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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Jan 17. 2024

반가운 손님!

-행복이라는 것-

모처럼 집에서 주말 아침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지난 밤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다가 자서 그런지

푸석한 얼굴로 김치통을 정리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마스크를 썼음에도 한눈에 알아보겠는 예쁜 유리가 서있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거의 십여 년을 못 만난 것 같다.

중1 때까지 함께 수업을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도 못 만났었고 대학 진학을 위해 일본에 갔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다.


빨간 딸기가 생크림 위에 올려진 케이크를

들고 출국 전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유리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수업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외에도

책꽂이를 눈으로 쉴 새 없이 뒤지며 또 다른

책까지 빌려가서 읽었던 아이.


수년 동안 수업을 함께 하며 책 이야기와

더불어 친구고민, 가족의 고민까지 나누며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기도 했던 꼬마숙녀였다.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 꿋꿋이 대학생활을

 나가는 그녀는 이제 꼬마숙녀가 아닌 의젓한

여대생이다.


자신이 정말 하는 분야의 전공을 찾기

까지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다며  그동안의 힘겨웠던 외국 적응기를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그래, 세상에 쉬운 게 없단다.

좋은 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이라고..

방황하듯 헤매고 의미 없이 보낸  것 같은  시간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해 주었다.


조금 더 살아 본 내가 지나 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오랜 시간 지역 사회에서

나름 교육자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행복한 인생을 위한 정답은 없음을 더 느낀다.


부모의 품을 떠나 학교라는

또래 사회를 경험하고 학창 시절을 지나며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성적이 조금 더 좋거나 일찍이 주목받는다고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음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을 토막 시간 동안만 보며

단정 짓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아니 됨을 

어디에서든지 나는  강조한다.


포시아 넬슨의

'5개의 짧은 장으로 된 자서전'을

학생들과 자주 읽고 생각을 나눈다.


나는 길을 걸어갑니다.

보도 위에 깊은 구멍이 있습니다.

나는 그 구멍에 빠집니다.

길을 잃고 맙니다... 무기력한 나.

내 잘못이 아닙니다.

밖으로 나오는 길을 찾는데

영원처럼 긴 시간이 걸립니다.


반복되는 장마다

구멍에 계속 빠지지만 잘못을 깨닫고

빠르게 빠져나오게 되며 5장에 가서는

구멍을 보고 길을 돌아 다른 길로 걸어간다.


어느 시점만 보고 평가할 수 없는 게 삶일 게다.


우리는 긴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더 가치로운 삶의 지향을 꿈꾼다.


살아가는 시절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곁에 있는 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작은 응원을 보낼 수 있다면 그에게 선물 같은 사람일 것이다.


잘 성장하여 꿈을 이루어가는 제자를

보는 기쁨이 참 크다. 이 넓은 세상 어디에서든

좋은 연결을 이어가며 빛처럼 영향력 있는 삶

이 되기를 마음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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