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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뿐이지

by 박은실

어제인가, 그저께인가. 브런치에서 문자가 왔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그래 누가 아니래? 나도 예전에는 한 문장 아니 네댓 문장도 썼다니까.

명색이 불금인 오늘인데, 물론 물금이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브런치에 접속하는 게 좀 멋없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째. 한 줄 아니 한 편 올려보자고 마음을 먹어 보는 거다.


최근에 읽었던 책인데 어쩌면 모두 다 읽어서 별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안 읽은, 아니면 못 읽은 독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책으로 선택한다.

우리 모두의 지존 김영하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이다.

누구나 삶은 한 번뿐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아등바등하며 시간에 끌려 살지는 말자.

이 책 띠지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우리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 파이팅!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김영하2.jpg



*아래 본문을 옮겨 본다. 필사한 이유는, 한마디로 '나도 그렇다'인 경우가 많아서이다.ㅎㅎ


63쪽

제사는 산 자들이 정색하며 공연하는 한 편의 연극이며 주제는 기억이다. 창과 문을 열어 귀신을 환영한다는 뜻을 표하고 지방에 조상의 이름을 써서 태운다. 귀신이 어련히 알아서 자기 집을 찾아올 텐데, 뭐 하러 지방에 이름까지 써서 태울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저 영계에는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귀신들이 너무 많아서 지방에 이름을 정확히 써서 태우지 않으면 모든 귀신, 이른바 ‘온갖 잡귀’가 다 몰려온다는 것이다. 잡초가 이름을 모르는 식물을 의미하듯 잡귀는 이름이 잊힌 귀신이다. 잡귀가 아닌 귀신은 그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가 있다.


71쪽

나는 책도 수십 권을 두서없이 읽는다.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저 책을 읽다가 또 다른 책을 ….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다 읽는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어쨌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다 읽게 된다. 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72쪽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언제가 들은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41쪽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 때면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계속 쓰면 되고, 되고 싶지 않으면 안 쓰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면 한번 열심히 해보려고요.”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는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 줄 수 없었다.


143쪽

그렇지만 쓰는 게 좋고 작가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계속 썼을 테고, 쓰다 보니 작가도 되었을 것이다. 그들도 지금은 나처럼 “언제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있을 것이다.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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