? 이전 글과도 반복되는 얘기지만, 자신의 흥미와 영어 독해 능력에 따른 독서의 생활화와 논리적인 독해의 반복을 통해 영어라는 언어의 구조와 특성, 글의 형태에 대한 습득 없이,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범위에 해당하는 글(본문)만 달달 외워왔다면 중학교 영어 성적만 높게 받아가는 그야말로 영어 겉핡기식 공부만 한 것이죠.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영어 성적을 높이 받을 수 없습니다. 절대로요. 시험범위가 압도적으로 많아질 뿐만 아니라 영어 텍스트를 ‘깊게 제대로’ 읽고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더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다른 과목의 경우는 어떨까요? “난 역시 과학(수학, 역사 등등)은 못해”라고 말한 학생은 정말 과학(수학, 역사 등등)을 못하는 걸까요? 우선, 제가 관찰한 학생들의 경우,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타 과목에 흥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흥미가 없을까요? 수업이 재미없는 걸까요? 선생님이 싫은 걸까요? 물론, 이런 요소들의 영향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제일 중요한 ‘개념 이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학교든 학원이든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아무리 지루하게 수업을 한다고 해도 수업 내용이 이해된다면 학생에게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수업 중 다뤄지는 개념, 내용이 자연스레 그려지니 적어도 멍하진 않습니다.  


 결국 과거에 특정 과목의 성적이 낮은 경험으로 스스로를 낙인찍은 겁니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이 없으니 그저 어렵다는 이유로 ”난 이 과목은 못해 “라고 단정 짓는 겁니다. 모든 공부의 초석이 되는 개념을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아무튼 교과서


 참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가 아니라 참고서로 공부를 하더군요. 교과서는 학교 수업 중 선생님이 제공하시는 학습지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잠시 사용합니다. 이후 학원을 가서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문제집으로 공부를 하고요.


 교과서는 학생들이 목표 개념과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 예시와 간결한 문장으로 채워진 보고와 같습니다. 물론,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에 따라 그 질이 차이가 날 순 있겠습니다. 한편, 참고서는 핵심 개념과 내용을 짧게 정리한 요약집과 같고요. 물론 사진 자료나 예시도 포함되어 있지만,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많은 TMI들이 깨알 같은 글씨와 작은 사진자료로 여기저기 혼재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교과서를 읽으면 수학 공식도 이해가 되더군요. 왜 그런 공식이 나오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그런 과정 없이 참고서로 공식을 외우기만 한 학생과 비교해 보면 수학 문제를 대하는 사고력 자체가 다릅니다.


 참고서로 공부를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가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중입니다. 교과서로 내가 알아야 하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뒤 참고서로 공부를 보충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교과서 내용들을 결국 학교 선생님이, 반복해서 학원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시니 굳이 또 붙잡고 공부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요. 이미 수업을 통해 교과서 내용을 들었더라도 후에 학생이 혼자서 스스로 교과서를 차근차근 읽어가며 다시 이해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한 반복효과는 당연할뿐더러 직접 머릿속에 개념구조를 쌓은 것이니 오로지 외부의 설명을 들었을 때 보다 더 단단하고 굳건합니다. 


 시험 기간에 시간이 부족하다며 학교 선생님이 주신 학습지, 학원에서 공부한 참고서만 보는 학생들, 제일 중요한 개념을 놓치며 문제만 푸는 학생들이 또한 많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제대로 된 개념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문제 풀고 체크하는, 생각하지 않는 공부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이렇게 진부할 수 없지만 그런 학생들을 보면 참 와닿는 말입니다.








 공부방식의 정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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