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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May 05. 2024

꼬마 붕어빵

어린이날 선물

제법 굵은 비가 내리는 린이 날이다. 온통 신록이라 내리는 비도 연두색일 것만 같다.

어린이날에 비가 내리니 아이들이 울상이겠다. 실내에만 있어야 하니 부모가 더 울상이려나.

어느 해였던가. 짜장면이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던 때였다. 엄마가 동생과 나를 데리고 짜장면 집으로 갈 거라며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런데 점심때가 지나고 오후가 되도록 엄마는 집안일에만 전념이었다. 흑백 TV 속에서는 오늘이 어린이날이라며 우뚝 선 방정환선생님 동상과 깜장콩이 되도록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파장을 만들며 계속 나오고 있었다. 나는 엄마와 TV를 교차해 가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기다림에 간절함을 보태 가면서.

안타까움이 할머니 눈에 감지됐던 것일까. 밖에 나갔다 돌아 온 할머니가  꼬마붕어빵을 사서 밥상 위에 풀어놓으셨다. 동생과 나는 TV속에서 해맑게 웃으며 공원을 뛰노는 아아들이 더 이상 부럽지 않았다.


대체공휴일까지 삼 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공항이 미어터지고 제주도도 포화상태란다. 고가의 선물도 이미 동이 났단다. 어느 날이라고 어린이가 보호받지 않아야 하는 날이 있어야 할까.

어느 때라고 아이들이 소중하지 않은 적이 있어야 하랴.

꼭 고가나 특별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사랑 가득한 어린이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부모들이 울상 짓지 않는 오월이면 좋겠다.

나는 오늘 어린이날  밤, 아홉 시 뉴스를 보면서  할머니가 쌈짓돈 헐어 사주신 꼬마붕어빵을 어김없이  그리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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