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닭이 곧은 딸

(2) 영민한 며느리

by 최재효











“길수! 빨리 와. 젊은 사람이 왜 그리 걸음이 느린가?”

앞장서서 걷던 사내가 뒤처져 따르는 사내에게 소리쳤다.



“행수, 길수가 간밤에 다른 날보다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주막에서 일하는 예쁘장하고 난연해 보이는 처자에게 혹한 듯했습니다.”



“영식이, 그 처자는 주막집 며느리야. 나중에라도 그 주막에 다시 들르면 엉뚱한 수작하지 말라고 해. 그 주막집 주인은 장사라고 하네. 괜히 허튼짓했다가 뼈도 못 추린다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행수님, 갑자기 밤이 짧아진 느낌입니다. 술에

취해 까무룩 잠이 들기는 했어도 좀 이상합니다. 닭 울음소리도 그렇고…….”



“이 사람아, 닭이 거짓으로 우는 거 봤나? 닭은 하늘의 명령을 받아 우리 인간들을 잠에서 깨우는 귀물이면서 신령한 동물이야. 닭은 십이지신 중에서 열 번째 신이 아닌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서둘러 길이나 가세. 늦더라도 오늘 안으로 영등포*에 도착해야 하네.”



세 사내는 자신들의 덩치만큼이나 큰 봇짐이 둘러메고 천천히 오닭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영식이란 자는 걸으면서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밤이 이상하리만치 짧다고 여겼다.



길수란 자도 마을 닭들이 병이 들었거나 피곤하여 때를 잘못 알고 운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세상에 닭만큼 정확하게 새벽을 알리는 동물은 없었다. 지난 수만 년 동안 돼지나 소 또는 말이 인간들에게 해 뜰 시각이 가까워졌다고 알려주는 일은 없었다.



“저분들이 내 이야기를 하니 괜히 기분이 묘해지네.”

경진은 세 사내가 간밤에 네 번째 봉놋방에 들었던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녀가 술 주전자를 들고 봉놋방에 들어가면 길수란 사내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자꾸만 말을 걸곤 했다. 경진이 응수하면 길수는 경진의 손을 잡거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음흉하게 웃기도 했다. 그는 경진을 주막에 기거하는 들병이나 작부쯤으로 생각한 듯했다. 경진은 간밤의 일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세 사내가 고개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이놈들! 나는 오닭 도깨비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통행세로 천 냥씩 내야 한다. 은자나 금자도 받는다.”

흰 두건을 쓴 맹장군이 칼을 휘두르며 나타나자, 세 사내는 기함을 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들도 오닭에 가끔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소문을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지어낸 낭설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행수란 자가 맹장군에게 대들며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비수가 들려 있었다. 행수는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터라, 지금 같이 위험한 상황을 겪은 바가 있었다. 그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늘 품속에 비수를 지니고 있었다.


* 영등포 - 英登浦. 현재 서울 영등포(永登浦)는 1860년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 중 한양도성 지도인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 <英登浦>로 표기되어 있다.


“오호라! 네놈이 바로 오닭 도깨비였구나. 너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어서 길을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이 비수로 네놈 멱을 딸 테다.”


“네놈이 나를 우습게 아는구나. 좋다! 한번 겨뤄보자.”



맹장군과 행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맹장군이 행수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커 보였고, 칼의 크기도 너무 차이가 났다. 맹장군의 장도는 땅바닥에서 허리까지 길이였고, 행수의 비수는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길수와 영식이란 자는 뒤로 물러나 가슴을 졸이며 두 사람의 판가리 싸움을 지켜보았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한밤중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다섯 합도 못 되어 행수가 단단히 쥐고 있던 비수를 놓치면서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맹장군이 내리친 장도를 행수가 비수로 막았으나 그만 비수를 놓친 것이었다. 맹장군의 칼이 행수의 목을 겨누었다.



“도, 도깨비님! 살려주십시오.”

“소인들이 도깨비님을 몰라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은 모두 드릴 테니 저희 세 사람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좋다. 나는 현금만 받는다.”



맹장군은 행수 일행이 건넨 은자와 엽전을 건네받고 입이 벌어졌다. 사내들은 맹장군에게 돈과 은자를 주고 부평 쪽으로 달아났다. 경진은 시아버지의 언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기억했다.



맹장군은 콧노래를 부르며 오닭을 내려와 자신이 운영하는 주막으로 향했다. 경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아버지의 뒤를 쫓았다. 동쪽 하늘에서 나타난 길 쓸 별 하나가 길게 흰 꼬리를 매달고 북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맹장군 어깨에는 그가 강탈한 물건이 든 걸망태가 걸려 있었다. 그는 주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사방을 살피고 나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진은 더는 맹장군의 동태를 살필 수 없었다.



“아버지, 시아버지를 어찌해야 하나요?”


“큰일이구나. 그대로 내버려 두면 여러 사람이 죽거나 혹은 상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맹장군이 그런 인성을 지닌 자인 줄을 전혀 몰랐다.”



날이 밝자 경진은 몸이 아프다며, 친정에 가서 잠시 쉬었다 오겠다고 했다. 여흥 댁은 아프다는 며느리에게 힘든 주막 일을 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며느리에게 사흘간의 말미를 주고 속히 몸을 추스르라고 했다. 딸의 고백에 충격을 받은 오대는 연신 곰방대를 빨아 댔다.



그는 사돈의 비행卑行을 알게 된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서너 해 전부터 오닭에 도깨비가 나타나 길 가는 사람에게 해코지하거나 금품을 강탈한다는 풍문이 돌고 있었지만, 곧 잠잠해지면서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아버지, 차라리 도호부에 고발할까요? 그냥 두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물론 남편과 저까지 벼락을 맞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아버지까지 사돈이라는 이유로 연좌되어 패가망신할까 두렵습니다.”



“섣불리 나설 일이 아니다. 잠시 생각 좀 해보자.”

“영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어요. 우리가 살고 봐야지요.”



오대의 지어미가 딸의 입장을 강변했다. 하지만 오대는 처신이 무척 신중한 인사였다. 그는 말없이 곰방대만 빡빡 빨아 댔다.



“만약 내가 도호부에 맹장군을 고발한다면 경진이는 어찌 되겠소? 저 애 지아비가 비록 반편이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우리 사위가 아니오. 이 일은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해야 합니다. 시끄러워지면 경진이 장래도 가시밭길이 될 게 뻔하오. 내가 좀 더 고민해 보겠소.”



오대는 모녀를 진정시키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는 세상일로 골머리가 아플 때면 찾아가는 곳이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주지 스님을 뵙습니다.”

오대는 관음전에 들어 관음보살에게 불공을 올리고 나서 주지 명철을 만났다. 오대와 명철은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사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영종도 백운산 기슭에 자리 잡은 용궁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었다.



오랜 세월 절터만 남은 채 있다가 얼마 전에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된 사찰이었다. 흥선대원군은 ‘용궁사’ 편액을 손수 쓰기도 했다. 용궁사 주지 명철은 세사에 달통한 인사였다. 두 사람은 요사에 들어 함께 차를 들었다. 오대는 명철에게 맹장군의 비리를 들려주었다. 명철은 입이 무겁고 진중한 성품의 불자였다.



“큰일이군요. 버려두면 많은 사람이 다칠 것 같습니다.”

“스님, 무슨 좋은 방도가 없겠습니까?”

“이렇게 해보시지요.”



명철은 오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이 벌어졌다. 오대가 밤늦게 집에 도착하여 부인과 경진에게 용궁사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에 경진은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다행히 맹장군은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자주 절을 찾아 부처님에게 불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나이를 먹고 돈맛을 알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까맣게 잊고 악행을 저질렀다. 그의 가슴 속에는 약간의 죄의식은 남아 있었다.



“얘야, 너는 내일 날이 밝으면 시댁으로 돌아가거라.”

“경진이 시어머니가 사흘간 친정에서 쉬라고 했어요.”



“내일이나 모레 스님이 주막을 방문할 것이야. 그때 너는 그 스님에게 정성을 다해 한 끼 식사라도 보시하거라.”



경진은 오대의 지시에 따라 다음날 일찍 주막으로 돌아갔다. 그녀를 본 여흥 댁은 반가운 얼굴로 며느리를 맞았다. 맹장군과 반편이도 경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경진은 평상시처럼 손님을 봉놋방이나 마당에 펼쳐진 평상으로 안내했다. 점심때가 되면서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경진은 정신없이 주문받고 음식과 술을 날랐다. 손님이 뜸할 때쯤 인천도호부에서 관리 두 명이 주막을 찾았다. 그들은 도호부에서 기찰譏察을 담당하는 포교였다. 그들은 최근에 오닭에 강도가 나타나 행인을 상대로 강도질했다며 맹장군 부부를 상대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우리 주막은 길손들에게 국밥이나 술을 팔 뿐입니다. 하룻밤 묵는 분에게 싼값으로 봉놋방을 대여하기도 하지요. 한동안 뜸했던 강도가 또 나타났다니 유감입니다.”

맹장군은 아닌 보살하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맹장군, 혹시 수상한 낌새가 보이거나 이상한 차림의 사내가 보이면 즉시 도호부에 신고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도호부에서 해가 떨어지면 수시로 군사를 파견하여 오닭 주변을 순찰할 겁니다.”



맹장군은 포교들의 말을 귀 넘어 듣고 있었다. 포교들은 맹장군의 태도를 살폈다. 하지만 그들은 맹장군에게 의심할만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연합죠. 나는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사는 백성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 기금으로 해마다 수백 냥을 도호부에 헌납하지 않습니까? 포교 나리 말씀대로 거동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내가 이 무쇠 주먹으로 때려잡아 도호부로 끌고 가지요.”



맹장군은 포교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보이면서 궁따는 소릴 했다. 포교들은 맹장군이 제공하는 고기 안주와 술을 배가 터지도록 얻어먹고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자, 맹장군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들. 백날 돌아다녀 봐야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오닭 산신령이야. 영검한 산신령!”



도호부 관리들이 돌아가고 두 시진쯤 지나 스님이 주막에 나타나 목탁을 치며 염불을 했다. 경진은 그 스님이 용궁사 주지 스님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녀는 얼른 스님을 맞았다.



“스님, 어서 오세요.”

“나무아미타불! 주막에 불길한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스님은 경진을 보자마자 무서운 말을 했다. 스님은 경진이 오대의 딸인 것을 눈치챈 듯했다. 마침 맹장군이 밖에서 일을 보고 막 주막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귀가 무척 밝은 편이었다.



“스님, 우리 주막에 불길한 기운이 있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 주막에 요사스러운 기운이 서려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스님,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맹장군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남에게 베풀고, 불쌍한 사람을 구제해야 합니다.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고, 생명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소승의 말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하지 않으면 집안에 재앙이 닥쳐 식솔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스, 스님, 그게 정말입니까?”



맹장군은 자신이 지은 죄가 있어 가슴이 뜨끔했다. 가족이라면 자신과 여흥 댁 그리고 아들 부부뿐이었다. 맹장군은 엽전 서너 냥을 시주하려고 했으나 스님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 돈은 맹장군이 강도질해서 선량한 백성들에게 빼앗은 돈이 분명할 것이었다. 스님은 경진이 건네는 물 한 그릇을 마시고 휑하니 주막을 떴다.



“재수 없이 스님이 나타나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네.”

맹장군은 스님을 향해 이죽거리며 투덜거렸다. 경진은 스님의 경고가 시아버지에게 겁을 주거나 그의 못된 행동을 멈추게 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시아버지가 스님의 경고에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괜히 친정아버지 발품만 팔게 한 거 같다.’

경진은 몸이 아프다면 친정으로 달려가 스님이 다녀간 사실을 알렸다.



“용궁사 스님께서 시아버지에게 주막에 요사스러운 기운이 있다면서 조심하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시아버님은 스님의 경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습니다. 아버지,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이라? 맹장군의 버릇을 고치려면 무슨 기발한 방안이 있을까? 하지만 주지 스님은 법력이 대단하신 분이다. 그분은 악인을 교화하기 위해 꿈속으로 찾아가 법력을 보이기도 한단다. 맹장군이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니 도호부에 있는 벗을 찾아가 확실한 방도를 의논해야겠다.”



오대는 인천도호부에 소속된 오랜 벗 박포교를 만났다. 박포교는 도호부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부서의 일원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죽마고우였다.



“오대, 자네가 웬일인가? 나를 다 찾아오고?”

“내가 얼마 전 오닭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을 가져왔네. 내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도호부사에게 전해주시게.”



두 사람은 한 시진 가까이 의견을 주고받고 헤어졌다. 하지만 오대는 맹장군이 강도질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오대는 딸에게 도호부를 찾아가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대의 말에 경진은 미소를 지으며 주막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맹장군은 밤낮으로 창고 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경진이 점심 때가 돼도 맹장군이 나타나지 않자, 창고로 가보았다.




마침 창고 문이 빼꼼히 열려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일어 살며시 창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창고 안쪽 깊숙한 곳에 호롱불이 켜져 있고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경진이 숨을 죽이며 다가갔다.



“어머나! 세상에…….”

맹장군은 며느리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낮잠에 취해 있었다. 그는 엽전을 세다 그만 잠이 든 듯했다.




열려 있는 궤짝 안에는 엽전 꿰미가 가득했고, 또 한 궤짝에는 은자가 가득 담겨 있었다. 맹장군 뒤로 크고 작은 궤짝이 열 개 정도 쌓여 있는데, 모두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궤짝에 돈과 은자가 들어있다면 수만 냥이 되고도 남을 듯했다.




궤짝 옆으로 흰 천에 쌓인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것들 역시 맹장군이 오닭에서 행인들에게 강탈한 비단이나 값나가는 물품이 틀림없었다. 경진은 창고 밖으로 나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버님, 점심 드세요.”

경진이 창고 안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와 동시에 맹장군이 창고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맹장군은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경진을 노려보았다.



“아가야, 혹시 창고 안에 들어오진 않았지? 그리고 너 혹시 금강야차를 보지 못했니?”




맹장군은 얼이 나간 듯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고 눈이 풀린 상태였다. 그는 무엇에 놀랐는지 정신도 혼몽해 보였다.



“창고 안에는 아버님 말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잖아요. 그런데 금강야차가 누구인데요? 아버님 친구분인가요?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경진의 농치듯 하는 말에 맹장군은 안심하는 안색이었다.




“역시 너는 나의 며느리다. 앞으로도 계속 그리해야 하느니라. 금강야차는 나의 죽마고우란다.”



경진은 조금 전에 본 창고 안의 모습이 여전히 신기하기만 했다. 여흥댁은 지아비와 함께 나타난 며느리를 보고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렸다. 그녀는 영악한 며느리가 뭔가를 눈치챈 거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맹장군은 여흥댁과 겸상하며 점심을 들었다. 그런데 맹장군이 자주 창문 쪽을 응시했다. 밥을 먹다가도 자주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는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여보 부인, 내가 낮잠을 자는데 꿈속에 금강야차가 나타났소.”

맹장군이 여흥댁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 금강야차라고요? 금강야차는 불법을 수호하는 불신佛神이라고 들었어요. 우리가 언제 부처님을 욕되게 한 적이 있었던가요? 그런데 그 금강야차가 뭐라고 합디까?”

여흥댁이 맹장군에게 물었다.



“야차가 나에게 열 자나 되는 칼을 겨누더니, 도깨비놀음을 계속하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죽이겠다고 합디다.”

맹장군이 자기 목을 만져보면서 옆에서 식사하는 아들 부부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았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오닭이 곧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