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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01. 2023

노래를 집중하며 듣고 있는 딸

2. <Panda Bear, What do you See?>

 영어도서관에 들러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에릭 칼(Eric Carle)의 책 몇 권을 빌려왔다. 그중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를 제일 먼저 읽어주기로 했다. 이 책은 여러 동물들의 영어 어휘와 반복되는 ‘What do you see?’, ‘I see ~.’ 문장구조가 특징이다.



 우선, 책을 귀로 들려주기부터. 노래를 들으며 춤도 추고 책 속 내용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해. 에듀플레이어에 책의 부록으로 첨부된 CD를 넣어 재생했다. 앞부분은 다른 픽쳐북 CD 오프닝 부분과 동일했다. 이후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의 음원이 재생되자 역시나 처음 듣는 노래 선율과 리듬, 처음 듣는 영어 노랫말에 약간의 당황, 후에는 놀라움과 관심을 보인다. 딸은 얼마간 가만히 미동도 없이 앉아 집중하여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를 듣고 있었다.



 그런 딸을 지켜보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할 때 플레이어로 나오는 노래에 맞춰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춤을 추었다. 딸이 따라서 팔을 흔들고 손뼉을 치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몸을 흔든다. 그렇게 CD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도 몇 번을 계속 반복재생했다. 다른 장난감을 갖고 놀 때도, 다른 책을 펴고 만지고 할 때도 그저 흘려듣기를 통해 조금 친해질 수 있도록.



폰 카메라로 책을 찍으려고 하니 딸이 책 위로 올라왔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책을 딸 근처에 두니 그림을 보고 손으로 만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나는 글을 쓸 때 사용하고자 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딸이 그새 책 위로 올라온다. 엄마가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 하려는 딸을 보니 무척 사랑스럽다.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폰을 집어넣고 책을 읽어줘야겠다.






 책 표지부터 딸과 즐기기 시작했다.

 "우와~ this is panda bear. 판다곰이네." 하고는 뒷장으로 넘겼다.



판다곰아 넌 무얼 보고 있니? 나는 내 옆으로 날아오르는 흰머리독수리를 보고 있어.



 그리고는 CD의 echo-song 파트(따라 부르기)를 활용하여 그림책을 보며 노래를 듣고 따라 불러주었다. echo-song 파트는 그림책 한쪽에 해당하는 노래가 흘러나온 후 청자가 똑같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멜로디만 나온다. 그렇게 한쪽씩 진행되는 것이다. 위 사진으로 예를 들면, 플레이어에서 왼쪽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가 노래로 흘러나오면 나와 딸이 똑같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동일 멜로디만 뒤 따라 나온다. (물론, 돌 갓 지난 아기는 따라 부르지 못한다.) 이후에는 다음 쪽 "I see a bald eagle soaring by me."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이 끝날 때까지.



흰머리독수리야 넌 무얼 보고 있니? 나는 내 옆에 돌격하고 있는 물소를 보고 있어.



 먼저 따라 부르기를 하면서 그림책을 보는 이유는 일부러 중간중간 우리말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딸이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로 흘러나오는 영어와 그림을 바로 연결 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그림책을 본다면 몸을 들썩이게 하는 노래로 흘러나오는 반복적인 영어표현과 함께 보는 그림(의미)을 연결 짓게 될 것이다.






 해가 지고 저녁시간에도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를 반복 재생을 했다. 불을 끄고 딸을 재우기 위해 잠자리에 함께 누웠다. 딸은 항상 나의 팔이나 배, 다리를 베어 엄마의 체온과 살결을 느끼며 자곤 한다. 이 날도 나의 팔을 베고 내가 딸을 뒤에서 안아 딸의 손을 잡고 어루만져주며 재우고 있었다. 그런데 딸이 눈을 뜨고 있는데 움직이지도 않고 나에게 안긴 채 가만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집중하며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돌을 갓 지난 아기라 실제로 듣고 있었는지 그저 멍하게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나의 일방적인 관찰과 그로부터 받은 느낌일 뿐이다. 잠시지만 딸이 노래에 빠져있는 그 상태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함께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의 노래 가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렇게 딸과 나는 어두운 밤하늘을 등지고 포근한 이불을 덮은 채 판다 곰이 이끄는 동물들의 세계로 스르륵 빠져들었다.  






 우리는 아기들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지만 옹알이를 하는 것을 듣곤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해서 듣지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기들은 언어의 아주 미세한 차이점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잘 계획된 실험에서 Peter Eimas와 동료들은 아기들이 'pa'와 'ba'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물론 그렇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더 걸리지만 말이다. (아래 원문 참조)


Soon, however, we hear the cooing and gurgling sounds of contented babies, lying in their beds looking at fascinating shapes and movement around them. Even though they have little control over the sounds they make in these early weeks of life, infants are able to hear very subtle differences between the sounds of human languages. In cleverly designed experiments, Peter Eimas and his colleagues (1971) demonstrated that tiny babies can hear the differences between 'pa' and 'ba', for example. And yet, it may be many months before their own vocalizations (babbling) begin to reflect the characteristics of the language or languages they hear.

- <How Languages are Learned> by Patsy M. Lightbown & Nina Spada  1. Language Learning in early childhood에서


 그러므로 아직 돌도 안 됐는데, 아직 돌밖에 안 지났는데, 아직 한 살밖에, 두 살밖에 안 됐는데 하면서 아이의 영어 습득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생아 때부터, 영아일 때부터 아기들은 누워서 그들을 둘러싼 환경들을 보고 들으며 스펀지처럼 아주 미세한 모든 소리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위 인용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날 저녁 어스름이 드리울 때 딸을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 Panda World가 있었고 커다란 판다곰이 나와 딸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우와~ panda bear! 안녕~"하며 손을 흔들었다.

 딸도 같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를 기대했지만 너무 거대하고 낯선 판다곰에 압도당한 듯 토끼눈을 뜨고 위를 향해 쳐다보고만 있었다. 결국 내가 딸의 팔을 잡고 인사를 하도록 이끌어주었다.

 "panda bear, hello!"

 그리고는

 "panda bear, panda bear, what do you see?"라고 덧붙이며 몇 번 반복했다.

 "판다 곰아, 판다 곰아, 뭘 보고 있는 거야?" 하면서.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반복은 역시 중요하다. 똑같은 노래를 여러 번 들려주어서인지 딸이 노래를 통해 영어 소리에 빨리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자기 전 노래를 집중하며 듣는 딸의 모습에서 반복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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