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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May 18. 2024

잃어버린 봄을 찾아서

금값은 얼마일까

지난달 지지난달 두 달에 걸쳐 치아 개를 보수 공사했다. 하필이면 금값이 고공행진인 작금에 말이다. 두 번 다 조개요리로 점심을 먹다가 빠진 것인데 처음에는 혹시 진주를 씹었나 생각했다. 누군가가 말하길 포장마차에서 조개요리를 먹다가 진주를 씹었는데 행여 주인이 알세라 반이나 남은 소주를 눈물로 포기하고 나왔었다나. 화장실에서 회심의 미소를 띠며 받아낸 물건은 작고 오래된 볼품없는 금붙이였다. 그다음에도 같은 현상, 같은 물건이었으나 이번에는 지난번 것보다 사이즈가 더 컸다.

 왼쪽 아랫니에 충치가 생겨 대략 20년 전쯤, 갉아내고 금으로 때웠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아랫니도 같은 증상이 있어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한다는 치과에 가서 또 갉아내고 때웠다. 정확한 금액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때도 카드값이 적잖이 나왔으리라.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는 유독 이(齒) 치료를 너무도 무서워한다. 이번에도 거의 기절할 태세로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애걸하면서 그러나 마취는 싫다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러나 치과 의사는 내가 무척 한심하다는 듯 웃으며 결국 마취 주사를 놓았다. 이번에 방문한 치과는 예전에 갔던 치과와 다른 곳인데 원장님 인상이 퍽 인자해 보였다. 적당히 넓은 하관이 영화배우 한석규 같다고나 할까. 그 바람에 치과 가는 부담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이가 연거푸 빠지냐는 나의  질문에 잘생긴 치과 원장님은 비슷한 시기에 치료한 이는 비슷한 시기에 말썽을 일으킨다며  설명도 상냥하게 해 주었다. 두 차례에 걸친 치료는 말끔하게 끝이 났다.

 치과를 서너 번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아끼던 연둣빛 봄날이 가버리고 말았다. 시인 김영랑이 모란이 지고 나면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긴다고 노래했듯이 나의 봄도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릴 즈음 치아 치료 카드값과 함께 가버리고 말았다.

서럽게 가버린 봄이 아쉬워 나는 요즘 여기저기 꽃구경을 다닌다. 그러던 오늘 아침, 반지함을 열다가 얌전하게 보관된 금니 조각을 보았다. 떼어낸 금니가  마치 잃어버린 봄날의 조각이라 되는양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 나는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기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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